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나투어)
(사진=하나투어)

 

국내 최대 종합여행사 하나투어가 매각될 경우 기업가치는 얼마로 평가받을까. 현재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하나투어의 시가총액이 1조원 안팎으로 형성된 가운데 이에 육박하는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하나투어의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한 주관사 선정에 돌입했다. 매각 대상은 특수목적법인(SPC) ‘하모니아1호 유한회사’를 통해 보유한 하나투어 지분 16.68%와 창업자인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6.53%), 권희석 부회장(4.48%)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친 27.7%다.

최근 하나투어의 시가총액(1조249억원·28일 종가)을 고려하면 매각 대상 27.7%의 순수 시장가치는 2839억원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하모니아 1호 1710억원, 박 회장 669억원, 권 부회장 459억원 등으로 파악된다.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반영할 경우 하나투어 매각 규모는 IMM PE가 2019년 처음 인수했을 당시 목표로 삼았던 4000억원 수준까지 오를 전망이다.

다만 당장 하나투어의 재무, 주가 등 지표만으로 정략적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중론이다. 실적만 보더라도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한 시기가 불과 작년이었던 데다 코로나19 종식과 여행업계 회복추이 등 외부적 상황과 브랜드 가치 등 따져봐야 할 프리미엄·디스카운트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하나투어의 경우 정성적으로 분석할 요인이 많아 매도자와 인수자간 서로 제시하는 가격 차이가 클 수 있다”며 “당장 나오는 실적보다 업황이나 하나투어의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반영될 지 중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 종사하는 한 심사역은 “대기업은 비교적 정략적인 평가가 가능하지만 이렇게 평가한 수치를 정확한 기업가치라고 단정짓기는 무리가 따른다”며 “거래자들의 협상에 따라 가격구조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적정가를 논할 땐 △과거 성사된 유사 M&A 멀티플 △매물이 상장기업이라면 시가 △기상장 동종업체(피어그룹)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시가총액 대비 내재가치(P/EV),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참고한다.

이때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가 기업가치 계산의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EBITDA를 기반으로 기업의 연간 현금창출능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M&A는 원매자와 매도자 간 협상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항상 같은 멀티플이 적용되진 않는다. 현재의 성장세가 유지된다는 확신이 있는 업종은 EBITDA에 두 자리 수 이상의 멀티플이 적용되기도 하나, 그렇지 않으면 한 자리 수에 거래되는 경우도 많다.

여행사의 경우 최근 코로나19 팬데믹부터 종식을 거치면서 M&A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지만 최근 수년간 딜이 성사된 사례는 많지 않다. 에비타멀티플(EV/EBITDA)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직전에 이뤄진 여행사 M&A로는 2021년 1월 교원그룹의 KRT(현 교원투어) 인수를 들 수 있다. 당시 교원그룹 계열사 교원라이프는 KRT 오너 김수연씨가 가진 지분 89.3%를 비롯해 100%를 34억원(지분법적용투자주식 기준)이란 저렴한 가격에 취득했다.

그러나 2020년 말 KRT의 EBITDA가 적자였던 데다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시 적용된 멀티플을 그대로 쓸 수 없다. 게다가 KRT 인수가 이뤄졌던 때는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여행업계가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기업가치 평가에 왜곡이 있어 하나투어 딜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하나투어는 IMM PE에 피인수된지 얼마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시달렸다. 2020년부터 3년간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이어오다 지난해 영업이익 34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4116억원, 당기순이익은 591억원이다. 시가총액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3.77배, 에비타멀티플(EV/EBITDA)은 16.88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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