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대표가 4년 만에 CJ제일제당에 복귀한 가운데 이번 임기 동안 CJ 4세 이신호 식품성장추진실 실장의 성과를 돕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CJ제일제당 본사. (사진=CJ제일제당)
강신호 대표가 4년 만에 CJ제일제당에 복귀한 가운데 이번 임기 동안 CJ 4세 이신호 식품성장추진실 실장의 성과를 돕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CJ제일제당 본사. (사진=CJ제일제당)

올해 CJ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두번째 CJ제일제당 대표 임기를 시작한 강신호 대표를 두고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의 '경영 스승'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강 대표 재임 기간 이 실장과 함께 만들어갈 '사업 시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제일제당에서 3년째 글로벌 K푸드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 실장은 단순 후계자보단 경영인으로서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강 대표 같은 ‘베테랑 조력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강 대표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이 실장의 승계 열쇠를 쥔 또 다른 계열사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해 승계 시계가 한층 빨라졌기 때문이다. 이 실장의 승계가 확정되기 전 대내외적으로 후계 구도를 납득시킬 만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인 만큼 조력자이자 경영 스승으로서 강 대표의 책임 역시 막중해진 셈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강 대표는 36년을 그룹에 몸담아 온 CJ맨이자 ‘식품통’이다. 최근 수년간 사업의 중심 축을 바이오로 기울였던 CJ제일제당이 올해 다시 본업을 강화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강 대표의 역량이 빛을 발할 것이란 평가다. 실제로 강 대표는 2016년부터 CJ대한통운으로 옮기기 직전인 2020년까지 CJ제일제당에서 비비고 브랜드의 글로벌 흥행을 주도했다. 2016년 비비고 출시 5년 만에 만두 단일 제품으로만 글로벌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이듬해 5000억원을 넘어섰다. 대표를 지내던 2020년에는 1조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K푸드 신화를 썼다. 이 회장이 장고 끝에 강 대표를 CJ제일제당으로 복귀시킨 것도 오랜 업력에 기반한 강 대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K푸드 사업을 더욱 성장시킬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비비고로 대표되는 글로벌 K푸드 사업은 현재 CJ제일제당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후계자 이 실장이 해외 식품 사업을 총괄해 이끌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CJ제일제당의 부진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상승세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의 IR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7대 GSP(글로벌전략제품) 중 치킨 품목의 매출 성장률은 19%에 달했다. 이어 K소스와 가공밥 역시 15%로 고성장을 지속했다. 유럽과 호주 시장에선 매출 1000억원(성장률 38%)을 돌파하며 신영토 확장을 가속화했다.  

비비고 만두의 점유율 역시 지난해 매 분기 상승을 거듭하더니 4분기 42.1%를 찍으며 40% 벽을 허물었다. 특히 차세대 K푸드로 기대를 모았던 KSF(K-스트리트 푸드, 떡볶이·핫도그·냉동김밥·붕어빵 등)의 해외 시장 가능성도 시사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KSF의 해외 매출 비중은 21%로 집계됐는데, 같은 시기 GSP의 해외 매출 비중 49%와 비교하면 그만큼 성장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선호와 강신호의 시너지 효과는

강 대표가 앞서 비비고의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면 이 실장은 지난 3년간 그 영역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이 실장은 미국프로농구(NBA)와의 파트너십과 같은 역동적인 마케팅은 물론 비건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 업계 트렌드에 선구안을 가진 면모를 보이며 브랜드 밸류를 높였다.  

특히 플랜테이블은 2022년 출시 직후 월 평균 매출 성장률 20%를 달성, 10개월만에 누적판매량 약 300만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68%에 달했다. 수출국 역시 출시 초기 10개국에서 독일, 영국 등 유럽과 인도, 아프리카까지 30개국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향후 이 실장이 제품의 해외 인지도 제고 및 한식 세계화를 위한 퀴진케이 프로젝트 등 무형의 가치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강 대표는 재무 개선, 경영 효율화 등 보다 실무적인 측면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강 대표가 직전 CJ대한통운에서 부진한 지역의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택배단가를 꾸준히 인상하는 등 수익성 위주의 경영 기조를 펼쳤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CJ제일제당 역시 지난해에만 중국 내 식품 제조회사인 지상쥐 지분(60%)과 바이오부문 계열사 CJ셀렉타 지분(66%)을 매각하는 등 ‘선택과 집중’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식품 업계 한 관계자는 “강 대표의 내실있는 사업 운영 스타일은 CJ대한통운의 역대급 실적으로 효과를 입증했다"며 "CJ제일제당에서도 강 대표의 효율 경영과 이 실장의 기민한 트렌드 감각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CJ 승계의 두 축, 제일제당과 올리브영

해외 사업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이 실장이 성공적으로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선 이같은 상승세가 CJ제일제당 전체의 반등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35.4%(CJ대한통운 제외) 하락했다. 즉 강 대표와 시너지를 이뤄 전체 실적까지 일궈내야만 승계에 있어 하나의 축이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또 다른 축인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가 남아있다. 이 실장이 대내외적으로 후계 구도를 납득시킬 만한 결과를 만들더라도, CJ그룹의 승계는 CJ올리브영의 상장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은 이 실장의 경영권 승계와 직결된 계열사로 꼽힌다. CJ올리브영이 상장하면 이 실장은 보유 지분(11.04%)을 처분해 대규모 상속·증여세를 마련하거나 지주사 CJ 지분을 직접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실장에게 CJ올리브영이 승계 자원을 마련해줄 돈줄이라면, CJ제일제당은 '경영인 이선호'로서 본연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실전 필드”라며 “노련한 강 대표의 서포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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