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를 내놓는 기업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쓸까' 또는 '이 서비스를 왜 안 쓰는 거지' 일까요. 갓 창업한 새내기 기업이라면 한 번쯤 해보았을 고민이 있을 법합니다. 2012년 첫 SNS 포럼은 이런 고민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했습니다.

소셜익스피리언스랩은 소셜미디어를 연구·개발하기 위해 블로터앤미디어에서 출범한 독립조직입니다. 지난해 9월 '고리'라는 서비스로 첫인사를 드렸던 소셜익스피리언스랩은 지난해 12월 '온피플'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서비스의 영역을 넓힌 것으로 보실 수 있겠으나, 실제로는 첫 서비스를 개편해 이름을 바꿔 내놓았습니다.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웹서비스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신생벤처가 그러하듯 소셜익스피리언스랩은 서비스 한 달 만에 사이트 이곳저곳을 뜯어고쳤습니다. 김철환 소셜익스피리언스랩장은 고리와 온피플을 기획, 개발, 마케팅하며 고민한 내용을 SNS 포럼 회원들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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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시: 2012년 1월19일 저녁 7시

  • 장소: 블로터아카데미

  • 참석자: 김범섭 ITH 창업자,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이성규 뮤즈어라이브 대표, 황룡 사이러스 대표, 블로터닷넷 이희욱/정보라 기자



우주에서 날아온 별똥별에서 탄생한 슈퍼맨 같은 서비스가 있을까요. URL을 가지고 또는 어엿한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으로 등장했다 사그라진 서비스는 얼마나 많을까요. '정식 서비스'라는 명함을 달기 전까지 '알파'와 '베타' 운영을 거치며 수없이 고치고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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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다시피 SNS 포럼 회원은 각기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신생벤처 대표로서 서비스를 기획·운영합니다. 때로는 '코딩'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래머의 영역에 직접 참여하면서 말이지요.  김철환 랩장은 SNS 포럼에서 고리의 실패담과 온피플을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습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프로필을 불러와 고리에서 자동으로 프로필이 생성됐습니다. 친구와 고리로 연결돼 서로 태그를 달고 인물평을 남기도록 했지요. 이 콘셉트로 서비스 기획을 4월부터 두 달간 하고 개발자를 구한 뒤 다듬어 7월부터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9월 중순 출시해 '블로터닷넷의 별도 조직에서 이런 서비스를 만들었다'란 글을 올려 노출은 많이 된 것 같은데 많이들 안 썼습니다."

소셜익스피리언스랩은 김철환 랩장을 포함해 구성원이 4명에 불과합니다. 고리로 링크드인을 넘어서겠다는 생각에 서비스를 영어로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이건 잘못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김철환 랩장은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김철환 랩장은 인맥 고리로 SNS 이용자끼리 연결되고 서로 태그를 달고 인물평을 남기고, Q&A 활동 등 기능이 너무 많았던 게 실패의 이유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그래서 이 가운데 인물평 기능만 추려 온피플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온피플은 신문의 ‘이사람’과 같은 인물 섹션과 비슷한 콘셉트로 출발했습니다. 내 주변 사람이 결혼하거나 승진하는 소식을 온피플에서 공유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소셜시대의 백과사전은 위키피디아보다 트위터 타임라인처럼 피드 형식으로 정보가 쌓이는 모습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김철환 랩장은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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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포럼 회원들은 김철환 랩장의 이야기를 듣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입소문이 안 나면 잘못 만든 서비스”라는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의 충고가 가장 뼈아팠는데요.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홍보와 마케팅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서비스 자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동형 온피플을 보면 사용자 환경과 구조는 단순하지만, 사용자 경험이 복잡하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이용자가 온피플에서 글을 쓸 때 어떤 마음이 들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어떤 의도로 특정 사람을 지정해 글을 쓰는 기능을 만든 것인가. 사람들이 왜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나.

이동형 대표는 서비스를 기획한 의도뿐 아니라, 사람들이 서비스를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서비스라면, 사람이란 주제에서 더 본질로 내려가야 한다”라며 “누구나 생각해내는 상식 수준의 발상보다 더 깊이 내려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플랫폼을 만들려면 낮고 깊은 곳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플랫폼에 필요한 혁신은 벤치마킹만으로 얻을 순 없다는 설명이지요.

김범섭 ITH 창업자는 인터넷 서비스에 이용자들이 기꺼이 글을 쓸 것이라는 온피플의 기대를 비판했습니다.

김범섭 온피플을 몇 번 써보다 안 들어가게 됐다. 글을 남기는 것 자체가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면 내 주변 누군가가 본다는 것을 알지만, 온피플은 내가 남긴 글을 누가 볼지에 대한 기대치를 주지 못한다. 글부터 쓰라고 하는 게 아니라, 특정인에 대한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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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섭 창업자의 조언은 외부 SNS를 연동해 ‘이곳에 글 써봐’라는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이용자가 온피플을 또는 여러분의 서비스를 왜 찾아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온피플처럼 A라는 사이트에서 SNS 이용자들이 글을 남기고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로 글을 보내는 서비스는 다수 있습니다. 포스퀘어도 여기에서 출발했지요. 여러 SNS에 동시에 글을 전송하는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포스퀘어는 최근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전세계 이용자 수가 카카오톡의 3분의1 수준에 머물러 있지요.

