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타기업과 '얼라이언스'에 인색한 현대자동차그룹이 KT와 지분 교환을 추진한 건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현대차는 40년 이상 완성차를 제조해 하드웨어 기술은 뛰어나지만,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기술은 취약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완성차 산업의 글로벌한 '전동화 전환(electrificaton)'에 따라 경쟁사들이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에 뛰어들면서 조급해졌다. 자율주행 SW 업체 포티투닷에 이어 KT와 지분 교환까지 추진했다. 최종생산자인 현대차그룹은 과거 완성차만 생산하면서 기업들과 기술협력 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자동차 산업이 자율주행과 AAM(Advanced Air Mobility, 미래 항공 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산업으로 진화하면서 현대차그룹도 높은 수준의 협력인 지분 교환까지 이르게 됐다는 평이다.

현대차와 KT의 얼라이언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네트워크다. 양사는 자율주행을 위한 6G 기술과 AAM의 통신망 등을 공동으로 연구 개발한다. MECA(Mobility service, Electrification, Connectivity, Autonomous)를 실현하기 위한 ‘커넥티비티(Connectivity)’ 분야의 차량 기술 고도화를 함께 추진한다.

▲ (사진=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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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과 AAM, 커넥티비티 등을 구현하기 위해 양사가 네트워크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게 이번 얼라이언스의 핵심이다. 이 기술을 현실화하려면 고품질의 안정적인 통신망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KT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다. 5G는 최대 속도가 20Gbps에 달하는 이동통신 기술로 초저지연성과 초연결성이 핵심이다. 자율주행과 가상현실 등은 5G 기술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특히 자율주행은 인공지능과 카메라를 활용해 수백만대에 달하는 차량이 제공한 영상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 5G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데이터 처리해야 한다. 

6G는 5G(20Gbps)보다 5배 빠른 초당 100기가비트(100Gbps) 이상의 전송속도를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기술에 특화된 네트워크 기술로 현대차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현대차)
▲ (사진=현대차)

AAM을 상용화하려면 네트워크, 관제, 플랫폼 등 연계 산업의 기술 수준이 제고돼야 한다. AAM 운항자, 항공당국, 버티포트 운영자, 운항지원정보 제공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조정해야 한다. 관련 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해 UAM 항공기 사이에서 안전한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UAM 교통을 관리해야 한다.

PSU(Provider of Service for UAM)간 네트워크는 공유 정보의 보안유지 필요성과 공유대상·범위·수준의 형평성 등을 동시에 고려해 운영돼야 한다. 공유된 정보들은 표준화된 방식으로 관리돼야 한다. 즉 AAM을 상용화하기 위해 높은 기술 수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기체 개발, 버티포트(Vertiport, 수직이착륙장) 건설 등 역할을 맡고, KT는 자체 통신위성과 연계해 AAM 운항에 필수적인 관제 및 통신망 등을 구축한다. 양사는 실증사업 및 선행 공동연구를 통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더욱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6G 통신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KT는 자율주행, AAM 통신 네트워크상의 음영지역을 보완할 수 있는 5기의 인공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 총 14개의 인터넷 데이터 센터 등 광범위한 통신 인프라를 확보했다. KT가 네트워크 운영 전문 인력을 활용해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미래 신사업에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도 장점이다.

양사는 다년 간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 파트너로 신뢰 관계를 구축했고, 이날 지분 교환까지 발전하게 됐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1.0%, 1.5%의 지분을 KT가 7.7%의 지분을 자기주식 교환방식으로 취득했다. 양측이 지분 교환으로 이익도 손해도 서로 공유하겠다는 의미이다.

현대차그룹은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조차 꺼릴 정도로 보수적이다. 과거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과 배터리팩 제조 합작사인 HL그린파워를 설립했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LG에너지솔루션의 HL그린파워 지분 49%를 인수해 단독 회사로 바꿨다. 양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등 전략적 협력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는 매우 낮은 수준의 협력으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간 얼라이언스는 매우 축소됐다.  

현대차그룹은 KT의 인프라가 필요해 혈맹을 제안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교환은 매우 높은 수준의 전략적 협력 모델"이라며 "네트워크 인프라가 필요한 현대차그룹은 KT와 다양한 협력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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