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출원한 상표권이 메타버스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많았는데 연관성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 거주할 수 있는 니즈를 만들어 내는 것이 엔씨소프트 메타버스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밝혔다. 게임 사업 외에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먹거리로 바라보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거주성'이라고 설명했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편집=채성오 기자)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편집=채성오 기자)
거주성에 대한 니즈는 한 마디로 '얼마나 오랜 시간 플랫폼 안에 머무는 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다양한 즐길 거리를 찾고,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될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게임 콘텐츠 위주의 '로블록스'나 실제 라이프 커뮤니티를 표방한 '제페토' 같이 가상공간의 특성을 얼마나 잘 살릴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추가될 또 하나의 변수가 있으니 바로 '크립토'(Crypto)다. 

미니버스·팬파서블, 상표권에 다 나와 있다?
리니지 지적재산권(IP)을 비롯해 게임사업만으로만 25년의 업력을 쌓은 엔씨소프트가 메타버스라는 신사업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의외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앞서 지난해 1월 엔씨소프트는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출시하고 엔터테인먼트 기반의 글로벌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전통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닌 엔씨소프트가 팬덤 플랫폼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게임 기반의 유저풀을 글로벌 권역으로 확대할 기회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블록체인 기반의 메타버스 산업이 시대의 흐름 속에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플랫폼을 확보한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관련 영역으로의 확장할 수 있는 틀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 지난달 21일 엔씨소프트가 출원한 상표권들. (사진=특허정보넷 키프리스 페이지 갈무리)
▲ 지난달 21일 엔씨소프트가 출원한 상표권들. (사진=특허정보넷 키프리스 페이지 갈무리)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유니버스'를 활용한 메타버스 사업 확장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말,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팬덤 기반 프로젝트' 관련 채용 공고에서 메타버스 구축 인력을 모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실시간 3D 그래픽 구현에 활용하는 언리얼엔진4·5 및 모션캡쳐 애니메이션 경험을 필수 조건으로 내세웠다. 최대한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 기반의 매타버스 환경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한 상표권도 출원을 마친 상태다. 앞서 <블로터>는 지난 2월 엔씨소프트가 출원한 '미니버스'(Miniverse) 상표권과 메타버스 플랫폼의 연관성을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엔씨소프트가 출원한 미니버스 상표권의 상표설명/지정상품 내용에 △가상현실 소프트웨어 △메타버스 콘텐츠 운영 소프트웨어 △메타버스용 게임 소프트웨어가 명시된 만큼 메타버스 플랫폼과 밀접한 서비스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니버스와 별개로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1일 '팬파서블'(FANPOSSIBLE)과 '팬파'(FANPA)라는 상표권을 각각 출원했다. 해당 상표권의 상표설명/지정상품은 다양한 내용이 추가된 만큼 이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온라인 환경 기반의 콘텐츠 제공 부문이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상표권 이름을 뜯어보면 'FAN+POSSIBLE'이나 'FAN+PA(RTY)'로 유추할 수 있어 팬덤 기반 서비스가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NFT 탑재한 리니지W, 메타버스 변수될까
이는 홍원준 CFO가 컨퍼런스콜을 통해 밝힌 '상표권의 연관성'과 일맥상통한 대목이다. 그는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준비중인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해 "계획 중인 메타버스는 유니버스도 그 일부가 될 수 있지만 그것보다 큰 개념"이라며 "엔씨소프트의 메타버스는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가 그 안에서 구현되는 플랫폼을 만드는 전략이다"고 설명했다.

▲ (사진=게티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
홍원준 CFO는 크립토 역시 메타버스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NFT를 포함한 크립토 환경을 기반으로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한편 게임과 콘텐츠가 융합된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거주'라는 표현을 쓰면서 유저가 머물 수 있는 체류시간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 기존에 나온 P2E 개념과 다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팬덤 기반 서비스 유니버스가 메타버스 플랫폼 내부에 탑재되는 한편 아티스트의 NFT 상품이나 특정 '아바타' 같은 가상세계에서의 커스터마이징이 주요 서비스가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거주성을 강조한 만큼 오픈월드 형태의 가상공간은 필수적인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 분야에서의 연관성을 특정하면 내년 4분기 NFT 기능이 탑재된 '리니지W'를 제2권역(북미·서구권)에 선보일 계획인 만큼 메타버스 플랫폼 내 관련 게임들이 탑재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다만, 리니지W 2권역 출시가 내년 4분기로 계획된 만큼 관련 게임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환경은 미리 구축돼야 하므로 빠르면 3분기 들어 '엔씨소프트표 메타버스'를 볼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 엔씨소프트 분기별 실적 추이. (사진=엔씨소프트 IR북 갈무리)
▲ 엔씨소프트 분기별 실적 추이. (사진=엔씨소프트 IR북 갈무리)
이미 엔씨소프트는 올 1분기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모바일 게임 분야의 호조로 790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분기 최대기록을 경신했다. 리니지M과 리니지W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의 현금 창출 능력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데다, 현재 준비중인 차기작 'TL'과 '리니지W' 2권역 출시가 오는 4분기로 예정된 만큼 남은 기간 크립토 환경 구현 및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집중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이 가시화 되면서 최근에는 콘텐츠 경쟁력이 흥행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엔씨소프트의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정체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엔터 영역과 게임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 인프라에 블록체인 기술이 더해질 경우 유저풀 면에서 두터운 뎁스를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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