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에 출판사는 책 판매를 늘리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온 국민이 알 법한 작가 쓴 책을 내지 않는 출판사라면 말이다. 게다가 경제학처럼 사람들이 즐겨 읽지 않는 책을 내놨다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도서출판 어크로스는 최근 경제학 서적을 출간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이 쓴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이다. 이 책은 경제학에서 주류로 평가받지 못하는 내용을 다뤘다. 국내 대학교의 경제학 수업에서 널리 쓰이는 '맨큐의 경제학'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담당 마케터는 골머리를 싸맬 일이다. 그렇다고 어크로스가 광고를 빵빵하게 할 만큼 규모가 크지도 않다. 지금까지 출간한 책은 10권에 불과하다.

김류미 에디터는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을 팔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다. 먼저 예상 독자층을 그렸다. 김류미 씨는 '일단 이원재 소장을 알고 있으며, 이원재 소장이 출연한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를 팟캐스트로 듣고, 이원재 소장과 SNS에서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독자층을 분석했다. 결론이 이렇게 나니, 주요 독자는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는 사람들로 좁혀졌다. 책 광고와 마케팅도 온라인과 SNS 활용으로 범위를 좁혔다. 이 책은 일간지나 무가지 광고, 포털사이트 배너 광고는 크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김류미 씨는 판단했다.

"사실 광고비를 거의 안 썼어요. 예스24에 책 출간하고 1주일 배너광고하고 페이스북에 3일 광고한 게 다예요. 그 대신 저자인 이원재 소장이 트위터에서 1만 팔로워가 있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니, 이 책에 관심을 둘 독자는 이원재 소장을 알고 SNS에서 이원재 소장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어요."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인포그래픽
▲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인포그래픽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인포그래픽 제작이었다. 김류미 씨는 사람들이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이 담는 내용을 쉽게 알리면서도 책 내용을 궁금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책 내용 중에서 현실 경제를 가장 세게 비판한 부분을 인포그래픽으로 만들기로 했다.

'한국 경제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으로 시작하는 이 인포그래픽은 아이폰에서 트위터로 보기 좋은 크기로 제작됐다. 예상 독자가 SNS를 이용하고 팟캐스트를 듣는다는 특징을 반영한 셈이다. 김류미 씨는 "인포그래픽을 만들어도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 페지에만 넣으면 파급력이 없을까 봐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을 위한 트윗봇(@wonder_economy)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라며 "이 인포그래픽으로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트윗봇의 첫 트윗은 알티(RT, 전달)가 500번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트윗봇은 4월12일, 운영 45일째를 맞이했다. 지금 팔로워는 4073명이고 4030명을 팔로잉한다. 다른 이용자를 먼저 팔로우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있는데 하루 100명씩 꾸준히 팔로워가 느는 추세이다. 평일 4번, 주말 3번 글을 쓰고 아침 9시부터 3시간 간격으로 글을 쓴다는 운영방침도 정했다.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직장인이라는 판단에 트윗봇 운영시간을 업무 시간에 맞췄다.

김류미 에디터
▲ 김류미 에디터

김류미 씨는 트윗봇의 또 다른 운영방침도 공개했다. "트윗봇을 팔로우하는 사람은 지적인 욕구가 강하다고 생각해요. 정서적인 공감은 다른 트위터 계정에서 채울 테니까요. 특히 인기봇을 팔로우하는 게 새로운 소식이나 정보, 서비스 등을 알려고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트윗봇은 처음부터 '정보지향'으로 가기로 했지요."

트윗봇의 성격을 '기존 경제학에 반하는 내용을 알린다'라고 정하고 나니 미권스나 나꼼수 팬들을 초기 팔로워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문제는 입소문보다 책을 사서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하필 책이 출간된 올 2월, 비슷한 내용을 담은 책들이 출간됐다. 독특함으로 경쟁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문제는 경제다', '재벌의 밥그릇', '대한민국 맏아들' 등이 비슷한 시기에 나왔는데 이 책들과 구별되는 점을 부각하는 게 김류미 씨 숙제였다.

김류미 씨가 떠올린 건 웹툰이었다. 포스터나 추천사, 서평을 대신해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의 내용을 쉽게 알릴 방도는 만화라고 생각한 것이다. 웹툰 작가 중 시사IN에 연재하는 '굽시니스트'를 찾아갔다. 경제나 정치담론을 담아내는 데 탁월하니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의 내용을 만화로 가장 잘 표현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굽시니스트가 그린 웹툰은 온라인 서점의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소개 페이지에 삽화처럼 들어가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크로스는 최근 북트레일러도 시도했다. 이원재 소장이 책 내용을 3분 분량으로 소개한 음성 파일에 일러스트를 입힌 동영상이다. 이 작업은 '베네핏매거진'을 만드는 학생 벤처가 맡았다. 책이 출간된 2월께 내놓을 생각이었는데 제작 기간이 길어져 3월말께 공개됐다. 페이스북 광고는 이 동영상을 알리기 위해 진행됐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은 출간 한 달을 넘어섰다. 그간의 온라인 마케팅 시도는 얼마나 과실을 거뒀을까. 어크로스 출판사는 지금까지 책이 8천부 팔렸으며, 4쇄 인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나쁘진 않은 듯하다.

김류미 씨는 마지막으로 출판사가 온라인 마케팅을 시도할 때 가장 많이 할 법한 고민을 털어놨다. "사실 웹에서 유명하다고 다 팔리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책과 사는 책은 다르지요. 책을 실제로 구매하는 욕망과 관심을 가지는 욕망이 다르다고 할까요."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웹툰
▲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웹툰

▲굽시니스트가 그린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웹툰 일부☞만화 보러가기~!



▲이원재 소장과 베네핏이 만든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북트레일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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