"올해부터 2024년까지 누적 3조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키워서 2024년에는 연매출 2조원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이를 통해 SLL은 전세계 시청자를 사로잡는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사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이것이 국내를 뛰어 넘어 글로벌 스튜디오와 경쟁하는 월드 리딩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SLL의 목표죠"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정경문 SLL 대표는 이 같이 말했다. 1999년 'Cyber 중앙'으로 출발해 'JTBC콘텐츠허브', 'JTBC스튜디오' 등으로 사명을 변경해온 SLL의 야심찬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SLL은 사명 변경이 갖는 의미에 대해 '변화'라고 표현했다.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SLL 미디어데이에서 정경문 대표는 "JTBC스튜디오는 우리에게 훌륭하고 안정적인 사명"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JTBC 채널에 방송되는 드라마만 만드는 제작사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정경문 대표는 "글로벌 탑 티어 제작사가 되기 위해 사명을 SLL로 바꿨다"며 "지금까지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K-드라마의 더 큰 성과를 향한 과감한 도전 의지가 사명 변경에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SLL은 JTBC스튜디오에서 현재 사명으로 변경한 또 다른 이유로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한 변화를 강조했다. 박준서 SLL 제작1본부장은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사명 변경은 채널 중심의 BM을 콘텐츠 중심으로 변경하는 방향성 전환으로 볼 수 있다"며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를 통해 SLL이 전 세계에서 믿고 볼 수 있는 브랜드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SLL은 △BA엔터테인먼트 △윕(wiip) △드라마하우스 △베티앤크리에이터스 △스튜디오버드 △스튜디오슬램 △스튜디오피닉스 △앤솔로지스튜디오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음 △클라이맥스스튜디오 △퍼펙트스톰필름 △프로덕션에이치 △필름몬스터 △하우픽쳐스 등의 제작 레이블을 두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와 '지옥'을 제작한 클라이맥스스튜디오는 현재 웹툰 '유쾌한 왕따' IP를 기반으로 제작중인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몸값' 등 신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와 '런 온'을 제작한 콘텐츠지음은 넷플릭스 유명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의 한국판 리메이크 버전을 제작하고 있다.
프로덕션에이치의 경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할 '모범가족'을 제작중이며, BA엔터테인먼트는 영화 '범죄도시2'와 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 '카지노'를 통해 극장가와 OTT 플랫폼을 동시 공략할 계획이다.
배우 하정우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퍼펙트스톰필름의 경우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을 준비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던 최재원 대표, 송강호 배우 등이 설립한 엔솔로지스튜디오는 현재 충남 당진에서 영화 '거미집'을 촬영중이다.
특히 지난해 6월 인수한 제작사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급한 'D.P.'와 '지옥'이 전 세계적인 반응을 얻으며 SLL의 성장을 견인했다. 실제로 지난해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는 401억5129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드라마하우스'(약 836억원)에 이어 SLL 레이블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프로덕션H', '콘텐츠지음', 'B.A엔터테인먼트', '퍼펙트스톰필름' 등 다른 레이블도 각각 100억~200억원 규모 매출을 올렸다.
SLL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 분야 투자를 늘리는 한편, 미국 외에 다른 지역까지 글로벌 커버리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7월 헐리우드 제작사 윕을 인수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한 SLL은 해외 제작 거점 지역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꼽았다. 일본에서 현지 제작사를 설립하고 동남아시아의 경우 싱가폴 지역을 거점으로 한 법인을 세워 현지 Z세대에 특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정경문 대표는 "올해는 일본 현지 제작사 설립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일본은 잠재력이 큰 IP를 다수 보유한 곳으로 K-콘텐츠를 사랑하는 시장이라는 점이 더해져 매력적이다. 동남아시장의 경우 싱가폴에 법인을 설립하고 K-드라마 수출 뿐 아니라 현지 언어와 문화에 기반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은 어떨까. SLL은 지난해 연결 기준 약 1654억원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88% 가량 증가한 것으로 프리 IPO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은 각각 146.11%와 79.67%로 현금유동성은 다소 낮지만 꾸준히 현금이 들어오고 있는 데다 재무건전성도 양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2020년도 유동비율(56.92%)과 부채비율(259.61%)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된 수치다.
SLL 측은 프리 IPO에 참여하려는 파트너사들이 존재하며 3조원이라는 자금이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충분히 투자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혁 전략실장은 "자금 조달이 급한 상황이 아닌 데다 일부 차입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현재 자금 조달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