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산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보너 보겔스(Werner Vogels) 아마존 웹서비스(AWS)의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것도 세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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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시장에서 아마존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전자상거래 업체로 '월마트'를 겨냥한 아마존이지만 최근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더 자주, 많이 거론되고 있다. IT를 활용한 전자상거래 회사가 갑자기 클라우드 컴퓨팅을 들고 나오면서 IT 시장은 말 그대로 패러다임의 전환 시대를 맞고 있다. 물론 이런 변화의 또 한 축은 구글이다.

IBM이나 HP, 마이크로소프트나 오라클 같은 쟁쟁한 IT 벤더들이 오랫동안 '온디맨드 혹은 유틸리티 컴퓨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왔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을 확산시킨 주역은 '아마존'이다.

1995년 설립된 아마존닷컴은 2006년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자회사를 통해 처음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그 후 수많은 IT 벤더들이 아마존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현재 아마존이 보유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총 5개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와 버지니아 북부지역), 싱가포르와 아일랜드, 일본에 마련돼 있다.

연일 언론 지면을 통해 등장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이지만 아마존웹서비스의 클라우드 매출은 지난해 고작(?) 3억 달러를 넘어섰다. 물론 사업 첫해 800만 달러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5년 사이 40배 증가라는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지만 전체 볼륨 측면에서는 여전히 작은 규모다. 그렇지만 IT 역사에서 아마존웹서비스 이전과 이후로 기록될 정도로 아마존웹서비스가 시도한 클라우드 컴퓨팅의 의미는 외적 매출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져온 가장 큰 패러다임의 전환은 IT 자원과 서비스에 대한 '소유'에서 '접속'으로 바뀐 것이다. 내가 필요할 때 '접속'해서 원하는 만큼 사용하고 그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모든 가정이 전기 사용을 위해 발전소를 마련해서 전기를 생산하지 않은 것처럼 이제 IT 분야도 그렇게 가고 있고, 이런 변화를 아마존웹서비스가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협력 소식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인사말에 대해 그는 "어떤 고객사든지 동의하지 않은 정보들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아마존의 클라우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내용들이 국내에 소개돼 있다. 그 중 기자가 오해하고 있거나 잘못알고 있는 내용 위주로 이번 인터뷰를 정리했다.

1. 아마존 서비스를 위해 투자했던 IT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클라우드를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트래픽이 몰리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비해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그 이후에는 활용도가 뚝 떨어졌던 걸 높이기 위함 아니었나.

전혀 그렇지 않다. 아마존닷컴은 1995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왔다. 우리는 10년 이상 웹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다루면서 아주 독특하고 뛰어난 기술들을 확보하게 됐다. 수준 높은 확장성과 고도로 안정된 웹 애플리케이션 운영에 필요한 역량들을 키워왔다. 또 웹 애플리케이션도 정교하고 확장성있게 개발할 수 있었다. 우리는 새로운 기업과 많은 개발자, 또는 수많은 사업들이 웹 플랫폼 안에서 고도화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

아마존웹서비스는 2006년 설립됐다. 현재 190개 이상의 국가에서 수십만 명의고객들을 가지고 있다.

이미 투자했던 자원들의 잉여 부분을 이용해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이 사업을 한 것은 전혀 아니다. 웹 서비스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비즈니스였다. 우리는 고객들이 IT에 접근하던 방식을 근본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바꿨다. 아마존닷컴은 아마존웹서비스의 하나의 고객일 뿐이다. 아마존닷컴과 맞먹는 많은 고객들이 현재 이를 사용하고 있다.

고객들에게는 엄청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설비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는 필요한 것만 골라서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은 장기계약을 통해서만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고객들은 그것이 불만이었다. 다른 해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엄청난 비용 절감은 물론 원하는 시점에 바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쓴만큼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강점을 조합해 보면 세상의 어느 기업도 클라우드를 거부할 수 없다.

2. 오픈소스 혜택은 많이 받으면서 기여는 제대로 안하는 것 아닌가라는 견해가 있다.

