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이트의 광고를 제거해 글만 깔끔하게 보여주는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더빌리티'는 얼마 전 애플에 앱 승인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앱 내부 결제(in app purchase)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게 거부 사유다. 리더빌리티는 당황했다. 앱 내부 결제 방식을 무조건 도입해야 하는 건 신문과 잡지처럼 정기구독과 관련한 앱에만 해당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애플이 2월15일 발표한 새 구독료 결제 정책 때문이다. 이 발표에 따르면 앱 구독료의 30%는 애플이, 나머지 70%는 판매자에게 돌려주며 앱 내부 결제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부 링크를 통해 앱 외부 결제 방법도 쓸 수 있지만, 앱 내부 결제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게 애플 발표의 뼈대다. 가격에 대한 안내도 잊지 않았다. 구독료는 앱 내부와 외부 결제 방법에 상관없이 똑같아야 하며, 앱 내부에서 결제할 때 저렴하면 더 좋다.

리더빌리티는 애플의 승인 거절에 반발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이 글에서 리더빌리티쪽은 애플이 앱스토어에 서비스를 내놓고자 하는 작은 벤처들의 의지를 꺾는다며 애플의 수수료 정책을 비판했다.

회원들은 리더빌리티에 월 5달러 이상을 구독료로 내면 구독리스트에 있는 기사를 지저분한 광고 없이 깔끔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구독료는 리더빌리티가 30%를 운영비로 가져가고 나머지 70%는 콘텐츠 제공자에게 준다. 콘텐츠 제공자는 리더빌리티 때문에 광고 수익이 사라지는 대신, 콘텐츠 제공료를 받는다. 만약 애플에 구독료의 30%를 수수료로 낸다면 리더빌리티는 기존 판매금액의 70%를 콘텐츠 제공자와 나누게 된다. 리더빌리티와 콘텐츠 제공자 모두 수익이 줄어드는 셈이다.


리더빌리티의 문제제기는 애플의 구독 결제 방법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IT 전문 블로그미디어 테크크런치는 애플이 신문과 잡지같은 출판 앱이 아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에도 구독 결제 방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문제의 초점을 옮겼다. 애플은 새로운 구독 결제 방법이 신문과 잡지, 비디오, 음악 등에 해당한다고 했지만 리더빌리티는 이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콘텐츠를 직접 제공하지 않고 콘텐츠 제공자와 이용자 사이에서 서비스만 해주는 앱도 '출판 앱'으로 분류되면, 이미 앱스토어에 등록된 다른 앱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스타페이퍼나 넷플릭스, 랩소디, 모그처럼 콘텐츠를 보여주기만 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도 출판앱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이들이 애플의 새 구독 결제 방법을 따라야 할까. '출판 앱'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한 순간이다.


한편에서는 애플이 앱 내부 결제 방법을 모든 앱으로 확대하려는 게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 검토 안내서에는 앱 내부 결제 이외의 방법으로 콘텐츠, 기능, 서비스를 판매하는 앱은 승인 거절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아래 그림 참조) 얼마 전 소니의 전자책 앱이 승인 거부됐는데 앱 내부 결제 방법을 쓰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의문은 더 커진다.

한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애플의 이 결제 방법이 독과점인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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