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본사 T타워 전경. (사진=SK스퀘어)
SK스퀘어 본사 T타워 전경. (사진=SK스퀘어)

SK스퀘어가 2조원의 자체 투자 재원을 확보해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선다. SK스퀘어는 현재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업황이 좋지 않아 당장 현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피력한 것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SK하이닉스의 현금창출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수펙스홀에서 열린 제 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2025년까지 약 2조원의 자체 투자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SK스퀘어는 지난 2021년 SK텔레콤(SKT)에서 인적분할해 출범한 투자전문회사다. SK그룹의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을 담당하는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으며 산하에 SK하이닉스를 보유하고 있다. SK스퀘어는 투자전문회사 특성상 스스로 매출을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때문에 수익의 대부분이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배당금과 지분의 매각으로 이뤄진다.

인적분할 이후 SK스퀘어의 실적이 온전히 반영된 지난 2022년 별도기준 회사의 배당수익은 5909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SK하이닉스 보유지분(20.07%)에 대한 배당 수익은 3565억원이다. 전체 배당수익의 60.3%를 차지했다.

2023년 SK스퀘어의 배당수익은 총 1771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SK하이닉스 지분에 대한 배당금은 1753억원으로 SK스퀘어 총 배당수익과 비슷한 규모다. 투자 지분 매각을 제외하면 사실상 SK하이닉스의 배당 수익이 SK스퀘어의 수익을 담당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고 연간 주당 1200원의 고정배당금과 잉여현금흐름(FCF)의 5%를 추가배당하기로 결정했다. FCF란 기업이 지출하는 유형자산 투자, 연구개발 등 일상적인 기업 활동을 제외하고 기업이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이에 더해 2022년부터는 분기배당도 실시하고 있다.

 

(자료=SK스퀘어 사업보고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해 매출 32조7657억원, 영업손실 7조73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2022년) 대비 26.6% 감소했으며 적자전환했다. 영업활동 이후 남은 돈이 없어 배당 또한 연간 1200원의 고정배당만 실시했다. SK스퀘어는 1억4610만주의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해 총 1753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SK스퀘어는 지난해 SK쉴더스 잔여 지분매각대금(미수금) 4500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 5065억원, 배당수익 1771억원 등을 포함해 1조원 가량의 현금 유입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SK스퀘어는 2023년 말 연결기준 1조2709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SK스퀘어는 SK쉴더스를 비롯해 이미 주요 포트폴리오를 처분했기 때문에 당장 수익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남은 주요 포트폴리오인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등은 실적 악화로 인해 시장에서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

SK스퀘어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해 매출 8655억원, 당기순손실 131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원스토어는 매출 1674억원과 당기순손실 333억원을, 티맵모빌리티는 매출 2940억원 당기순손실 423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포트폴리오가 모두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SK스퀘어가 2025년까지 2조원의 투자 재원 마련을 발표한 이유는 SK하이닉스의 업황 회복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 확실한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4년 1분기 1조4741억원, 연간 12조67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퀘어는 향후 반도체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반도체 전문가를 영입해 투자 전담 조직을 구성했으며 반도체 밸류체인 내 전·후공정 영역에서 투자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신한금융그룹, LIG넥스원 등과 1000억원을 공동 출자해 설립한 투자법인 TGC스퀘어를 통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투자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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