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진 윙잇 대표는 '일상을 편하고 맛있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윙잇(wing eat)'이라는 상호처럼 요리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날을 꿈꾼다. (사진=박재형 기자)
임승진 윙잇 대표는 '일상을 편하고 맛있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윙잇(wing eat)'이라는 상호처럼 요리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날을 꿈꾼다. (사진=박재형 기자)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던 평범한 한 학생에게 3년간의 병역특례와 전역 후 떠난 한 달간의 미국 실리콘밸리 여행은 삶의 나침반이 됐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로 그 학생은 사업자를 냈다. 충동적인 결정은 아니었지만 용감한 선택인 건 분명했다. 캠퍼스가 낭만으로 가득한 3월 초, 또래와는 조금 다른 설렘을 품고 창업의 길에 들어선 셈이다. 2015년 그의 나이 26세였다.  

그 회사가 지금의 윙잇, 그 학생이 줄곧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임승진(34) 대표다.  

윙잇은 간편식의 탈을 썼지만 정성이 듬뿍 담긴 ‘요리’를 대접한다. 설립으로부터 햇수로 10년, 윙잇의 회원 수가 2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몸집을 키운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거래액은 542억원, 성장률은 연평균 105%에 달한다. 내년엔 1000억원 이상의 몸값으로 상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윙잇은 온라인 식품 커머스 플랫폼 중에서도 냉동 HMR 시장을 겨냥한다. 컬리, 오아시스 등 식품 커머스와 구별된 윙잇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PB(자체브랜드)를 내세워 경쟁보단 상생을 지향한다. 

46단계에 걸친 상품 기획과 빅데이터에 따라 선보인 PB만 7개, 상품은 300종에 달한다. 일찍이 PB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임 대표의 선구안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철저한 샘플링은 자신감의 근거다. 플랫폼에서 파는 모든 신상품을 철저히 맛보고, 내부 피드백을 거쳐 선별한다. 수백 개의 푸드 커머스 중에서도 윙잇 만큼 맛 테스트에 공을 들이는 곳은 몇 없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임 대표는 윙잇과 함께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회사의 성장 기로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윙잇의 히스토리 사이사이에는 임 대표의 통찰과 판단이 깃들어 있다. 간편식과 PB의 전성시대를 예견한 것도, 철저히 숫자와 논리를 기반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뼛속까지 냉철한 개발자이지만, 전략가이자 요식업 10년 차답게 누구보다 입맛이 까다로운 미식가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윙잇(Wing Eat)’이란 사명처럼 요리가 날개 돋친 듯 퍼져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날이 오길 꿈꾼다. 지난달 27일 서울 구로구 윙잇 본사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간편식 플랫폼 윙잇의 경쟁력은 PB다. 보유 중인 브랜드는 7개, 상품은 300종에 달한다. (사진=윙잇)
간편식 플랫폼 윙잇의 경쟁력은 PB다. 보유 중인 브랜드는 7개, 상품은 300종에 달한다. (사진=윙잇)

-대학교 4학년, 학업을 마치기도 전에 사업자를 내고 창업을 시작했다. 창업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가.  

2015년 3월 윙잇을 세웠다.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했고 두나무 자회사와 이스트소프트에서 개발자로 병역특례를 마쳤다. 4학년 복학 전까지 한 달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며 현지 IT업계에 몸담은 한인분들을 많이 만났다. 이미 당시만 해도 미국은 한국과 임금격차가 3~4배까지 났기 때문에 미국에서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궁극적으론 미국에서 창업하는 게 목표였다. 내가 만났던 한인분들 역시 대기업을 다녔지만 직원으로 일하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보단 한국에서 먼저 창업해 보는 걸 다들 추천했다. 한국에서 도전해 보고 향후 미국으로 돌아와도 늦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 말에 수긍했다.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친구 한 명과 함께 사업자를 냈는데 어느덧 햇수로 10년째다. 여전히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용감한 선택이다. 초기 부침을 많이 겪었을 것 같은데, 처음부터 식품 카테고리를 선택했나. 

최초 고려했던 아이템은 여성복이었다. 무작정 사이트를 구축해 놓긴 했는데 내가 개발자 성향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 상품 구색도 갖춰야 하고, 마케팅도 필요했지만 사이트 개발에만 몰두하다 보니 사용자가 아무도 없었다. ‘제대로 플레이를 해보자’해서 여성복을 비롯해 여러 가지 상품을 테스트했고, 우연히 지인이 제안한 떡볶이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때 개인 SNS로 떡볶이를 홍보하던 계정이 현재의 윙잇 계정이다. 이후로 식품 카테고리에 집중했다.

그렇다고 승승장구한 건 아니다. 그다음엔 기대를 모아 커피를 선보였는데 쫄딱 망했다. 하지만 이후 또 순댓국은 흥행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일지 충분한 스터디가 필요한 이유였고, 윙잇이 시장분석이나 상품기획 등 데이터 관리를 체계화한 계기가 됐다. 사업적 고민을 거듭하면서 순간순간 모멘텀을 받고 성장을 거듭했다.   

