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반년 만에 학생 수가 2배 남짓 불어난 학교가 있다. 경기도 양주시 남면에 자리잡은 양덕분교 얘기다. 올 첫 학기를 시작할 때 전교생 수는 고작 11명이었다. 그랬던 것이 지금은 26명으로 늘어났다. 팟캐스트 녹음을 위해 찾은 날도 전학을 상담하는 학부모 전화가 간간이 걸려오고 있었다.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 지난 3년 동안 본교 통폐합 고려대상이었다는 시골 분교에 작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학교 선생님들은 '스마트러닝'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번 소셜잇수다에서는 그 사연을 들어보기 위해 양덕분교를 찾았다. 고맙게도 모든 선생님이 녹음에 참여했다. 물론, 그래봐야 이길용, 이주석, 박성원, 이 세 선생님이 전부다.

 


▲ 박성원, 이길용, 이주석 선생님(왼쪽부터)


폐교 위기에 놓인 양덕분교, 그리고 스마트러닝

학생 수가 적으면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취약하다. 침체된 학교 분위기도 아이들의 정서에 좋지 않다.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본교와 통폐합하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었지만, 양덕분교에는 지켜야 할 교육 전통이 있었다. 학교가 국립이다 보니 때가 되면 선생님들이 전근을 가지만, 선임 선생님들이 교육관이 비슷한 후임 선생님들을 직접 물색해 전통을 이어왔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스스로 만들어 온 양덕분교의 전통은 자연학습과 텃밭가꾸기다. 학교 한켠에 있는 쪽밭에서 아이들과 함께 채소를 기르고, 매달 숲이나 계곡 등지를 찾아 자연 생태계를 직접 느끼며 배울 수 있게 한다.

그러한 전통에 2~3년 전에 부임해 온 이길용, 이주석 선생님이 체험학습 프로그램과 지적학습 프로그램을 더했다.

분교 아이들은 학교와 집만 오갈 뿐 도시 아이들처럼 할 일이 많지 않다. 딱 우물안 개구리가 되기 십상인 환경이다. 그런 이유로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수시로 밖으로 데려나가 다양한 체험 활동을 시킨다. 선생님과 다른 어른들의 시각과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외부 특강 강사도 매달 여러차례 초청한다.

아이들의 학력도 책임져야 할 터, 방과후 학교는 물론 방학 중에는 학력 다지기 캠프도 연다. 소셜잇수다 주제인 스마트러닝도 학력신장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 시행한다.

양덕분교 분교부장이기도 한 이길용 선생님은 이러한 인성교육, 체험학습, 지적학습 세가지 프로그램을 묶어 ‘체인지’ 프로그램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양덕분교 블로그. 체인지 프로그램 스케치와 스마트러닝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사립학교에 준하는 프로그램들이지만, 무료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염치 없다는 얘기를 들어가면서까지 선생님들은 여기저기서 예산을 받아왔다. 학부모나 특강 강사들의 자원봉사도 큰 보탬이 되었다.

그런데, 분교가 폐교되면 이렇게 전통을 잇고 발전시키려 한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판이었다. 전근하게 될 더 큰 학교에서 시도해볼 수도 있겠지만, 양덕분교의 색깔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은 분교이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일단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체험에 열외가 없고 이동하기에도 편리하다. 분교는 교육청에서도 예산 지원을 잘 해 준다. 무엇보다, 선생님들 수가 적어 새로운 혁신을 위해 마음을 합치기도 쉽다.

‘하는 데까지 해 보자.’ 선생님들은 그렇게 의기투합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 중에서 지난 해부터 시작한 스마트러닝을 전면에 내세워 학교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직접 시내에 현수막을 내걸고, 학교 블로그를 알리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게시물을 남겼다.

반응은 빨랐다. 홍보를 시작한 지 4일 만에 전학생 문의가 들어왔다. 자신감이 생겨 더 열심히 홍보했고, 결국 선생님들의 교육 실험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전교생 26명까지 늘어나게 된 것이다.

태블릿PC 특성 살린 교육 주효

학부모들은 왜 디지털과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시골 분교의 스마트러닝에 관심을 보였을까. 그것도 교육청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선생님들이 독자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라니.

사실 교육청이 스마트러닝을 도입한 도시 학교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학교의 스마트러닝은 디지털교과서가 전부다. 교과서를 태블릿PC에 집어 넣었을 뿐, 기기가 가진 스마트함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양덕분교에서는 태블릿PC의 기능을 십분 활용한다. 5·6학년 아이들은 수업 교구로 교육청의 지원으로 구입한 슬레이트PC를 사용하는데, 선생님이 수업 목표를 정해주면, 아이들 스스로 인터넷을 검색해서 자료를 찾고, 원노트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습한 내용을 정리한다. 거기에 인터넷에서 발견한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을 스크랩해 붙이기도 하고, 필요하면 슬레이트PC로 직접 촬영하기도 한다.


▲양덕분교 스마트러닝 모습


내용 정리가 끝나면 선생님과 토론 학습이 진행되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을 한 만큼, 자기 목소리를 낸다.

토론 후에는 선생님이 과제를 낸다. 아이들에게 학습 내용에 토론 내용까지 더해 에세이나 멀티미디어 포스트를 작성해 학교 블로그에 게시하라고 한다.

이처럼 양덕분교 아이들은 스마트기기의 콘텐츠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스마트 기기를 자기주도 학습의 도구로 활용해 아이들을 콘텐츠 제작자, 창조자로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 성적은?

처음으로 스마트러닝을 시작한 지난 해 양덕분교는 전국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동두천, 양주 43개 학교 중 2등을 했다. 물론, 스마트러닝 도입 초기라 이 결과를 스마트러닝 덕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겠지만, 스마트러닝 2년 차인 올해에도 같은 시험을 치르는 본교보다 평균 성적이 10점이나 앞서는 것을 보면 스마트러닝이 효과를 내고 있지 않나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진짜 성과는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나타나게 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점차 입시는 논술이나 입학사정관제처럼 창의적인 인재를 가려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도 도구는 도구일 뿐

양덕분교에서 스마트러닝을 주도하고 있는 이주석 선생님은 스마트러닝이라고 해서 디지털교과서를 통째로 스마트기기에 집어 놓고, 그것만으로 수업을 진행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철저히 학습자인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학습 자료를 찾고, 창의적으로 정리, 표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할 때만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 직접 참관해 본 양덕분교의 수업에서 스마트기기는 참고서, 백과사전, 공책, 스케치북, 카메라,비디오 카메라, 가위, 풀 등 한 세트로 묶인 교구로 활용될 뿐이었다. 여전히 수업의 중심엔 교과서가 있었다.

더 많은 얘기들

이번 소셜잇수다에서는 스마트러닝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교육현장에서 적용해 본 스마트기기의 장점과 한계에 대해서도 다뤄보았다. 양덕분교는 학년에 맞춰 스마트러닝을 차등 적용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디지털 중독 문제는 어떨까. 양덕분교에는 전혀 없다는데 그 비결이 궁금하지 않은가. 마지막에는 스마트러닝 도입을 고려중인 다른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팁도 청해서 들었다. 궁금하신가. 그렇다면, 소셜잇수다를 청취해 보시라.

한가지 더. 스마트기기 제조업체 관계자 분이 청취하신다면 기증도 부탁한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늘어나 좋긴 하지만, 그만큼 태블릿PC를 충당해야 하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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