다음은 SNS 포럼 회원들이 소셜익스피리언스랩에 건넨 조언입니다. 소셜익스피리언스랩에 대한 충고이지만, SNS에 대한 고민이자, 신생벤처 운영에 대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이희욱 김철환 랩장이 온피플을 쓰는 모습을 봐도 서비스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남기는 곳이라고 했지만, 김철환 랩장도 대화하듯 쓰고 있다. 프로필 정보를 써야 하는데 특정인에게 말을 거는 식이니 프로필이 쌓이지 않는다.

처음 생각한 ‘사람’에 집중하면 온피플의 방향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을까. 지금의 온피플은 트위터 멘션하기 기능을 새로운 UI로 구현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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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처음의 목마름으로 돌아가는 게 어떤가. 온피플을 두고 다양한 고민을 하는 것 같은데 기획했을 때 김철환 랩장이 기획한 것은 ‘이 사람이 어떤 전문가인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지금의 온피플은 김철환 랩장이 그때 기획한 것보다 범주가 넓어졌다.

사실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어려운 일이다. 특히 부정적인 말은 더하다. 누군가에겐 목숨을 내놓는 일일 수도 있다. 김철환 랩장이 고민한 대로 인물에 대한 정보 중 무엇을 보여줄지,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을 풀려면 초기의 갈증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철환 사실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내가 냈지만, 구현되는 과정을 모른다. 이점에 대한 고민이 많다. 아직 개발인력을 관리한 경험이 없다보니 훈련이 덜 됐다는 생각이 든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덤벼들어야 하는데 사업을 하려면 인건비와 운영비가 필요하다보니 내 집중력이 분산된다. ‘이런 사업을 하기엔 내 그릇이 작은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동형 개발자를 관리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본인이 직접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는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개발자를 주인으로 만들거나 본인이 돈이 많아 개발자에게 높은 급여를 지급하면 된다. 인터넷 사업은 컴퓨터와 일하는 것이다. 당연히 컴퓨터 잘하는 사람에겐 무조건 많은 기회를 줘 주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개발자는 기자와 비슷하다. 기자가 기사 내용을 독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글을 고치고 또 고치듯, 개발자는 컴퓨터가 이해하는 문서를 만든다. 개발자는 이 문서에서 행여나 컴퓨터가 못 알아듣는 구석이 있을까 고치고 또 고친다. 그게 개발자이다.

그런데 인터넷 창업하는 사람이 프로그램을 모른다니. 소셜익스피리언스랩처럼 서너명이 있는 곳은 모두가 개발자가 돼야 한다. 내가 개발할 능력이 안 되면 작은 부분이라도 맡아야 한다. 그림을 같이 그려놓고 실행은 몇몇 사람만 해서는 안 된다.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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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 나도 처음에는 개발자에게 일을 준다고 생각했다. 결국 내가 불편해서 개발을 배우게 됐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CTO에게 설명하는 게 잘 안 되니 어쩔 수 없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구현해 줄 사람은 CTO, 그 사람뿐이다.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그것을 풀어낼 사람이 없게 된다. 이것은 개발자 출신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 초기에는 특히나 CTO가 중요하다. 100명의 그저그런 개발자보다 1명의 마음 맞는 개발자가 있는 게 낫다. 자금 여유는 있지만, 서비스를 끌어갈 CTO가 없는 곳을 알고 있다. CTO가 기술을 장악해 인력을 알아서 세팅하면 될 텐데 안타깝다. CTO를 구하지 못하고 보통의 개발자를 뽑아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답이 없는 상황으로 갈 수가 있다.

사이러스는 개발 조직이 작다보니 프로젝트 개발 기간을 한 달로 잡는다. 그 기간을 넘어서는 것이면 우리 조직에서 할 수 없는 규모로 판단해 잘라버린다. 그리고 빠르게 서비스를 내놔, 사람들이 어떻게 쓰는지 관찰하고 리소스를 투입할지를 결정한다. 개발 기간을 최대한 짧게 운용하는 게 답인 것 같다.

이동형 내가 옷을 못 만드는데 트렌드를 잘 볼 줄 안다면 역할은 분명하다. 옷을 유통하고 마케팅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 옷을 만들려면 바느질 능력은 필수다. 옷을 만들지 못하는데 만들려 드는 것은 취미다.


이번 SNS포럼에서 우스개 소리로 '개발자를 모시고 산다'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 말 속에는 조직이 작은 벤처가 서비스를 탄탄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결국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함께 만들어갈 사람이라는 철학이 녹아 있겠지요.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데서 출발한 SNS 포럼에서 사람을 구성하고 만나는 이야기가 매번 꾸준히 화제로 오르는 것도 이동형 대표의 말대로 '결국 핵심은 사람'이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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