- 모멘텀이라 하면?  

여러 단계가 있었다. 처음 떡볶이의 경우 연매출을 3000만원까지 발생시켰지만 사실 이것 만으론 역부족이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한식 위주로 상품을 늘린 게 주효했다. 2년 차엔 떡의 인기가 뜨거웠다. 다비치 강민경 님이 자발적으로 SNS에 홍보해 준 덕분이다. 인플루언서 섭외가 중요하단 걸 이때 깨닫고 관련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월 매출 4~5억원까지 단숨에 올라갔다.  

다만 곧바로 문제가 발생했다. 떡의 인기가 높다 보니 제조사가 다른 업체로도 공급하면서 우리 매출이 빠진 것이다. 이때 PB제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를 계기로 체계화한 시스템을 연구해 PB를 론칭하기 시작했고 월 매출 10억원대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이후 물류센터를 갖추면서 월 매출 15억원, 단순 상품마케팅에서 CRM(고객 관계 관리)으로 마케팅 방식을 변경한 후 월 30억원, 그리고 TV CF까지 진출해서 월 40억원으로 성장했다. 일련의 과정들이 1년씩 걸렸다. 

-윙잇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장점이 있다면? 상호의 의미도 궁금하다.   

‘윙(날개)’과 ‘잇(먹다)’. 음식에 날개를 달아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서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골자다. 그리고 그게 간편식이다. 예전과 달리 사람들이 요리에 관심이 많이 없다. 맞벌이 등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빠르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 수요가 늘 거라고 판단했다. 간편식 시장은 클 수밖에 없다.  

윙잇은 변화가 필요할 때 기민하게 대처하는 게 장점이다. 그 상황에 맞게 플레이하려 노력한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점유율 싸움을 하기보단 차라리 PB 전략을 통해 다른 채널과 제휴하고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하는 것처럼 말이다.  

-컬리, 쿠팡과 경쟁 보단 상생을 택한 것인가. 

자사몰로서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 월 매출 1000억원 이상 달성하기 위해선 출혈경쟁이 불가피했다. 컬리나 쿠팡 등 이미 자리 잡은 플레이어들과 경쟁이 아니라 협업하기로 기조를 바꿨다. 채널, 브랜드 단위로 키우고자 여러 플랫폼에 윙잇의 PB상품을 넣었다. 국내 채널은 40곳, 해외 채널은 13개국에 확보하고 있다.     

국내 자영업자 500만명이 넘는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식재료를 납품하는 B2B 도매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업자 4000곳이 윙잇비즈에 가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 채널에 방점을 찍고 해외로 본격 진출하는 것도 목표다. 포화에 다다른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어느정도 축소될 거라 보기 때문이다. 

윙잇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OEM 설계를 기반으로, 신뢰도 높은 제조원과 독점 PB 상품을 개발한다. (사진=윙잇)
윙잇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OEM 설계를 기반으로, 신뢰도 높은 제조원과 독점 PB 상품을 개발한다. (사진=윙잇)

-윙잇의 PB 인기가 뜨겁다.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OEM 설계를 기반으로 신뢰도 높은 제조원과 독점 PB 상품을 개발한다. PB 출시 프로세스는 46단계 거친다.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검색어 통계, 고객 설문 등 내·외부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한다. 마지막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통과하면 PB로 론칭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출시 전 맛을 엄청 본다. 시중 모든 유사 상품 테스트(샘플링)를 진행한 후 맛의 우위가 있는 제조사를 선정하기 때문에 상품성이 검증됐다.  

이 과정이 45일밖에 소요되지 않는 것도 윙잇의 무기다. PB상품이 저렴하고 상품 수도 300여종에 달하다 보니 타겟층이 다양하다. 이 중 하나쯤은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순 식품에서 나아가 빅데이터 기반 푸드테크 플랫폼으로서 면모가 엿보인다. 업무 방식은 어떤가. 

윙잇은 일하는 방식도 데이터 기반 논리와 숫자 위주다. 사내에서 전부 전산으로만 소통하기 때문에 페이퍼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업무 협업에 있어 데이터 정합성, 자동화 등 체계가 잘 구축돼 있다. 경력직 직원도 오면 신기해한다. 최근 준비 중인 건 챗GPT를 접목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상세 페이지를 자동으로 만들어 준다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커머스 사업 외에 음식점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F&B사업의 확장 계획도 있는지.  

강남에서 소보키라는 주점을 운영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근 10년 동안 하니 입맛이 많이 까다로워졌다. 매장 영업이익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향후 프랜차이즈 쪽으로 오프라인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비전이 궁금하다.   

벤처 경기가 몹시 어렵다. 한동안 이어지겠지만 휩쓸리진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영업이익이 많이 나는 회사로 윙잇을 키우고 싶다. 투자받아서 회사를 유지하는 것보다 내실을 다져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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