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극한 가운데 한앤코가 남양유업에서 펼칠 '엑시트 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남양유업의 대표제품 맛있는우유GT 이미지.(사진=남양유업 홈페이지 캡처)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극한 가운데 한앤코가 남양유업에서 펼칠 '엑시트 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남양유업의 대표제품 맛있는우유GT 이미지.(사진=남양유업 홈페이지 캡처)

사모펀드(PEF) 운영사 한앤컴퍼니가 홍원식 회장과 3년여 간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면서 '뉴 남양유업'호의 닻을 올린다. 2020년 이후 누적 적자만 약 3000억원에 달하는 남양유업을 손에 넣은 한앤코가 앞서 2013년 웅진식품을 1150억원에 매수하고 2019년 2600억원에 매각했던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성공적인 '엑시트'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누적 손실만 약 3000억원 남양유업, 한앤코 품으로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오는 29일 열릴 제60기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나 직후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현재 남양유업 경영진을 대거 교체할 계획이다.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은 남양유업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은 임시 의장 및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한앤코로 인해 60년 간 이어온 오너경영 체제는 끝났지만 현재 남양유업을 둘러싼 대·내외환경은 녹록치 않다. 2019년까지 흑자를 이어온 남양유업은 2020년부터 767억원 → 2021년 779억원 → 2022년 868억원 → 2023년 724억원으로 총 3138억원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시작으로 2019년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투약 사건, 2020년 경쟁사 비방 댓글 지시 논란, 2021년 불가리스 사태 등으로 기업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남양유업은 제품 판매 촉진을 위해 '판매비와 관리비'를 비중을 늘렸지만 실적 하락세를 피하진 못했다. 지난해 남양유업의 판관비는 2607억원으로 연간 매출(9967억원)의 26.1%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경쟁사인 매일유업,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판관비가 각각 연간 매출의 23.8%, 13.7%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1+1·1+2 등 특가 행사를 자주 했단 뜻인데 결과적으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도 못했다. 남양유업의 재고자산은 2018년 1348억원에서 지난해 1858억원으로 뛰었다.

원유 가격 인상 등 원가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돌파구인 사업다각화를 이뤄내지도 못했다. 지난해 낙농진흥회 소위원회가 원유 공급가를 기존 ℓ당 996원에서 1084원으로 약 8.8% 인상하기로 하는 등 유업체의 원가 부담은 급격히 커졌다. 남양유업도 매출원가율이 2018년 75.0%에서 지난해 81.1%로 상승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단백질, 건기식 제품이 포함된 '기타부문' 매출은 2018년 2735억원에서 지난해 2975억원으로 5년 사이 240억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 매일유업의 단백질 브랜드 셀렉스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 4400억원, 일동후디스 하이뮨은 2020년부터 지난해 10월 누적 매출 4000억원을 올렸다. 2021년부터 한앤코와 홍 회장이 경영권을 놓고 법정 분쟁을 이어가는 동안 남양유업은 우유 소비 감소, 단백질 식품 소비 증가에 따른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사업다각화 속도가 늦어졌다"면서 "2022년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을 출시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경쟁업체가 시장을 선점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앤코의 남양유업, 무엇이 달라질까

업계에서는 한앤코의 남양유업이 '제2의 웅진식품' 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한앤컴퍼니)
업계에서는 한앤코의 남양유업이 '제2의 웅진식품' 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한앤컴퍼니)

한앤코는 이미 식음료(F&B) 기업의 성공적인 엑시트를 이뤄낸 바 있다. 한앤코는 2013년 웅진식품을 1150억원에 사들인 후 커피, 두유, 홍삼음료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품에 대한 생산 축소·중단을 단행하며 사업 교통정리에 나섰다. 이후 2014년 가야농장으로 유명한 '동부팜가야'와 과자업체 '대영식품'을 인수하는 등 유사업체를 인수합병해 회사 가치를 상승시키는 '볼트온' 전략도 펼쳤다. 이를 토대로 한앤코는 2019년 3월 웅진식품을 대만의 퉁이그룹에 2600억원이란 금액에 매각했다.

한앤코의 남양유업도 '제2의 웅진식품'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유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탈지분유·전지분유를 사용하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품군들은 원재료 함량 재조정이나 제품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한 백미당 등 외식사업을 매각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차례 재미를 봤던 볼트온 전략이 시행될 가능성도 크다. 남양유업은 1999년부터 '무차입 경영'을 선언하고 현재까지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남양유업의 지난해 부채총계는 1124억원, 자본총계는 6782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6.5%에 불과하다. 경쟁사 매일유업의 부채비율은 80.1%다. 남양유업의 유동자산이 여전히 3770억원에 달한다는 점과 낮은 부채비율은 볼트온 전략에 최적의 요건이 된다.

남양유업 적자의 원인이 품질이 아닌 '오너리스크'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업계에서도 남양유업이 이미 분유나 발효유 부문에서 제품력과 영업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 쇄신만 성공한다면 재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남양유업의 매출 또한 2020년 9489억원 저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9968억원까지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 이는 고정적인 소비층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현재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사명 변경' 카드도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남양유업의 사명이 창업주 일가인 '남양 홍씨'에서 유래됐고 오너리스크로 기업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미지 쇄신을 위해 사명 변경은 반드시 거쳐야 할 수순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남양유업이 부채비율이 낮은 알짜기업이면서 품질력을 갖추고 고정적인 소비층이 존재한다는 점이 한앤코에게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 "한앤코는 남양유업을 제2의 웅진식품 사례로 만들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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