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곧 출시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운영체제(OS) '윈도우8'에 재라도 뿌리려는 걸까. 폴 오텔리니 인텔 CEO가 윈도우8을 두고 "아직 준비되지 않은 제품"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이 현지시각으로 9월26일, 폴 오텔리니 CEO의 이 같은 발언을 처음으로 전했다.


폴 오텔리니 인텔 CEO (사진: 인텔)


블룸버그 통신이 전한 내용을 보면, 문제가 된 폴 오텔리니 CEO의 발언은 대만에서 가진 인텔 내부 회의에서 나왔다. 비공개로 진행된 내부 미팅에서 나온 말이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에 의해 밖으로 새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에서 폴 오텔리니 CEO는 "애플 아이패드와 경쟁하기 위해 미국 홀리데이 쇼핑 기간 전에 출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MS는 제품이 출시된 이후 윈도우8을 개선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용을 종합해보면 윈도우8은 아직 완성된 제품은 아니지만 MS의 결정을 지지하며, MS가 앞으로 개선해줄 것을 믿는다는 내용이다.

MS는 오는 10월26일, 윈도우8을 세상에 정식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현재 제조업체버전(Release to Manufacturing: RTM)이 전세계 윈도우 PC 제조업체에 전달된 상태다. 온라인 응용프로그램(앱) 장터인 '윈도우 스토어'도 RTM 버전 출시와 동시에 문을 열었다. 겉으로 보기엔 완성된 제품의 면모를 갖춘 셈이다.

헌데, 폴 오텔리니 CEO가 아직 준비가 덜 끝난 제품이라고 말한 이유가 뭘까.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발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텔은 MS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폴 오텔리니 CEO의 발언이 지닌 무게감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해결되지 않은 버그가 있다는 점을 지칭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해외 IT 매체 더레지스터는 "윈도우8의 코드가 아직 설익었다"는 폴 오텔리니 CEO의 말을 전했다.

MS가 지난 2007년 출시한 '윈도우 비스타'가 좋은 사례다. 윈도우 비스타는 출시 초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드라이버에 대한 지원이 부드럽게 이루어지지 않아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혹은, 윈도우8의 독특한 사용자경험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윈도우8은 그동안 윈도우 OS의 상징과 같았던 '시작'버튼을 빼고, 윈도우8 스타일 UI(옛 메트로UI)로 옷을 갈아입은 첫 번째 OS다. 이례적으로 x86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ARM 계열의 SoC에서도 동작하도록 설계된 OS이기도 하다. 태블릿 PC 등 모바일기기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UI 측면뿐만 아니라 목표로 하는 시장도 크게 바뀌었다.

군나르 베르거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지난 7월, 가트너 보고서를 통해 윈도우8 UI를 평가한 적이 있다. 군나르 베르거 책임연구원은 터치스크린이 없는 데스크톱 환경에서 윈도우8의 사용자 경험에 대해 "나쁘다"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MS도 논란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마크 마틴 MS 대변인은 "1600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프리뷰에 참여했다"라며 "윈도우8은 MS 역사상 가장 많은 테스트와 프리뷰를 거친, 준비된 OS"라고 설명했다.

라우라 앤더슨 인텔 대변인도 "윈도우8은 인텔에 거대한 기회가 될 것임을 믿는다"라며 "다양한 기기를 통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MS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라우라 앤더슨 대변인은 "인텔 내부 미팅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자세히 말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인텔 처지에서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끄는 모양새다.

바뀐 점이 많은 만큼 윈도우8의 성공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윈도우의 변화에 의구심을 갖는 사용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윈도우8은 잘 익은 열매일까, 설익어 떫은맛을 낼까. 판단은 정식 출시 이후 전세계 사용자의 몫이다. 뚜껑은 10월2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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