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형사부는 2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에 대한 5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사진=윤상은 기자)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형사부는 2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에 대한 5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사진=윤상은 기자)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일어난 시세 조종 의혹 관련 재판에서 검찰은 카카오가 그룹 차원에서 해당 혐의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 주요 경영진의 메신저 대화록, PC회의 기록, 당시 카카오가 법무법인에서 받은 자문 의견 등을 증거로 삼았다. 배 총괄은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형사부는 2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배 총괄과 카카오 법인에 대한 5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와 함께 SM엔터를 인수했다. 이 때 하이브와 SM엔터 지분을 놓고 경쟁했다.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SM엔터 지분 9.05% 매입을 공시하자 하이브는 이를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후 하이브는 SM엔터 창업자인 이수만 지분을 인수하고, 1주당 12만원에 SM엔터 주식을 공개 매수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막기 위해 사모펀드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펀드 자금을 동원하는 식으로 2400억원을 들여 SM엔터 주식을 고가 매입했다고 봤다.

 

검찰 "김범수 포함 경영진, SM엔터 주식 매입 결정"

검찰은 카카오의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의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시세 조종에 관여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하이브의 공개 매수 시기 카카오의 주식 매입을 결정하는 투자심의위원회(이하 투심위) 온라인 회의 기록을 제시하며 "(주식 매입은) 투심위에 참여한 김범수(창업자 겸 CA협의체 의장), 홍은택(전 대표), 배재현(투자총괄), 김기홍(전 최고재무책임자. CFO), 권대열(CA협의체 ESG위원장), 김성수(전 카카오엔터 대표), 이진수(전 카카오엔터 대표) 등 대표급 임직원의 공통된 인식이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투심위가 열리기 전 배 총괄과 김 전 CFO가 나눈 PC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증거에 따르면 배 총괄은 "(SM엔터는)카카오그룹의 실적 위기를 극복해줄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며 "위험해 보일지라도 인수를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김 전 CFO는 "(투심위에서)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자)이 제이(배 총괄) 손 들어주실 것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오늘 공개매수 꼭 저지해주세요"라고 답한다.

검찰은 투심위에서 SM엔터 매입 결정이 내려지자 배 총괄이 시세 조종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보면, 배 총괄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과 나눈 대화 기록에서 "일단 (SM엔터 주식을) 12만300원까지는 만들어놓고 사기 시작해"라고 말한다.

검찰은 이에 관해 "피고인(배 총괄)이 명시적으로 시세 조종을 실시했다"며 "당시 주가 상황은 12만원 이하에서 오르내리고 있었고, 공매도 물량이 계속 쏟아지고 있어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하이브와 정당한 지분 경쟁 강조

배 총괄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변호인은 "12만300원은 전날 종가일 뿐 빨리 주식을 사서 시세를 올리라는 내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하이브는 SM엔터 창업자 이수만의 주식을 매입해 SM엔터의 지분 14% 정도를 보유했다. 카카오는 약 9%의 지분을 지녔다. 이에 더해 카카오가 장내에서 5% 미만으로 SM엔터 주식을 더 매입해 대략 14% 정도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관해 변호인은 "카카오도 14% 정도 지분을 가지면 (SM엔터 인수를 두고 하이브와) 대결해볼 만 하다고 본 것으로 정리된다"며 "특히 이날(지난해 2월28일)은 사실상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세조종 자금 펀딩으로 마련 vs 법무법인도 '문제없음' 의견

검찰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시기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을 매입할 때 펀드 자금을 동원한 정황을 소명했다. 이를 위해 김 전 CFO와 권대열 카카오 CA협의체 ESG위원장(전 정책센터장)의 협업툴 카카오웍스 대화록을 제시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1월 기업공개(IPO)를 약속하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E),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1조154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 투자금 중 일부가 SM엔터 주식 고가 매입에 이용됐다.

검찰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김 전 CFO와 권 위원장의 대화 내용을 읊었다. "(김 전 CFO가 권 윈원장에게 말하기를) 이번 펀딩(PIE와 GIC의 투자) 자금으로 SM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아직 돈이 안 들어왔고 주가는 계속 오르는데 일단 카카오가 먼저 2000억원으로 계약금을 지급한 뒤 나중에 카카오엔터가 돈을 받으면 카카오에 넘기는 구조로 피고인(배 총괄)이 만든 것 같다"는 내용이다.

카카오엔터는 PIE와 GIC 투자금을 1·2차에 걸쳐 받았다. 검찰은 "(하이브의 공개 매수 초반에) 1차 납임금 금액 490억원이 시세 조종에 사용됐는데, PIE와 GIC의 사전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금액 한도가 500억원이었다"고 부연했다.

 

(이미지=블로터DB)
(이미지=블로터DB)

반면 배 총괄 변호인은 카카오 측이 SM엔터 주식 매입은 시세 조종이 될 것이라고 생각 조차  못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이 김성진 카카오엔터 미래전략실장과 사적 통화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통화에서 강 실장은 "꼭 시가로 사야 한다. 시세 조종 행위하지 않게 (시가) 위나 밑으로 사면 안 된다고 했다"며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변호인은 카카오가 법무법인 율촌에서 받은 법률 자문 내용을 근거로 카카오의 경영진 모두가 시세 조종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하이브의 공개 매수 기간 내 SM엔터 주식 장내 매집을 결정하기에 앞서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검토했다. 자문을 맡은 율촌은 시세조종 혐의가 될 수 있는지를 포함해 포괄적으로 살폈다. 율촌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시세 조종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배 총괄 변호인은 "법률적인 조력을 받는 과정에서 '시세 조종 혐의가 되지 않을까요?'라고 묻지 않았는데, 율촌이 선제적으로 검토한 것"이라며 "당시 카카오 측은 시세 조종 자체에 관한 인식 조차 없었기 때문에 묻지도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배 총괄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을 두고 "시점과 당시 상황이 맞지 않는 증거가 있다"며 향후 재판부에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배 총괄은  법정에 들어서며 심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공판 중  검사가 제출한 증거물이 표시된 모니터를 지속해 응시하고, 중간중간 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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