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복귀한 '스페셜포스 썸머 포너먼트'. (사진=드래곤플라이)

#올해 8월 드래곤플라이는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3' 참가 소식을 전했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찾는 지스타다. 드래곤플라이는 PC 온라인 FPS(1인칭 슈팅게임) 스페셜포스를 모바일 게임으로 선보이고, FPS 외 다른 장르의 게임도 공개할 예정이다.

#같은 달 초에는 스페셜포스의 e스포츠 대회인 오프라인 '썸머 토너먼트'를 부활시킨다고 밝힌 바 있다. 스페셜포스 오프라인 e스포츠 대회는 6년 만이다. 

#이보다 더 앞선 지난 6월, 드래곤플라이는 자사 대표 게임인 '스페셜포스' IP(지식재산)를 다각도로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전략을 공개했다. 

이는 최근 드래곤플라이가 보인 행보다. 종합해보면 드래곤플라이는 게임 업계에서 모습을 감춘 듯이 조용했던 지난 4년을 뒤로하고 자사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스페셜포스 IP로 사업다각화를 진행, 게임사로서 재도약한다는 목표다. 
 

최대주주 수차례 변경…실적 부진 지속

스페셜포스로 알려진 게임사 드래곤플라이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흐려졌던 게임사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고 있다. 스페셜포스 IP를 다각도로 활용하는 동시에 e스포츠 대회 다시 개최하고 있다. 또 14일에는 FPS '스페셜포스2'를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박인찬 전 드래곤플라이 대표이사가 2019년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경영 정상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박인찬 전 드래곤플라이 대표이사가 2019년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경영 정상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드래곤플라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많은 변화를 겪은 게임사 중 하나다. 2004년 출시된 스페셜포스로 성장했지만 다른 히트작을 내지 못하며 실적이 악화됐고 최대주주도 수차례 바뀌며 어려움을 겪었다.

드래곤플라이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박철우·박철승 형제는 2020년 11월 반도체 장비 업체 시스웍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줬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시스웍에서 의료기기 업체 피에이치씨로, 올해 3월에는 시티랩스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현재 최대주주인 시티랩스는 ITS (지능형 교통 체계) 통합솔루션 기업이다. 

드래곤플라이의 최대주주 변화가 시작된 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당시 드래곤플라이가 경영난을 겪으며 실적 부진 탈출을 고심하던 중 최대주주 변경을 기점으로 게임과 의료사업을 접목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면서다. 국내 게임사로서는 첫 도전이었다.

이는 1년 전 드래곤플라이의 경영 정상화 계획과 정반대되는 행보였다. 드래곤플라이는 매출 감소와 함께 영업손실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이 시기의 드래곤플라이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2017년 76억원 △2018년 64억원 △2019년 61억원으로 감소하는 추세였고, 영업손실은 △2017년 55억원 △2018년 59억원 △2019년 45억으로 나타났다. PC 게임으로 성장하며 2009년 상장했지만, 모바일 중심 게임 시장에서 부진을 겪은 탓이다. 드래곤플라이가 2016년부터 스페셜포스 IP를 중심으로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게임 사업에 뛰어든 것도 실적 반등을 위한 방안이었다. 

박인찬 당시 드래곤플라이 공동대표는 2019년 11월 향후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온라인 신작과 AR, VR 게임을 사업을 진행하며 3년 내 영업이익률을 2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드래곤플라이는 또 CJ와 협업해 '신비아파트' IP를 기반으로 한 AR 게임의 출시와 서울 신도림 테마파크를 주축으로 VR 테마파크 운영, 나아가 VR e스포츠 운영까지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었다. 당시 박인찬 전 대표이사가 "이번에 경영 악화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표이사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드래곤플라이는 경영 정상화에 간절함을 보였다. 

 

경영난에 닥친 코로나19, 최대주주 거래정지 수모도

하지만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드래곤플라이의 계획은 전면 수정을 피할 수 없었다. 먼저 2020년 9월 박인찬 전 대표가 사임하고 창업주인 박철승 단독 대표체제를 시작하며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그 후 2개월 뒤인 2020년 11월, 드래곤플라이의 최대주주는 창업주 박철우·박철승 외 6인에서 시스웍으로 변경됐다. 시스웍은 의료기기 업체 비비비가 2020년 8월 인수한 반도체 장비 기업이다. 
 

드래곤플라이의 지난 4년 간 최대주주 및 대표이사 변경 내용. (자료=안신혜 기자)

드래곤플라이는 이후 게임과 의료기기 및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한 사업에 도전하겠다는 출사표를 냈다. 주주총회에서는 △의료기기 연구개발 △반도체 장비 개발 및 판매 서비스 △생물공학 관련 제품의 연구개발 등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갑작스러웠지만 드래곤플라이의 경영난과 코로나19로 의료 사업이 흥행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2020년 12월 박철승 대표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고, 김재식 당시 비비비 부사장이 새 대표에 올랐다.

