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제1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최지원 기자)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제1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최지원 기자)

 

"30만원이던 주가가 10만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경영진들이 경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2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제17기 정기주주총회' 현장에서는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과 SK온 경영진은 배터리 사업 부문 자회사의 실적을 끌어올려 전체 주가를 부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한 주주는 "현재 주가는 지난 10년간 코로나 초창기였던 몇 개월을 제외하고는 줄곧 최저점"이라며 "이는 SK이노베이션이 시장에서 완전히 신뢰를 잃은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주주들에게 유상증자로 모은 돈 중 4000억원이 미래 투자보다는 부채 상환, R&D 캠퍼스 설립 등에 쓰이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2021년 초 32만원에 육박했던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023년 9월 유상증자 이후 곤두박질쳤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만큼 주가 하락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1월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장중 10만83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은 0.5배로 올 초 기준 국내 코스피 상장사 평균(0.9배)에 훨씬 못 미친다. PBR은 주가(시장가치)를 순자산(장부상가치)으로 나눈 지표로 상장기업의 가치평가 기준 지표다. SK이노베이션의 낮은 PBR은 주가가 기업 순자산 가치보다 훨씬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2021년 초 27조원이 넘었던 시가총액은 현재 11조원대로 반토막났다. SK이노베이션이 정유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돈이 SK온 설비투자에 쓰이고 있지만 여전히 실적으로는 이어지지 않은 영향이다.

김준 부회장은 "주가가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에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다만 회사가 주주들을 이용해 회사의 이익만 가져간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인 만큼 여러분의 기대에 맞출 수 있도록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동수 전략재무부문장은 주가 부진 원인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계열이 석유나 윤활유 산업 쪽에서 좋은 캐시플로우(현금흐름)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런 부분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현실적으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이차전지 섹터 영향을 많이 받는데 작년 하반기 이후 전기차 시장에 대한 수요가 주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빠르면 올해 하반기, 적어도 내년에는 전기차 시장이 회복되면서 SK온 수익성이 개선되고 SK이노베이션 주가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SK온은 늦어도 2028년까지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아무리 늦어도 2028년에는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 1∼2년 가량 투자자들과 협의해 상장 시점을 조율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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