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엠앤엠(MnM)의 고순도황산(PSA). (사진=LS엠앤엠)
LS엠앤엠(MnM)의 고순도황산(PSA). (사진=LS엠앤엠)

LS가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는 '배·전·반(배터리·전기자동차·반도체)' 중 반도체는 아직 뚜렷한 신사업 구상이 나타나지 않은 분야다. 배터리 소재와 전기차 부품, 충전 인프라 등에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는 반면 반도체는 회사의 주특기인 전력 인프라 경쟁력을 활용해 반도체 제조시설에 전력 인프라를 공급하거나, 일부 공정에서 사용되는 소재를 생산하는 정도에 그친다.

아직 새로운 매출이 발생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LS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 속에서 새로운 기회 영역을 발굴하는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현재 주력하는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본격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기업공개(IPO)로 추가적인 자금 조달에 여유가 생긴다면 배터리 사업과 마찬가지로 인수·합병(M&A)이나 새로운 사업 법인을 신설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LS엠앤엠, 반도체용 '고순도황산' 제조

현재 LS의 반도체 사업을 견인하는 회사는 LS엠앤엠(MnM)과 LS일렉트릭이다. LS엠앤엠은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고순도황산(PSA)을 반도체 공장에 납품한다. LS일렉트릭은 대규모 제조시설에 필요한 핵심 설비인 배전시스템을 공급한다. 반도체나 배터리 공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다.

LS엠앤엠이 생산하는 PSA는 반도체 제조에 활용될 수 있도록 높은 순도를 갖춘 황산을 말한다. 공정 사이에 잔여 이물질을 제거하는 세정공정에서 주로 쓰인다. 세정공정을 통해 반도체원판(웨이퍼)에 남은 불순물이 제대로 씻기지 않으면 반도체 품질을 낮추기 때문에 고품질의 전용 소재가 투입된다. 제거하려는 오염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소재가 활용된다. PSA는 과산화수소와 배합돼 유기물을 없애는 '피라냐' 세정 방식에 활용된다. 과산화수소나 불화수소만큼 범용적으로 쓰이는 세정용 소재는 아니지만 PSA 역시 공정에 투입되는 비중이 높은 핵심 소재 중 하나로 꼽힌다.

LS엠앤엠은 지속적인 증설을 통해 현재 연간 18만톤 이상의 PSA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생산은 동제련과정에서 생기는 아황산가스(SO2)를 기반으로 여러 정제 과정을 거쳐 PSA를 추출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고려아연과 시장을 양분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핵심 고객사로 두고 있다.

LS엠앤엠이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소재를 직접 제조해 판매한다면, LS일렉트릭은 간접적인 전 인프라 영역에서 매출을 올린다. 지난해에는 북미 시장에 진출한 국내 반도체, 배터리 기업의 생산시설을 겨냥해 현지에 첫 생산거점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텍사스 테일러에 건설하는 신규 파운드리(수탁생산)에 배전시스템을 공급하는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수주 규모는 약 1700억원이다.

 

아직 '구상' 단계...M&A 가능성에 촉각

하지만 LS엠앤엠의 PSA와 LS일렉트릭의 반도체용 배전시스템은 LS가 반도체를 미래먹거리로 키우겠다고 선언하기 전에도 주력해 온 분야로, 신사업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아직 LS의 반도체 신사업은 구상 단계인 셈이다.

배터리 소재 영역은 LS가 기존에 추진해 온 사업과 시너지를 낼 여지가 높고 그만큼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기가 용이하다. LS엠앤엠이 본업인 동제련사업을 통해 쌓은 원자재 조달 경쟁력이나 정련 기술은 배터리 소재 분야에 이식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평가된다. 반면 반도체 소재 부문은 미세한 공정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화학물질을 초고순도로 추출하는 역량을 갖춰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진입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시장 환경의 차이는 LS가 반도체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M&A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PSA에 이어 또 다른 소재기업을 사들이거나, 팹리스(설계) 등 본격적인 개발 분야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가 쏠리는 배터리나 전기차 분야와 달리 반도체는 아직 스터디에 가깝다"며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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