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인 아이북스를(iBooks)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기능이 있다. 사용자가 마지막으로 읽은 페이지와 책갈피, 메모를 무선으로 동기화시켜주는 기능이다. 아이북스를 실행하면 무선 동기화를 위해 잠시동안 자동으로 무선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기능 덕택에 아이패드에서 전자책을 읽으면서 표시한 책갈피와 메모를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에서도 동일하게 볼 수 있다. 또한, 아이폰에서 아이북스를 실행하는 순간, 방금 전에 아이패드에서 마지막으로 보던 페이지를 바로 띄워준다.

사실 아마존 킨들 등 다른 전자책 단말기와 애플리케이션에도 이미 있는 기능이지만, 애플이 시작했다니 새롭다. 애플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음원 마켓(아이튠즈)를 보유하고 있고 있고, 이외에도 전자책, TV 프로그램, 팟캐스트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트를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아이튠즈 콘텐트가 자동으로 무선 동기화 기능을 제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에서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해보자. 거실에서 아이패드로 음악을 듣다가 외출하면서 아이폰에서 아이팟 앱을 실행하는 순간 같은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어떨까? 아이팟에서 아이튠즈 팟캐스트를 실행했는데 어제 아이패드에서 보던 동영상 강의를 보던 곳부터 이어서 볼 수 있다면 어떨까?

호기심 많은 사용자가 스티브 잡스에게 직접 물었다. "아이폰과 맥을 와이파이로 동기화하는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 있나요?"

스티브 잡스는 간결하게 답했다. "물론이죠. 언젠가는(Yep, som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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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unes cloud

애플의 아이튠즈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다


'someday'라는 표현이 모호하긴 하지만, 이 메일 내용은 수많은 애플 사용자들을 기쁘게 하기에 충분했다. USB로 연결하는 기존 동기화 기능이 불편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선 동기화가 끊김없는(seemless)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PC에서 태블릿, 휴대폰으로 이어지는 동일한 사용자 경험은 '개인화 클라우드 컴퓨팅(Personal Cloud Computing; PCC)'의 시대가 꿈꾸는 기본 모습이다. 그리고 애플은 구글과 더불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업체로 손꼽힌다.

개인화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애플이 지닌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수천 만에 달하는 아이튠즈 사용자들이다. 아이튠즈 자체가 통째로 클라우드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튠즈의 클라우드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올 초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itunes.com이라는 웹 기반 아이튠즈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전 엔가젯 필진으로도 널리 알려진 블로거 '보이 지니어스(Boy Genius)'가 보다 구체적인 소식을 전했다. 테크크런치는 이달 초 그의 블로그 'BGR(Boy Genius Report)'을 인용해 애플이 올 가을 행사에서 아이튠즈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BGR에 따르면 아이튠즈의 클라우드 전략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애플 서버에서 사용자 단말기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것, ▲사용자의 개인 컴퓨터에서 단말기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다양한 콘텐트를 무선으로 동기화하는 것이다.

애플은 이를 위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라라닷컴을 인수하는 등 관련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모바일미(MoblieMe) 서비스를 지금까지 꾸준히 업데이트 해온 것도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성하기 위함이다.

지난 2008년, 스티브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익스체인지 없이도 이메일과 일정, 주소록, 사진 등 다양한 콘텐트를 동기화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며 온라인 백업 서비스, 모바일미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그러나 런칭하자마자 문제가 발생해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하는 등 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서비스는 정상화된지 오래지만 지금도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연간 10만원(99달러)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온라인 동기화 서비스를 사용할 의사가 없어보였다. 서비스가 불편했기 때문인지,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인지, 아니면 비용이 비쌌기 때문인지는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어쩌면 세 가지 지적이 다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모바일미는 아이팟과 아이튠즈, 아이폰과 앱스토어에 이어 아이패드까지 손을 대기만 하면 빵빵 터뜨렸던 애플에게 '미운 오리새끼'같은 존재였다. 애플이 새로운 행사를 열 때마다 스티브 잡스가 모바일미의 실패를 인정하고 무료 서비스로 풀거나 혹은 아예 서비스를 접을 것이라는 루머가 나오곤 했다.

그런데 이 미운 오리새끼가 마침내 백조로 밝혀질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6월 열렸던 애플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 2010에서는 모바일미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발표됐다. 루머와 달리 애플은 모바일미 서비스를 없애지도, 무료로 공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인터페이스를 개편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등 모바일미 서비스를 강화했다.

메시지는 자명하다. 개인화 클라우드 컴퓨팅(Personal Cloud Computing; PCC) 시대가 다가오면서 지금까지의 성과와는 무관하게 모바일미의 활용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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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9px-Steve_Jobs_WWDC07

이는 관련 업계에서 유사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MS의 마이폰과 노키아의 오비 서비스에 이어, 국내에서도 SKT, KT(유클라우드), LG전자(에어싱크)등 모바일미와 같은 유형의 서비스가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개인화 클라우드 컴퓨팅(PCC)의 시대가 열리면 모바일미와 같은 멀티 디바이스 백업 서비스가 그 역할을 200% 해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향한 애플의 노력은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짓고 있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애플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메이든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짓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규모가 무려 50만 제곱피트(약 4만6천 제곱미터, 1만4천 평)에 달한다.

애플은 이 데이터센터를 짓는 목적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모바일미나 현재의 아이튠즈 서비스를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데이터센터 전문지인 데이터센터 날리지(Data Center Knowledge)의 리치 밀러 에디터는 "애플이 세계 최대의 데이터 센터를 지으면서,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의 야망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아마, 올 가을이나 내년 초 애플 행사에서는 스티브잡스가 "One More Thing, ..."이라며 이렇게 말하는 장면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100 Million. 오늘 우리는 1억 명의 클라우드 고객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오늘부터 아이튠즈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이제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맥(, 혹은 iTV?)에서 끊임없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애플은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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