우선 아마존웹서비스를 위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많이 활용한다는 건 근거가 희박하다. 서비스를 위한 많은 핵심 기술들은 아마존 내부에서 개발된 것이다. 우리가 집중하는 건 개발자 커뮤니티에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 개발자 커뮤니티들에게 신뢰성있고 확장성 있으면 비용 효율성이 있는 인프라를 제공해서 그들이 자신들의 생각들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 PaaS(Platform as a Service)는 안하는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세일즈포스닷컴은 자체 PaaS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VM웨어, 레드햇도 오픈소스 PaaS 프로젝트를 단행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큰 PaaS를 제공하고 있다. 엔진야드, PHP포그, 클라우드파운드리 등이 모두 우리의 PaaS를 사용하고 있다. 노드.js도 마찬가지다. 아마존 서비스를 위한 수많은 플랫폼들이 마련돼 있다. 우리는 전세계 수많은 플랫폼들이 아마존의 플랫폼 위에서 꽃 피울 수 있도록 돕는다. 자바 콘테이너인 'AWS Elastic Beanstalk' 프로젝트도 그 중 하나다. 아마존 플랫폼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많은 작은 조각들을 제공해 서비스 기업들이 더 쉽게 개발하고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플랫폼과 개발자가 1:1이 될 때가지 이런 행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플랫폼은 하나의 구성요소일 뿐이다. 우린 더 큰 것을 제공한다.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만 하더라도 전세계 수많은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앱과 서비스를 아마존 기반에서 아주 손쉽고 빠르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 위치정보인 지오로케이션, 날씨와 교통 상황과 같은 지오콘텍스트, 미디어 인코딩,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의 통합(인티그레이션)들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손쉽게 구동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아마존이 보유한 추천첸진도 개방했고 지불, 광고 플랫폼 등이 제공된다. 이런 모든 것들이 플랫폼이다.

모바일 개발자들이 아마존웹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4.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가 등장하면 서비스 업체를 제외하고 기업 내부의 IT 인력들이 구조조정 되거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닌가?

당연히 오해다. 지난 15년간 있었던 IT 시장 변화는 늘 우려의 연속이었다. 메인프레임에서 클라이언트서버(C/S)로 바뀔 때, IT아웃소싱이 활발히 전개될 때 모두 고용은 오히려 늘었다. 클라우드 시대가 되면 IT 조직들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 무척 중요한 부분은 클라우드는 IT조직에게 독특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선 과거 구매 패턴을 보면 알 수 있다. 하나의 장비 혹은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제공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그런 인프라 관리에도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야 했다. 비효율성이 많았다. 앞서 밝힌대로 IT 조직은 비용 절감 압박 때문에 소프트웨어 업체와 장기간 계약을 통한 할인을 받아왔다.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소프트웨어를 최적의 가격대에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IT조직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IT조직은 기업 내부에서 일을 진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되는 곳이라는 인식을 받아왔다. 원하는 시점에 제대로 대응이 안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이런 인식들 혹은 기존의 프로세스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큰 변혁이다. 클라우드 시대 IT 조직은 현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혁신을 일으키는 조력자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잇다. 현업 혹은 각 사업부가 필요한 서비스를 제 때 제공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최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내부 부서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게됐다. 오히려 클라우드는 IT조직을 행복한 조직으로 탈바꿈시켜 주고 있다.

5. 얼마전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모두 맡겼다가 장애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다. 위험성이 더 높은 것 아닌가?

고객들은 아마존의 전세계적인 고가용성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우리는 '가용성 존'이라는 컨셉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잇다. 서비스 중단없이 확장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객들은 아마존이 제공하는 고가용성 수준에 대해 개별 기업의 IT부서에서는 달성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이야기한다. 최근 일본 데이터센터를 마련하고 일본 고객들과도 대화를 하는데 마찬가지 이야기를 한다. 그 때문에 많은 일본 기업들이 아마존  클라우드로 옮겨오고 있다. 차세대 비즈니스 연속성을 위해서다. 개별 기업들이 이 정도 수준의 고가용성과 폴트톨로런트를 마련할 수 있을까?

아마존은 전세계 5개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지역별 데이터센터에 많은 수의 가용성 존이 잇다. 가용성 존 안에는 다수 스토리지 옵션이 있다. 얼마 전 발생한 문제는 스토리지 클러스터 한 곳에서 에러가 났었다. 그렇지만 고객 중 13%만 어려움을 겪었고 나머지 87%는 별문제 없이 다른 가용성 존으로 페일오버됐다. 불행한 사고였다는 건 인정한다. 다만 아마존웹서비스는 고객들에게 이런 가용성 존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나의 가용성 존만 활용하는 고객들에게 다수의 가용성 존을 활용토록 이야기하고 있다.

그와 인터뷰를 끝내고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심봉사가 심청이의 효심으로 눈을 뜬 것처럼 기자의 눈도 조금은 떠진 것 같은 인터뷰였다.

한편, 그는 클라우드 시대에 들어서면서 각국 정부의 규제로 인한 사업 활성화 혹은 현지 법률에 따른 데이터 압수 수색 등과 관련해서는 "아마존웹서비스는 검찰이나 경찰이 자료를 바로 요구할 때 제공하지 않고 이런 요구가 오면 일단 고객들에게 알려주고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모든 고객 데이터를 암호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와도 클라우드의 특성과 그에 따른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리적인 서버를 압수수색해 무조건 들고가는 우리나라 법률체계가 클라우드 시대에 맞게 어떻게 변하게 될지 클라우드 사업자들과 정부간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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