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속내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거의 2년 가까이 잘 사용해오던 제품 이름을 느닷없이 바꿔 버렸기 때문이다. MS가 타일 모양의 사용자조작환경(UI)을 뜻하는 '메트로 UI'의 '메트로'라는 이름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 IT 업계 소식을 전하는 더버지가 미국 현지시각으로 8월2일 전했다.

이유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MS의 공식적인 답변은 "개발 단계의 코드명이기 때문"이라지만, 유럽의 다른 업체 이름과 같아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MS는 '메트로 UI'라는 이름 대신 '윈도우8 스타일 UI'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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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UI'라는 이름은 MS 제품 전반에 걸쳐 이용된 이름이다. '윈도우8'(왼쪽)과 '윈도우즈폰8'


더버지가 전한 내용을 보면, MS는 내부적으로 개발자들에 더이상 '메트로'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MS도 같은 내용의 지침을 받았다. 사실상 '메트로'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폐기된 셈이다. MS가 MS의 e메일 계정 브랜드인 핫메일에 메트로 UI를 적용하고, '아웃룩닷컴'으로 새 단장해 발표한 지 불과 이틀 만의 일이다.

아웃룩닷컴 뿐만이 아니다. MS는 이미 모바일기기용 운영체제(OS) '윈도우폰7'을 출시할 당시인 2010년 가을부터 타일 모양의 UI를 '메트로 UI'라고 불렀다. 이후 MS의 차세대 운영체제(OS) '윈도우8'에도 메트로 UI를 적용했고, MS의 모든 제품을 메트로 UI로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발표된 'MS 오피스 2013'에서도 메트로 UI라는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MS의 마음이 갑자기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MS 대변인은 해외 IT 매체 벤처비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메트로'라는 이름을 다양한 제품과 제품 개발 주기에 걸쳐 이용했지만, 상용 제품 출시가 가까워진 만큼 사용자와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상업적인 이름을 사용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개발 단계의 코드명은 폐기하고, 앞으로 상업용 이름을 다시 정하겠다는 얘기다.

일견 수긍이 가는 얘기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뚱딴지같은 소리다. 지금까지 '메트로'라는 이름을 갖고 출시된 제품은 개발 단계의 미완성 제품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윈도우폰7과 '윈도우폰7.5(망고)' 등이 '메트로'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된 바 있다.

MS가 독일의 유명 유통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 이름 때문에 법정 다툼의 여지를 우려한 것은 아닌지 추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메트로 AG'라는 이름을 가진 그룹 때문이다. 독일 메트로 AG는 미국 '월마트'나 프랑스 '까르푸' 등과 같은 체인형 마트를 운영하는 업체다. MS가 '메트로'라는 이름을 갖고 유럽에 제품을 출시하면, 이름 때문에 곤욕을 치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유럽 쪽에서는 다른 이름을 쓰고, 다른 나라에선 '메트로' 이름을 유지하는 것도 곤란하다. 결국 '메트로' 이름을 포기하고 새 이름을 찾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MS의 결정 때문에 2년여 동안 익숙하게 부르던 메트로 UI를 '메트로'라고 부를 수 없게 됐다. 홍길동이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됐을 때 심정이 이와 같았을까. 이제부터는 메트로 UI를 새 윈도우8 스타일 UI로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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