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BK기업은행 제공)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이슈로 조 단위 손실이 우려되면서 은행권이 자율 배상안 마련에 나선 가운데 기업은행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ELS 잔액은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현저히 적은 120억원 수준인데, 최대 손실률이 예상되는 올 상반기에는 만기도래 잔액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ELS의 올 상반기 만기 도래 금액은 '0원'으로 집계됐다. 올 하반기 만기도래 예정 금액은 119억원이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규모가 가장 적은 우리은행 판매잔액 415억원보다도 3분의 1 토막이 안되는 수준이다.

(그래픽=임초롱 기자)
(그래픽=임초롱 기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 홍콩H지수 기초 ELS 총 판매잔액은 19조3000억원 규모로 은행 15조9000억원(총 24만8000계좌), 증권 3조4000억원(15만5000계좌)이다. 이 중 10조2000억원가량이 올 상반기에 만기가 집중돼 있는데, 지난 22일까지 3조1393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왔다. 평균 손실률은 51.2%로 손실 규모는 1조6066억원에 이른다.

기업은행이 2021년 상반기 당시 홍콩H지수 기초 ELS를 판매하지 않았던 까닭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시행 이후로 늦추는 등 보수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021년 금소법이 제정되고 규정이 정비된 이후 절차에 따라 위험도가 낮은 상품군 위주로 순차 판매하기 시작했으나 적극 판매했던 기조는 아니었다"며 "타행의 경우 금소법 제정 이전부터 판매하면서 행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했던 부분이 있지만, 당행은 홍콩 ELS 판매 관련 KPI 반영도 없었던 데다가 고객 요청시에만 판매된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판매한 홍콩 ELS는 판매 시점, 판매 상품 구조마다 다르지만 만기 도래 시 홍콩H지수가 투자 당시의 65~70%까지는 돼야 수익 상환이 가능하다. 2021년 상반기 동안 홍콩H지수가 1만2000포인트까지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동안 최소 7000포인트 선까지는 올라와야 손실 투자자가 줄어들기 시작해 8400포인트가 돼야 원금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안 생기게 된다. ELS는 보통 3년 만기 상품으로 판매된다.

올 들어 홍콩H지수는 6000포인트를 넘긴 적이 없다. 올해 최고점은 지난 14일 장중 기록한 5999.2포인트다. 지난 1월 하순에는 5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엔 5754.65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급격한 지수 반등 없이는 금융권 추가 손실금 역시 조 단위에 달할 것은 자명한 수순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홍콩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안'을 내놓으면서 금융권의 불완전판매를 사실상 확정했다. 이 조정안에 따르면 판매회사와 투자자별 책임을 각각 반영해 최종 배상비율 산정에 나서기로 했는데, 이론상으로는 0~100%까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우리은행을 필두로 임시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자율 배상안 논의에 돌입한다. 금감원이 권고한 기준안에 따라 금융권에서 추산하는 손실률 50%·배상률 40%를 적용하면 은행권의 전체 배상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기업은행은 홍콩H지수 추이를 보고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반기에는 홍콩H지수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돼 예상 손실금 자체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관련 이사회 개최 계획도 기업은행은 아직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손실 사례가 없어 금감원의 대표사례 분쟁조정위원회와 타행 사례, 향후 당행 검사결과(시행여부 미정)와 필요 시 법률 검토의견 등을 종합해 분쟁조정 기준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타행처럼 배상안 마련을 위한) 이사회의 경우 아직 정해진 바 없으며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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