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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블루가 박용수 회장과 차녀 박소영 각자대표 체제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2세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사진=골든블루)
골든블루가 박용수 회장과 차녀 박소영 각자대표 체제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2세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사진=골든블루)

 

골든블루가 박용수 회장과 차녀 박소영 각자대표 체제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2세 경영'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박 회장은 골든블루를 인수한 2011년부터 사내 이사직만 유지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고, 첫째 사위 김동욱 전 대표가 2022년 말까지 꾸준히 회사를 키워왔으니 사실상 '형부가 키운 회사를 처제가 받은 셈이죠. 앞서 김 전 대표는 국내 위스키 시장에 닥쳐온 위기를 부드럽게 넘기며 골든블루를 업계 1위로 올려놨습니다. 그의 '처제' 박 대표는 다시 찾아온 위스키 호황기에 지휘봉을 잡은만큼, 현재 골든블루의 성장세를 이어가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김동욱 대표의 골든블루, 위기 돌파하며 업계 1위 달성

22일 골든블루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달 16일 이사회를 통해 골든블루 대표이사로 선임됐습니다. 1947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만 77세인 박 회장은 첫째 사위에 이어 차녀 박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겼습니다. 박 대표는 골든블루의 주류 수입·유통을 담당하는 골든블루인터내셔널 대표이사도 겸직합니다.

골든블루는 현재 국내 위스키 '업계 1위' 입니다. 2009년 출시한 저도수 위스키 '골든블루'는 2017년부터 국내 로컬 위스키 시장의 50~55%를 점유하고 있고요. 골든블루의 연결기준 매출은 2011년 146억 3800만원에서 2022년 2322억으로 20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골든블루의 경쟁 가운데 하나였던 디아지오 코리아가 2000년대 후반까지 연평균 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018년 매출 3034억원, 2022년 매출 1534억원을 기록하면서 쪼그라들었던 사례를 보면 골든블루의 성장세는 단연 돋보입니다. 

박 회장의 맏사위 김 전 대표가 골든블루의 '골든 에이지(황금기)'를 이끌었습니다. 김 전 대표는 2011년부터 2022년 11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기 전까지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는데 2011년 공공기관들이 유흥·레저시설 법인카드 비리근절을 위해 도입한 '클린카드'와 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제정, 2018년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회식 감소 등으로 찾아온 위스키 시장의 위기를 부드럽게 넘겼다는 평가를 받았죠.

김 대표는 위기 돌파를 위해 제품 홍보와 마케팅에 쓰이는 '판매비와 관리비'를 큰 폭으로 올리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클린카드 운동 당시 골든블루의 판관비는 2011년 73억원 → 2012년 121억원 → 2013년 161억원으로 2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 김영란법 시행 이후엔 2016년 697억원 → 2017년 750억원 → 2018년 855억원으로 판관비를 22% 이상 늘렸습니다. 이는 2016년에서 2018년 매출 증가분 9.9%를 훌쩍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2020년 닥친 코로나19 위기는 포트폴리오 및 유통 채널 다각화로 돌파했습니다. 매출의 95% 이상을 책임졌던 유흥업소가 정부의 방역정책으로 문을 닫자, 골든블루 매출은 2019년 1688억원에서 2020년 1270억원으로 급감했죠. 하지만 골든블루는 '카발란', '노마트 아웃랜드 위스키', '맥코넬스' 등으로 위스키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하이볼을 선호하는 혼술족들을 타겟팅하기 위해 마트, 편의점에 골든블루를 입고시키는 등 가정용 시장을 공략합니다. 골든블루의 가정채널 비중은 현재 20%까지 상승했습니다.

반면 골든블루의 경쟁자들은 위기를 돌파하지 못하면서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2022년까지 유흥시장 대표 위스키 '윈저'를 수입·판매하며 국내 위스키 업계 1위 자리를 놓지 않았던 디아지오 코리아는 각각 2014년, 2018년에 구조조정에 나섰고 2021년 6월, 2022년 4월에도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2022년 3월에는 윈저 브랜드가 사모펀드에 매각되기도 했죠.

 

오너 2세 박소영 대표, 골든블루 성장세 이어가나

골든블루가 박용수 회장과 차녀 박소영 각자대표 체제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2세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사진은 박소영 골든블루 각자대표. (사진=골든블루)
골든블루가 박용수 회장과 차녀 박소영 각자대표 체제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2세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사진은 박소영 골든블루 각자대표. (사진=골든블루)

올해부터 골든블루의 지휘봉을 잡은 박 대표는 성우하이텍 스포츠 브랜드 계열사 'EXR'에서 근무하다 2014년부터 골든블루의 계열사인 자영뉴텍 등기이사, 자영풍력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능력을 키웠습니다. 2018년부턴 본격적으로 골든블루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며 경영에 참여했고요.

현재 골든블루는 '장녀' 박동영 씨와 박 대표가 각각 22.40%의 지분을 소유하고 박 회장이 18.41%, 박 회장의 아내 김혜자 씨가 18.45%를 나눠가지고 있습니다. 전체 지분의 81.65%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소유인 가족 기업입니다. 장녀인 박 씨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계열사 자영뉴텍주식회사 대표로 근무한 적이 있지만, 이후에는 회사 경영에 일체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골든블루의 승계는 차녀인 박 대표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제 박 대표는 골든블루의 성장세를 이어가야합니다.다행히 현재 국내 위스키를 비롯한 증류주 시장 분위기가 와인과 수제맥주에 비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하이볼 열풍으로 증류주 수요가 커지면서 업소용, 가정용 매출이 고루 상승한 덕분이죠. 골든블루의 연결 매출도 2021년 1379억원에서 2022년 2322억원으로 68.3% 급등했습니다. 지난해엔 3분기 누적 182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별도 영업이익 부문에서도 2021년 196억원에서 2022년 536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69억원으로 이미 전년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박 대표는 메인 비즈니스인 위스키로 중심을 잡고, 자신만의 신사업을 보여줘야 할 것"이면서 "다만 형부가 일군 회사의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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