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양금속)
(사진=대양금속)

 

대양금속이 영풍제지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원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그동안 영풍제지를 자금줄로 활용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행보다.

시장에선 2022년 단행한 인수합병(M&A)의 후유증과 무관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수 과정에서 과도하게 차입을 일으킨 탓에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고 이에 따른 반대매매 등 후폭풍이 지배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00억 유상증자 결정

영풍제지는 이달 22일 이사회를 열고 신주 456만6210주를 발행해 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할인이나 할증이 적용되지 않은 2190원으로 22일 종가(2185원)와 거의 차이나지 않는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최대주주인 대양금속이다. 영풍제지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을 모두 채무상환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영풍제지 이사회의사록
영풍제지 이사회의사록

 

표면적으로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재무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는 지원 성격의 유상증자이지만 시장은 다소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대양금속은 영풍제지를 인수할 당시 자기자금을 거의 들이지 않았던 데다 인수 이후로도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여태 피인수기업(영풍제지)에서 인수기업(대양금속)으로 흘러 들어가던 자금이 이번에는 반대로 옮겨가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유상증자 또한 2022년 하반기에 진행한 영풍제지 M&A와 무관치 않다고 평가한다. 당시 대양금속은 영풍제지를 인수하기 위해 인수대금 상당 부분을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조달했다. 이른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한 셈이다. 이를 두고 무자본 M&A라는 논란이 일었다.

대양금속은 총 1289억원의 인수대금 가운데 861억원을 외부 차입금으로, 439억원을 자기자금으로 각각 마련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외부 차입금 가운데 761억원은 인수하지 않은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차입했고 나머지 100억원은 만기가 1개월 이하인 초단기차입금들로 구성했다. 자기자금이라고 밝힌 439억원 또한 단기차입금(230억원), 22회차 CB(150억원)으로 대부분이 외부 조달자금이었다. 대양금속이 영풍제지 인수를 위해 투입한 실제 현금은 60억원에 불과하다.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인수자금 구성 및 차입금 조달 내역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인수자금 구성 및 차입금 조달 내역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는 고스란히 대양금속의 재무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인수 전인 2021년 말 58.2%였던 대양금속의 부채비율은 인수가 마무리된 2022년 말 157.9%로 100%p 가까이 치솟았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17%에서 44..7%로 27.7%p 상승했으며 이중 1년 이내 만기되는 단기차입금이 145억원에서 675억원으로 4.7배 늘었다. 또한 현금성자산은 274억원에서 56억원으로 5분의 1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무리한 M&A로 인해 열악해진 대양금속의 유동성을 보충한 건 다름 아닌 영풍제지였다. 대양금속은 2022년 11월 영풍제지에게 CB를 발행해 170억원을 조달했으며 지난해 5월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차입금 300억원을 끌어들였다. 같은 해 8월에는 영풍제지로부터 단기차입금 80억원을 직접 조달했고 최대주주이자 실질 사주인 이옥순씨의 개인회사 대양홀딩스컴퍼니도 영풍제지에게 44억원을 빌렸다. M&A가 아니었다면 내부 유보금으로 남아있을 영풍제지의 현금 약 430억원이 1년 3개월여간 대양금속과 대양홀딩스컴퍼니로 옮겨졌다.

 

2년 전 M&A 후폭풍, 지배력 '휘청'

문제는 영풍제지에 대한 대양금속의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지분율은 16.76%다. 2대주주인 엘제이에이치투자1호조합(LJH)의 지분율(16.57%)과 0.19%p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LJH가 약 2억원을 들여 장내에서 9만주 정도만 매수해도 대양금속 지분율을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다.

 

 

LJH는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인수할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기관투자가이기도 하다. 당시 인수되기 전인 영풍제지 주식 185만주를 담보로 받고 100억원을 대양금속에 빌려줬다. 또 M&A가 끝난 뒤 영풍제지 지분 13.23%를 대양금속으로부터 307억원에 넘겨받았다.

대양금속이 LJH와 주식담보계약을 체결한 건 2022년 11월 10일이다. 영풍제지 경영권 지분 양수를 마친 건 같은 달 11일, LJH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최초 결정한 날은 23일이다. 이들 거래자는 영풍제지 인수 전부터 이 같은 계획을 모두 세워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지배력은 그렇게 낮지 않았다. 대양금속과 LJH가 주식 양수도를 마친 건 지난해 3월 31일인데, 이때 대양금속의 지분율은 37.53%로 지배력이 위협받는 수준은 아니었다. 

 

2023년 4월 6일 공시된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지분율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러나 영풍제지를 인수할 때 차입금을 빌려줬던 기관투자자들의 담보권이 실행됐고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졌다. 반대매매란 신용융자 등으로 주식을 매입한 뒤 빌린 돈을 약정한 기간 내에 변제하지 못했을 때나 담보가치가 일정비율 이하로 내렸을 때 대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매도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2023년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반대매매로 인해 300만여주가 장내매도 됐으며 지분율은 16.76%까지 하락했다.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지배력이 약화된 배경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양금속의 현금성자산은 87억원이다. 영풍제지의 유상증자 참여대금보다 13억원이 모자란다. 다만 이에 앞서 자금 거래가 있었던 점은 눈길을 끈다. 회사는 이달 14일 △고스탁1호조합 △에스와이비조합 △케이렉스조합 △티에스1호조합 △비오에이오 주식회사 등 복수의 투자자들에게 22회차 CB를 매각해 120억원을 조달했다.

이 CB는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인수하기 위해 150억원 규모로 발행(2022년 11월 10일)한 것이다. 최초 인수자는 비피에이치조합이었으나 하루 만에 코스닥 상장사 앤디포스에 매도(2022년 11월 11일)했다. 앤디포스가 갖고 있던 22회차 CB는 조기상환청구권 행사에 따라 다시 대양금속 손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상증자가 끝나면 지배력 리스크는 해소될 전망이다. 유상증자 이후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지분율은 24.2%로 상승하는 반면 LJH의 지분율은 15.1%로 떨어진다. 신주 상장예정일은 오는 6월 11일이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