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정액제가 음악산업 발목 잡아"

발행일 2012-03-30 16:46:22
정액제 중심의 디지털 음악 시장에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음악산업선진화포럼은 CJ E&M 사옥에서 음원 서비스와 유통 회사와 기획사, 대중음악평론가, 학계 관계자를 한 자리에 모아 '2012 디지털 음악 산업 발전 세미나'를 3월30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소리바다와 네오위즈인터넷, KMP홀딩스, CJ E&M, 미러볼뮤직,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가 참석해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건당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형태로 디지털 음원의 가격 체계를 바꾸자고 의견을 모았다. 디지털 음악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로엔엔터테인먼트쪽은 패널 대신 청중으로 참석했다.

디지털 음악 시장 세미나

현재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은 음원을 내려받을 때 금액을 지불하는 다운로드 방식과 월 정액제로 묶인 스트리밍 상품이 있다. 그리고 이 둘을 결합한 월정액 상품이 있다. 이 가운데 스트리밍 상품은 정해진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체제는 지난 2004년 디지털 음악 시장에 유료 다운로드 상품이 판매되며 지금까지 유지됐다. 8년이 지나고 올해 이 체제를 바꿀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원 사용료 징수규정을 어떤 형태로든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민용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기간제 상품이 0원에서 2천억원의 큰 시장을 만든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라면서도 "(지금의 가격 체계는) 매출이 고정돼 있고 그 안에서 점유율 나눠먹기라, 누군가가 대박이 나면 다른 누군가는 쪽박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음악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 ▲정액제 상품군을 퇴출하고 ▲적당한 수준으로 징수료를 개정하고 ▲소비자의 음악 선택권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군을 개발해야 한다는 3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이 3가지 조건을 이행한다고 이용자가 이탈해 불법 시장으로 갈 것이라는 두려움은 버리자고 말했다.

특히 "누군가가 방향을 잡아주면 나머지 생태계 구성원은 그 곳을 따라가기 마련"이라며 "권리자나 유통사, 정부 등 누군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디지털 음악 시장을 개편할 선도자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종량제는 찬성, 새 가격 체계 마련은 고민

음악 서비스 업체도 종량제는 상품 구성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입장이다. 미국쪽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한 음악 서비스가 나오고 광고 기반 음악 서비스도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구글 뮤직이나 애플 아이튠스 매치, 아마존 뮤직처럼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클라우드 서비스를 결합한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길 기대해 볼 수 있다. 지금 음악 사용료 징수 규정에는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에 대한 내용만 있다.

양정환 소리바다 대표는 "종량제로 가야 한다는 것은 나 역시 주장한 것"이라며 "외부에 있는 사람과 업계에 있는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지금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라고 말했다. "종량제를 도입하면 서비스 가격이 치솟는다는 의견은 과장됐다"라는 설명도 보탰다.

양정환 대표 설명대로라면 이렇다. 지금 스트리밍과 복합 상품을 사용하는 이용자 중 한 달에 100회 미만으로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사용자는 절반이 안 된다. 이러한 이용자는 만약 스트리밍 1회당 30원씩 요금이 발생해도 기존에 부담하던 가격과 비슷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한 달에 1천회 넘게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상점에서 영업 시간에 연이어 음악을 트는 경우로, 대다수의 이용자로 볼 수 없다. 결국 이용자들의 스트리밍 서비스 비용은 우려만큼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스트리밍 사용 행태는 스트리밍 상품이 재생 횟수나 곡수에 제한이 없는 상황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종량제를 도입했을 때 한 달에 3만원을 내야 한다는 의견은 왜곡된 설명이라는 게 양정환 대표의 설명이다.

디지털 음원 가격

종량제 도입은 당연히 가야할 길이지만 그에 따른 가격 체계와 상품을 구성하는 데에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익재 네오위즈인터넷 이사는 "저작인접권자는 어떤 음원은 비싸게 팔거나 무료 프로모션하고 싶을 때가 있을 텐데, 이러한 부분을 새로운 저작권 개정안에서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했다"라면서 "인상폭이 곡당 천원 단위 체계로 가리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종량제로 가면 대량 구매시 할인하는 것을 검토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사용료를 부과하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음원 유통과 서비스를 맡은 업체 3곳 모두 종량제로 가는 게 옳은 방향으로 주장했다. 소리바다와 네오위즈인터넷과 마찬가지로 CJ E&M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이동헌 CJ E&M 유통사업부장은 "우리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종량제가 도입돼야 한다"라면서 "종량제를 도입하는 데 과제는 국내 음악 시장에서 쓰이는 '무제한'이나 '무료'라는 단어는 사라져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기존 음악 상품을 과장된 문구로 홍보하는 것은 종량제로 향하는 소비자의 발길을 멈추게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종량제를 시행하는 데 소비자의 지지는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형 기획사와 인디 레이블 매출 증대 기대

누구보다 종량제를 찬성하는 쪽은 음악 권리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7개 기획사가 모여 만든 음원 유통회사 KMP홀딩스의 이승주 이사와 이창희 미러볼뮤직 대표도 종량제로 가는 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와 인디신 기획사가 지금의 음악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승주 이사는 "온라인 매출은 정해져있고 그것을 백분율로 나눠 가지니 들이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걷어가는 것은 한정돼 있어, 다운로드당 그리고 스트리밍당 요금을 징수하는 것은 찬성한다"라면서 "곡을 만들 때 세션비, 편곡비, 프로듀서비 등을 이미 지급했는데 디지털 복제 사용료까지 받는 징수 규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실연자에게 저작권료를 이중으로 지급하는 지금의 사용료 징수규정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지금의 음악시장은 제작자가 창작물에 적절한 가격을 매기고 다양한 상품을 제작하려는 노력을 제약하고 있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반면 이창희 대표는 이승주 이사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실연자에 저작권료를 이중 부과하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하지 않았다. "인디신은 현재 음원 시장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다운로드당 또는 스트리밍당 가격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뀌면 인디 레이블이 진정한 권리자로서,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음악 시장에 종량제가 도입되고 음악 상품을 다양하게 구성하자고 목소리가 모이는 가운데, 복수 신탁업체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미국에서는 음악쪽 협회가 두 곳이 있어, 이들의 경쟁관계가 대중음악 시장에 다양한 활력을 불어넣었는데 정부 관계자도 이에 관해 같이 논의해보자"라고 제안했다. 상품 구성이나 가격 체계에 대한 논의에 앞서 음악 시장에 관한 근원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특히, 음악의 저작권 관련한 3개 협회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청중으로 참석한 로엔엔터테인먼트의 김미연 사업부장은 "우리는 서비스 사업뿐 아니라, 투자, 유통, 제작도 하고 있어 (이해관계자들이) 공생하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고 음악 시장에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시장의 활성화는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고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시도할지 두려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미연 부장은 또한 "이 자리에서 사용료 징수규정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아 아쉽다"라며 "이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용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로엔엔터테이먼트 쪽은 패널로 초청받지 않았으며, 청중으로 초청장을 받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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