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아이위랩 직원 4명이 만든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이 2년 만에 국민 앱이 됐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수를 가늠할 지표로, 이 앱 이용자 수를 셀 정도다. 카카오톡 이야기다.

카카오톡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블랙베리, 윈도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다. 앱을 깔고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이용자 휴대폰 주소록에 있는 지인들과 이 앱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한 통에 30원 하던 문자메시지와 달리 카카오톡은 데이터 통화료만 내면 메시지 발송 비용은 공짜다.

데스크톱에서 쓰던 네이트온이나 MSN메신저, 버디버디, 미쓰리와 같은 메신저를 스마트폰으로 쓴다고 보면 된다. 문자처럼 메시지를 받으면 자동 알림 기능이 있어, 데스크톱에서 쓰던 메신저보다 훨씬 편리하다.

앱에서 친구로 보여주는 이용자는 따지고 보면 친구가 아니다. 그저 전화번호가 입력된 카카오톡 이용자다. 두 이용자 모두 각자 스마트폰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카카오톡에서 친구로 보여주는 식이다. 둘 중 한쪽만 전화번호를 입력했다면, 나머지 이용자에게 추천 이용자로 뜬다. 그래서 카카오톡에는 친구 승낙과 같은 절차가 없다.

휴대폰 요금제가 문자 100통 또는 200통 단위로 전화 요금과 묶어 나오면서 문자로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퍼졌다. 청소년 대상으로 한 요금제 중 일부는 1천통도 가능했으니, 문자보다는 메신저 수준이었다. 이미 휴대폰 문자로 대화하는 게 익숙해졌는데 카카오톡을 쓰면 한통에 30원은 커녕 1원도 안 내도 됐다.

카카오톡과 싸이월드 미니홈피
▲ 카카오톡과 싸이월드 미니홈피

▲카카오톡(위)과 싸이월드 미니홈피


그런데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최근 싸이월드의 향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용자 수 규모가 엇비슷해서 나는 향기는 아니다. 지금 카카오톡은 매일 쓰는 사용자 수가 2500만명 정도이고, 싸이월드 이용자 수는 올 3월 기준으로 2600만명이다.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는 싸이월드의 도토리와 비슷한 가상화페 '초코'를 도입했다. 싸이월드의 선물가게처럼 카카오톡엔 선물하기와 이모티콘 샵이 있다. 이모티콘은 문자 대신 주고받는 작은 이미지로, 가격은 1천~3천원대다. 선물하기는 기프티쇼와 기프트콘과 연결된 슈퍼다. 거창한 선물 대신 커피 한 잔, 아이스크림 하나와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내게 한다.

가상화폐와 선물가게뿐이 아니다. 두 서비스 모두 제품 이름을 동사로 만들었다. 싸이월드는 '싸이질', '싸이해'와 같은 신조어를 만들었다. 카카오톡은 '카톡하다'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위 자체를 서비스 이름으로 표현하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국민가수, 국민배우와 같이 '국민' 서비스로 불리는 것도 비슷하다.

막연한 공상은 이용자들의 행동을 들여다 본 순간 구름이 걷힌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이용자끼리 근황을 확인하는 공간이다. 일촌평과 방명록으로 친밀도를 드러냈고, 사진첩에 올라온 사진은 요새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무얼 먹는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미니홈피에 제목을 달고, 자기 기분을 아이콘으로 표시할 수 있었다.

문자 기반 카카오톡은 싸이월드에서 이용자들이 쓴 기능을 카카오스토리라는 새로운 앱을 출시하며 풀어냈다. 카카오스토리는 카카오톡 프로필에 보일 사진을 공유하는 앱이다. 이곳에 사진을 올리면 카카오톡 이용자 프로필에 노출이 된다. 이용자는 사진을 카카오스토리에만 보여주거나, 카카오톡에도 함께 보여줄 수 있다. 카카오스토리 또는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면 이 이용자의 근황을 사진으로 파악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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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yworld_Giftshop_20120820

싸이월드 선물가게


미니홈피에 연인 사진을 올리고, 아기가 자라는 모습, 친구들과 다녀온 맛집 사진을 올리던 게 모바일로 와선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에 올리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싸이월드의 이용자와 비슷해 보이는 현상은 싸이월드 창업자도 감지했다.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이자 전 싸이월드 창업자는 블로터닷넷과 통화에서 "카카오톡이 싸이월드를 대체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동형 대표는 "(국내 이용자에겐)페이스북보다 카카오스토리가 더 편하고, (모바일에서는)싸이월드보다 카카오톡으로 간다고 본다"라며 "카카오톡의 주 이용자 층도 싸이월드와 중복된다"라고 말했다. 카카오톡과 싸이월드 이용자가 비슷해 보이는 것은 카카오톡이 싸이월드와 공략 이용자가 겹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보다 카카오스토리가 대체재가 될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그가 카카오톡보다 사진을 공유하는 카카오스토리에 더 주목한 까닭은 무엇일까. 싸이월드에서 이용자들이 멀리 떨어진 가족, 친구, 헤어진 연인, 정체가 궁금한 사람을 사진첩과 거기에 달린 댓글 등으로 파악하던 문화를 스마트폰에서 누구나 쓰기 좋은 서비스로 풀어낸 게 바로 카카오스토리라고 봤기 때문은 아닐까. 카카오스토리에 앞서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진공유 앱이 등장했지만, 카카오스토리처럼 단기간에 이용자를 확보한 서비스는 없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이모티콘샵
▲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이모티콘샵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이모티콘샵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SNS는 페이스북이다. 모바일 사용자만도 4억명이 넘지만, 이동형 대표는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기엔 아직 역부족인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카카오톡은 네트워크가 연락처(전화번호) 기반이고, 페이스북은 e메일 기반"이라며 "페이스북도 언젠가는 연락처 네트워크에 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페이스북은 웹사이트로 시작해 모바일 이용자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PC의 모든 기능을 모바일로 아직 다 구현해 내지 못하고 있다. PC에서 주던 만족감을 모바일에선 느끼지 못하게 하는 약점이 있다. 물론, 이 서비스는 세계 최대 SNS이니 모바일에 수익 모델을 도입하면 그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동형 대표가 본 건 모바일 DNA다. 카카오톡은 모바일 메신저로 시작했다. PC용 서비스도 제공해달라는 요청을 꾸준히 받지만, 카카오는 매번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한다. 이유는 모바일 공략하기도 바쁘기 때문이다. 'PC에서 모바일로'란 흐름이 있는데 굳이 PC를 돌아보느라고 모바일을 놓칠 위험도 있다.

카카오스토리
▲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


싸이월드와 이용자 행태가 비슷한 지적에 카카오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먼저,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플러스친구라는 마케팅 플랫폼을 들여오고, 최근 게임하기로 게임 채널 서비스를 시작하며 자신감이 꽤 붙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자.

카카오쪽은 "우리는 범국민적 서비스로, 특정 연령을 타깃하지 않았고, 카카오스토리를 들여다보면 전 세대에서 고루 쓰는 게 보인다"라며 "모바일에서 소통할 이미지 기반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욕구가 있었는데 거기에 맞춰 우리가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이용자들은 모바일에서 커뮤니케이션하고 남의 근황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찾고 있던 것"이라며 "싸이월드의 기능을 모바일에서 할 만한 것들이 없었는데 우리 새로운 서비스가 잘 맞았다"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에 대해선 이동형 대표와 시선이 비슷했다. 카카오쪽은 "싸이월드를 페이스북이 대체할 것 같았지만, 페이스북은 모바일에서 어려운 서비스여서 한국에서 확산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스토리 이용자 수는 2500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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