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2024년까지 누적 3조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키워서 2024년에는 연매출 2조원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이를 통해 SLL은 전세계 시청자를 사로잡는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사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이것이 국내를 뛰어 넘어 글로벌 스튜디오와 경쟁하는 월드 리딩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SLL의 목표죠"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정경문 SLL 대표는 이 같이 말했다. 1999년 'Cyber 중앙'으로 출발해 'JTBC콘텐츠허브', 'JTBC스튜디오' 등으로 사명을 변경해온 SLL의 야심찬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사명 변경, 비즈니스 구조도 바꾼다
앞서 국내 콘텐츠 제작사 'JTBC스튜디오'는 지난달 31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스튜디오룰루랄라'(SLL)로 사명 변경안을 결의했다. SLL은 '와썹맨', '워크맨' 등의 콘텐츠를 제작한 스튜디오룰루랄라의 브랜드 네임을 차용한 것이다. JTBC스튜디오의 사명 변경 후 기존 스튜디오룰루랄라는 디지털 콘텐츠와 예능을 담당하는 'SLL D-LAB'으로 개편됐다. 

SLL은 사명 변경이 갖는 의미에 대해 '변화'라고 표현했다.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SLL 미디어데이에서 정경문 대표는 "JTBC스튜디오는 우리에게 훌륭하고 안정적인 사명"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JTBC 채널에 방송되는 드라마만 만드는 제작사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 정경문 SLL 대표가 19일 진행한 '미디어데이'에서 기업 비전과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LL)
▲ 정경문 SLL 대표가 19일 진행한 '미디어데이'에서 기업 비전과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LL)
이 대목에서 사명 변경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그간 JTBC스튜디오가 '넷플릭스', '디즈니+' 등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한편 제작사 인수를 통해 외형을 확장한 만큼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볼 수 있다. 

정경문 대표는 "글로벌 탑 티어 제작사가 되기 위해 사명을 SLL로 바꿨다"며 "지금까지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K-드라마의 더 큰 성과를 향한 과감한 도전 의지가 사명 변경에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SLL은 JTBC스튜디오에서 현재 사명으로 변경한 또 다른 이유로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한 변화를 강조했다. 박준서 SLL 제작1본부장은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사명 변경은 채널 중심의 BM을 콘텐츠 중심으로 변경하는 방향성 전환으로 볼 수 있다"며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를 통해 SLL이 전 세계에서 믿고 볼 수 있는 브랜드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레이블 창작 생태계, 해외서 더 넓힌다
SLL이 제시한 연매출 2조원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일까. 채널 중심에서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 동력을 재편하는 계획은 SLL 산하 15개 제작 조직(레이블)을 통해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SLL은 △BA엔터테인먼트 △윕(wiip) △드라마하우스 △베티앤크리에이터스 △스튜디오버드 △스튜디오슬램 △스튜디오피닉스 △앤솔로지스튜디오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음 △클라이맥스스튜디오 △퍼펙트스톰필름 △프로덕션에이치 △필름몬스터 △하우픽쳐스 등의 제작 레이블을 두고 있다. 

▲ SLL과 산하 제작 레이블. (사진=SSL)
▲ SLL과 산하 제작 레이블. (사진=SSL)
각 레이블은 SLL이 지분투자를 통한 인수와 별도 설립을 통해 구축한 곳들로 현재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SLL은 레이블을 통해 연내 35편의 콘텐츠를 공개하는 한편 오는 2024년까지 제작비 투자 펀드 결성 등에 총 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와 '지옥'을 제작한 클라이맥스스튜디오는 현재 웹툰 '유쾌한 왕따' IP를 기반으로 제작중인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몸값' 등 신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와 '런 온'을 제작한 콘텐츠지음은 넷플릭스 유명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의 한국판 리메이크 버전을 제작하고 있다. 

프로덕션에이치의 경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할 '모범가족'을 제작중이며, BA엔터테인먼트는 영화 '범죄도시2'와 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 '카지노'를 통해 극장가와 OTT 플랫폼을 동시 공략할 계획이다. 

배우 하정우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퍼펙트스톰필름의 경우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을 준비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던 최재원 대표, 송강호 배우 등이 설립한 엔솔로지스튜디오는 현재 충남 당진에서 영화 '거미집'을 촬영중이다. 

▲ 정경문 SLL 대표가 산하 레이블과 콘텐츠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LL)
▲ 정경문 SLL 대표가 산하 레이블과 콘텐츠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LL)
이 처럼 다양한 레이블이 독립된 형태로 콘텐츠를 제작해 영향력을 넓히는 것이 SLL이 추구하는 BM이다. 그렇다면 SLL은 그간 얼마나 성장했을까. 지난해 SLL은 약 5589억원의 매출과 약 1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2.5%와 44.7% 가량 증가한 수치다. SSL 산하 15개 제작 레이블 속 200여명의 크리에이터가 만든 300여개의 영화·드라마·예능 콘텐츠로 이뤄낸 성과다.

특히 지난해 6월 인수한 제작사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급한 'D.P.'와 '지옥'이 전 세계적인 반응을 얻으며 SLL의 성장을 견인했다. 실제로 지난해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는 401억5129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드라마하우스'(약 836억원)에 이어 SLL 레이블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프로덕션H', '콘텐츠지음', 'B.A엔터테인먼트', '퍼펙트스톰필름' 등 다른 레이블도 각각 100억~200억원 규모 매출을 올렸다.

SLL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 분야 투자를 늘리는 한편, 미국 외에 다른 지역까지 글로벌 커버리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7월 헐리우드 제작사 윕을 인수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한 SLL은 해외 제작 거점 지역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꼽았다. 일본에서 현지 제작사를 설립하고 동남아시아의 경우 싱가폴 지역을 거점으로 한 법인을 세워 현지 Z세대에 특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정경문 대표는 "올해는 일본 현지 제작사 설립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일본은 잠재력이 큰 IP를 다수 보유한 곳으로 K-콘텐츠를 사랑하는 시장이라는 점이 더해져 매력적이다. 동남아시장의 경우 싱가폴에 법인을 설립하고 K-드라마 수출 뿐 아니라 현지 언어와 문화에 기반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3조 투자? 자금 여력 괜찮을까
그렇다면 SLL은 어떻게 투자금을 조달할까. 일각에서는 SLL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SLL은 JTBC스튜디오로 운영되던 지난해 당시 프리 IPO를 통해 외부에서 4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고, 그에 따라 기업가치도 1조600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 최재혁 SLL 전략실장이 자금 조달 여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SSL)
▲ 최재혁 SLL 전략실장이 자금 조달 여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SSL)
정경문 대표가 제시한 '2024년 2조원 매출 목표'는 프리 IPO 당시 '3년 내 IPO하겠다'는 약정과 일맥상통한다. 관련 약정에 최대 2년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지만 SLL 입장에서는 오는 2024년까지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투자 엑시트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다. 

유동성은 어떨까. SLL은 지난해 연결 기준 약 1654억원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88% 가량 증가한 것으로 프리 IPO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은 각각 146.11%와 79.67%로 현금유동성은 다소 낮지만 꾸준히 현금이 들어오고 있는 데다 재무건전성도 양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2020년도 유동비율(56.92%)과 부채비율(259.61%)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된 수치다. 

SLL 측은 프리 IPO에 참여하려는 파트너사들이 존재하며 3조원이라는 자금이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충분히 투자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혁 전략실장은 "자금 조달이 급한 상황이 아닌 데다 일부 차입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현재 자금 조달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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