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OCI 본사에서 열린 제50기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조재훈 기자)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OCI 본사에서 열린 제50기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조재훈 기자)

 

한미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승리로 일단락되면서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내세웠던 '글로벌 빅파마'의 꿈이 수포로 돌아갔다. OCI홀딩스는 전날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직후 통합 중단을 발표하고 주총 안건에서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즉시 제외하는 등 한미그룹와 거리두기에 착수했다. 이와 동시에 배당금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을 강조하면서 'OCI-한미 통합 무산'의 그림자 지우기에 나섰다. 이우현 회장은 의장으로서 직접 주주총회를 이끌면서 주주와 연대성을 강조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주력했다.

 

한미통합 실패로 얻은 교훈…"당장 오늘부터 주주가치 제고안 마련"

이 회장은 29일 서울 소공로 OCI빌딩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이 무산된 데 대해 "아쉽게도 좋은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신사업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이 회장은 주주 친화력을 높이겠다는 발언을 장시간 이어갔다. 이는 한미그룹 통합 승패를 좌우한 요인이 '소액주주' 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OCI그룹과 한미그룹 통합 찬성(42.6%)과 반대(40.5%) 측 우호 지분율 차이는 2.1%p로 박빙의 승부였다. 소액주주(4.5%)들의 표심이 임종윤·종훈 전 사장쪽으로 쏠리면서 승패가 갈렸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수준의 주주환원정책을 시도하려고 한다"며 강도 높은 주주 친화정책을 예고했다. 그는 "열심히 사업해서 이익을 내고 성장을 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희가 모자란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반성하고 선임되는 이사님들과 오늘부터 바로 다시 주주가치 증대 논의를 해서 아주 빠른 시간 내 '액션'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가가 어느정도 받쳐주지 못한다면 항상 이렇게 주주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릴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해서 오늘 당장 부터 대책 마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쉽게 놓친 경영권 장악 기회…'한미 형제' 선 그어

이 회장에게 한미그룹 통합 불발은 아쉬운 대목이다. 확고한 경영권 장악을 위해서는 한미그룹과 연대가 묘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이 회장의 OCI홀딩스 지분율은 6.55%에 불과한 상황이다. 반면 이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이복영 SGC 회장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의 지분이 각각 7.37%, 7.41%로 합산 시 OCI홀딩스 지분율의 약 15%에 육박한다. 만약 시나리오대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이 구주 지분 매각, 지분 스와프, 신주 발행 등에 잇따라 성공했다면 OCI홀딩스의 지분을 10% 이상 확보하면서 우군을 마련할 수 있었다. 확실한 경영권 안정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 회장은 한미그룹과의 통합 무산과 관련해 "서로 힘을 합쳐서 같이 해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닌데 생각이 다르면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힘을 합쳐도 사실 어려운 과제인데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다시 들어가는게 웃길 것 같고 어려울 같기도 하다. 저희는 다른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송 회장과 임 부회장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는 "송회장이나 임 부회장 같은 사람은 그간 굉장히 마음고생이 심했고 게다가 송 회장은 일주일전에 넘어져서 다치고 몸이 안좋았다"며 "가족들이 화합해서 잘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부광약품 '제2의 도약' 삐걱…선임된 이사진 차후 행보는

일부에서는 한미그룹 통합 무산으로 인해 부광약품이 난관에 빠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적자행진을 거듭하는 부광약품의 '제2의 도약'을 한미약품과의 시너지로 이끌어내려했으나 그룹 통합 실패로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인수 첫해였던 2022년 부광약품은 2억3000만원의 적자를 냈으며 지난해에도 375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162억원, 157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회장은 "지난 두 분기 동안 부실한 부분을 털어냈다"며 "올해 다시 이익구조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산된 한미약품과 부광약품의 시너지 전략. (자료=OCI홀딩스)
무산된 한미약품과 부광약품의 시너지 전략. (자료=OCI홀딩스)

 

이 회장은 한미그룹 외 다른 제약사 통합·인수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연내 추가로 제약사를 인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계약을 자판기처럼 찍어낼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전세계 어느 나라든지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고령화가 진행되면 결국 제약과 바이오에 대한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고 한미그룹과의 통합은 쉽지 않게 됐지만 또 다른 좋은 기회를 찾게 되면 다시 소통하겠다"고 언급했다.

최근 한미그룹과의 인적 교류로 인한 이사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현재 OCI홀딩스 서진석 대표가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한미사이언스의 자회사 온라인팜 우기석 대표가 부광약품 공동 대표이사로 각각 선임된 상태다. 이 회장은 "서진석 대표의 경우 한미에서 원하지 않아 사임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부광약품으로 모신 우 대표는 저희 입장에선 너무 반길만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 대표는 부광약품의 부족한 영업력을 강화시켜주실 최고의 경영자시라 떠나신다고 해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OCI홀딩스는 이날 주총에서 주당 33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시가 배당률 약 3%에 해당하며 전년대비 약 32% 상향 조정됐다. 배당금은 내달 12일 지급될 예정이다. 이사진으로는 이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으며 이현승 KB자산운용 경영자문역과 김옥진 서울미라마 유한회사 대표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밖에 재무제표 승인,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일부 변경, 자기주식 소각을 위한 자본금 감소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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