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으로 삶의 거처를 옮기기 전인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빌레펠트라는 인구 약 35만의 작고 아담한 도시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 독일 생활문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었겠지만 당시 생활의 어려운 점은 먹거리였다. 가끔하는 외식과 관련된 고민의 전부는 '맥도널드로 갈까, 버거킹으로 갈까, 아니면 다소 사치스럽지만 중국 레스토랑에 갈까'라는 따분하고 뻔한 질문이었다. 2000년 베를린 이주가 선물한 첫번째 변화는 다채로워진 먹거리다. 맥도널드보다 저렴한 중국식당, 이태리식당, 태국식당, 터키식당 등 베를린 도처에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의 손길이 뻗쳐 있었다. 복수(!)의 '한인상회'에 놀란 가슴이 아시아 슈퍼마켓을 보며 감탄하고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터키 야채가게의 화려함에 호흡을 멈추고 말았다.




2011년 현재는 소셜미디어 시대라는 말이 결코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 시기다. 그러나 재래시장 골목길 처럼 북적거리던 블로그계는 생기를 잃은지 오래다. 마이스페이스, 딜리셔스, 디그 등 복수의 소셜 네트워크 사업자는 사라졌거나 운명하기 직전이다. 유튜브? 매우 유익한 동영상 채널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다수는 어느새 수동적 소비자로 본모습(?)을 다시 찾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은 클릭행위로 전락하였다. 한국언론에서 익숙한 솜씨로 단순화하자면, 세상의 소셜미디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정리되었다. 따분하고 그러나 위협적인 복점(duopoly)시대가 쉬 끝날 것 같지도 않다. 이 때 탄생한 것이 바로 구글 플러스(Google+)다.



구글은 참혹한 실패로 끝난 웨이브(Wave), 버즈(Buzz) 등 과거 소셜 서비스 시도에서 큰 배움의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구글 플러스는 기술 구현의 완벽성을 넘어 디자인, 소통의 다양한 측면 등 구석구석까지 놀라울 수준의 구성력을 자랑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가두리 양식장 정책, 끝없이 이어지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보호정책 실수들, 서드파티의 혁신에만 의존하는 트위터의 무혁신 행진 등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전 세계 웹 커뮤티니는 구글 플러스에 큰 환호를 보내고 있다.

7-07-2011
▲ 7-07-2011


그림 1: 미국 Pew Research Center는 매주 트위터에서 링크된 미디어를 분석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에서 7월 1일 사이 트위터계는 진일보한 개인정보 보호가 가능해진 구글 플러스에 대해 환호하였다(출처: PEJ New Media Index).





안타깝게도 독점에 반기를 든 것은 평균(?) 사용자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약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이른바 웹 엘리트 또는 얼리어답터다(참조: '당신 엄마는 구글 플러스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 아쉬운 점은 구글 플러스가 대중 서비스로 확장되기에는 명확한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에서는 구글 플러스가 가진 문제점을 살펴보자.

1. 비대칭적 소통구조(asymmetric communication structure)



페이스북에서 친구관계는 관련된 사용자 두 명 모두에 의해 승인될 때 비로소 성립된다. 이에 비해 트위터에서 팔로잉(following)은 일방적 관계다. 구글 플러스는 '지인, 친구, 가족, 팔로잉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서클'이라는 진화된 형식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언뜻 보아서는 친구하게 하고 픈 말과 지인에게 하고 픈 말을 구별할 수 있고 따라서 차별화된 관계망에서 개인정보가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그러나 글을 쓸 때마다 또는 공유할 때 마다 개별 사용자가 과연 매번 차별화된 소통을 시도할 것인가라는 복잡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구글 플러스가 가진 비대칭적 소통구조의 특징은 서비스의 성격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플러스에서 개별 사용자의 관계망 설정은 트위터 처럼 일방적이다. 비대칭적 소통구조의 일방성은 '내가 하고 픈 이야기를 한다'라는 자유를 개별 사용자에게 선사하고 개별 사용자의 생각과 견해를 전파하는 도구의 성격을 강화시킨다.