문제는 그럼에도 당시 드래곤플라이의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디지털 치료제 부문 투자가 지속되면서 게임은 물론 신사업에서도 당장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이에 게임과 의료기기 사업을 모두 잡겠다는 계획은 자충수가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에도 드래곤플라이의 최대주주 변경 흑역사는 계속됐다. 드래곤플라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던 시스웍이 반대매매를 당하면서 2022년 4월 2대주주였던 피에이치씨가 드래곤플라이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피에이치씨는 코로나19 항체 신속진단키트 개발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같은 달 감사보고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거래정지됐다. 이때부터 드래곤플라이의 최대주주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랐다.  

드래곤플라이는 게임과 의료사업 접목이라는 명목으로 게임사 명맥을 이어갔지만 이 시기에도 경영난이 계속됐다. 이 시기의 드래곤플라이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2020년 38억원 △2021년 63억원 △2022년 7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2020년 35억원 △2021년 38억원 △2022년 96억원으로 손실폭이 커졌다. 
 

'스페셜포스' 주축 게임·디지털치료제 지속

최대주주는 한 차례 더 바뀌었다. 바로 현재 최대주주인 시티랩스로의 변경이다. 드래곤플라이가 다시 게임 시장으로 온전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 또한 이 시기부터로 풀이된다. ITS 통합솔루션 기업 시티랩스는 2021년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게임 업계에 발을 들였는데, 게임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드래곤플라이와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드래곤플라이가 지난 3월 국내 국제의료기기 병원설비 전시회 'KIMES 2023'에 참가해 공개한 게임형 디지털치료기기 '가디언즈DTx'. (사진=드래곤플라이)
드래곤플라이가 지난 3월 국내 국제의료기기 병원설비 전시회 'KIMES 2023'에 참가해 공개한 게임형 디지털치료기기 '가디언즈DTx'. (사진=드래곤플라이)

시티랩스는 지난 2월 제3자 유상증자로 드래곤플라이의 지분 14.87%를 취득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피에이치씨 대표 등 임직원 4명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가진단키트 관련 허위 정보로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으며 재판에 넘겨졌다. 

드래곤플라이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 리스크를 부분 해소했다고 자신했다. 회사는 "게임 사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양사가 만나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시너지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게임 사업 부문에서는 스페셜포스 다각화에 다시 힘을 쏟는다. PC FPS 게임으로 명성을 떨쳤던 스페셜포스를 다른 장르, 특히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엔트런스와 공동 개발 중인 MMORPG 게임 '프로젝트 C'와  서브컬처 방치형 디펜스 게임 '프로젝트 W', 서브컬쳐 RPG 게임 '프로젝트 N' 등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스페셜포스 IP 다각화 관련해서는 이미 지난해 말 CJ ENM과 콘텐츠 사업 양해각서를 통해 첫발을 내딘 바 있다. 당시 두 기업은 스페셜포스 IP를 게임과 웹툰, 드라마·영화 등의 콘텐츠로 개발하는 내용의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드래곤플라이는 스페셜포스 IP를 다시 살리고 CJ ENM은 창작자를 발굴하는 '오펜'과 협업이다. 이는 2019년 발표한 드래곤플라이와 신비아파트 AR 게임 이후 재개한 협업으로, 현재는 스페셜포스 IP를 기반으로 한 웹툰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래곤플라이가 게임 사업에 다시 한 번 입지를 굳히겠다고 결심한 것은 지난해 진행한 스페셜포스 19주년 기념 리뉴얼 간담회 등 이용자와의 만남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드래곤플라이는 지난해 7월 스페셜포스 UI(이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전면 개편하고 신규 기능을 추가하는 등 리뉴얼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인플루언서 중심의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당시 모인 의견들을 반영해 리뉴얼이 시작됐는데, 이후 스페셜포스 등 게임 사업 재도약에 대한 의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다만 드래곤플라이는 기존에 진행해 온 디지털 치료기기 사업도 동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 2023에서는 BTC(일반 관람객 대상)관이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TB관에 부스를 꾸려 하반기 출시 예정인 게임 및 IP 다각화 사업과 신사업인 게임형 DTx(디지털 치료기기) '가디언즈DTx'를 선보일 예정이다.

드래곤플라이는 지난 3월 국내 국제의료기기 병원설비 전시회 'KIMES 2023'에 참가, 만 7세 이상 만 13세 미만 아동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아를 대상으로 한 게임형 디지털치료기기 가디언즈DTx를 공개한 바 있다. 

드래곤플라이 관계자는 <블로터>에 "스페셜포스 자체 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기업 규모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게임 사업을 진행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했다"며 "그동안 개발 중이었던 게임을 하반기 내에 론칭할 예정으로, 이제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다채로운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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