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이 계열사 지원에도 지난해 사상 최저치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공사원가가 크게 오른데다 분양 실적이 저조해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이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노출 리스크가 남아 있는 점이 우려된다. PF발(發)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신용도가 또 다시 강등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2일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단계 내렸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분양실적 부진으로 재무적 부담이 증가한 영향이다. 게다가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확대돼 향후 신용등급이 또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영업적자 18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적자 규모 120억원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16배 가까이 불어났다. 영업적자율은 12.5%로 전년 0.8%보다 11.7%포인트 폭증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022년 공사원가가 늘어난데다 미분양으로 공사미수금이 발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대구 지역 사업장의 저조한 분양실적이 예상 손실로 반영되면서 적자 폭을 키웠다.

신세계건설의 사업장은 주로 원가율이 높은 민간 도급공사 위주로 구성돼있다. PF 부실로 건설사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미분양 현장 관련해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분양경기가 악화된 대구지역에 사업장이 몰려있어 타 건설사 대비 리스크가 큰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공사대금 매출채권은 4529억원이다. 이중 대구사업장 채권은 2000억원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구 지역 미분양 손실 규모는 벌써 600억원을 넘어섰다. 

PF우발채무가 커지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현재 신세계건설의 우발채무는 4조원, 이중 PF보증금액은 2800억원에 달한다. 이들 사업장의 분양 실적 부진은 모두 공사비 미수금으로 이어진다. 이는 또 다시 실적과 신용도를 끌어내릴 수 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신세계건설의 EBITDA(에비타, 상각전영업이익)는 -1670억원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총차입금은 3827억원으로 전년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951.8%, 차입금의존도는 30.3%다. 전년보다 각각 686.8%포인트, 19.4%포인트 확대됐다. 

재무 위험을 막기 위해 신세계그룹 차원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올 초 신세계건설은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와 산업은행을 통해 2000억원을 조달했다. 같은 시기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으로 66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또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자회사를 매각해 1820억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신세계건설은 전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스타필드 시공사로 참여 중이다. 

신세계건설의 최대주주는 이마트로 지분율은 42.7%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분율 28.56%로 이마트의 최대주주 지위를 가지고 있다.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건설에 대한 전방위 지원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는 지난 2월 실적발표에서 그룹 차원의 다각적 지원 계획을 전했다. 

다만 이같은 계열 지원 방식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11일 신세계건설의 자회사 매각을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옮긴 셈”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정용진 회장이 기업 밸류업 대책과 차입금 축소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승민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진행 사업장의 원가율이 100% 내외에 이르고  PF보증금액이 증가한 상황”이라며 “분양실적 및 수익성 개선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PF우발채무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될 경우 추가적인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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