한편 대칭적 소통구조를 가진 페이스북은 소통을 강요한다. '친구요청'과 '알림'에 걸쳐있는 빨간 숫자는 마치 읽지 않은 이메일 개수와 같다. 쌍방향으로 친구관계가 형성된 이후 친구의 행위에 따라 빨간 숫자가 표시된다. 페이스북 빨간 숫자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소통의 무게를 형성한다.

구글 플러스의 비대칭적 소통구조의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서 아래 그림을 보자. 이미 팔로워 중심의 소통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Screen shot 2011-07-11 at 오전 9.51.57
▲ Screen shot 2011-07-11 at 오전 9.51.57

그림 2: 비대칭적 소통구조를 보여주는 구글 플러스, 주커버그의 팔로워는 1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출처보기



그렇다고 구글 플러스가 트위터에 직접적 위협이 되기는 힘들다. 재프 자비스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 처럼, 댓글이 추가될 경우 과거 글(post)이 최신 글위로 올라오는 구조 때문에 구글 플러스는 실시간 소통이 강한 트위터와 경쟁하기엔 부족하다(참조보기). 구글 플러스는 오히려 쿼라(Quara) 등과 같은 소셜 Q&A 서비스를 일차적으로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2. 친구를 분류하는 것은 사회 관계망의 핵심이 아니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의 핵심은 친구 분류가 아니라 소통이다. 친구 분류에 따른 차별화된 소통이 초기에는 '재미'를 선사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유와 소통의 재미가 개별 소셜 서비스를 이용하는 핵심 동기로 남게된다. 사용자 한 명 한 명을 서클에 추가해 보고, 삭제하는 것은 처음엔 재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관계망이 두터워질 수록 이를 분류하고, 서클마다 다른 메시지를 작성하는 것처럼 귀찮은 일은 없다.





3. 일상용도가 없는 수다방(Hangouts)


그룹 영상 통화!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다. 기업에서는 팀별 회의를 수다방을 통해 진행할 수 있을 것이고, 친구들과 함께 주말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목적이 있을 필요가 없다. 친구들과 수다떨며 나른한 토요일 오후를 보내기에 수다방은 안성맞춤이다. 이에 반해 페이스북과 스카이프의 통합 서비스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1대 1 영상 통화라는 낡은 서비스는 구글 플러스의 수다방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일상적인 소통의 대부분은 파티 분위기의 수다방이 아니라 '당신과 나' 둘 만의 대화에서 이뤄진다.





4. 불꽃이 튀지 않는 스파크



스파크(Sparks)는 구글 뉴스의 새로운 해석이다. 다시말해 스파크는 소통 및 논쟁의 소재가 모이는 공간이다. 이후에는 구글 리더의 기능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멋진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바로 구글 플러스 스트림에 추천하는 것은 훌륭한 기능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만약 개별 사용자가 스파크를 논쟁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도록 지속적으로 잘 조직하지 못한다면 스파크는 지루함에 지루함을 더하는 기능이 될 것이다. 다시말해 대다수 사용자에게는 완벽하게 불필요한 기능이다.



분명 이제 막 시작한 구글 플러스의 미래를 현 시점에서 결정하는 것은 오만한 일이다. 다수 사용자들이 참여함에 따라 서비스의 기능과 성격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곧 트위터와 연동이 이뤄질 것이며, API 공개에 따른 다채로운 부가서비스들이 쏟아질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사한 기업들을 위한 공간도 생겨날 것이고 또한 독특한 광고모델도 구현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구글 플러스는 자장면도 아니고 짬뽕도 아니다. 그 중간에서 애매 모호한 맛을 내는 서비스다. 트위터처럼 맥박과 함께 뛰는 타임라인도 아니며 또는 페이스북처럼 시간을 뒤로하고 차분하게 친구/지인들의 관심사를 살펴보는 뉴스피드도 아니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 복점시대(duopoly)를 끝내기에 구글 플러스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독점을 끝냈던 베를린 이주의 장점은 결코 맥도날드보다 화려한 레스토랑을 발견한 것에 있지 않다. 무수한 다양성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 맥도날드와 비교 자체가 불필요한 '다른 시장'과 '다른 서비스'를 발견한 것에 베를린 이주의 매력이 있다. 시장질서 파괴기술(disruptive technology)은 동일 서비스를 우월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동일 서비스의 존재의미를 파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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