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간질거리는 입을 어떻게 참아왔을까. 애플은 할 말이 많았다. 애플이 미국 현지시각으로 10월23일, 캘리포니아 산 호세에서 특별 이벤트를 열었다. 약 1시간20분 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아이패드 미니'와 '4세대 아이패드', '레티나 맥북프로 13인치', 신형 '아이맥'과 '맥미니'를 동시에 소개했다. '아이폰' 시리즈를 제외하고, 사실상 애플은 모든 제품군을 업그레이드했다.

아이패드 미니

발표의 주인공은 단연 아이패드 미니였다.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를 소개하는 시간을 4세대 아이패드 발표 시간과 비교해 2배 이상 할애했다. 아이패드 미니는 7.9인치 화면이 적용된 제품이다. 기존 아이패드 시리즈는 9.7인치였다.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에서 처음으로 다른 화면 크기에 도전했다. 아이패드 미니의 무게는 308g 수준이고, 두께는 7.2mm다. 해상도는 1024×768, 모바일 프로세서는 듀얼코어 애플 A5 칩이 탑재됐다. 라이트닝 충전 규격이 적용됐다는 점과 10시간 이상 이용할 수 있는 배터리가 내장된 점도 새롭다.

해상도를 보면 알 수 있듯, 아이패드 미니에는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9.7인치 아이패드와 비교해 양옆의 베젤 부분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카메라와 홈 버튼이 있는 위아래 빈 공간을 축소해 실제 제품 크기보다 시원한 화면을 지원한다. 아이패드 미니를 발표할 때 구글의 첫 번째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태블릿 PC '넥서스 7'과 비교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아이패드 미니는 넥서스7과 비교해 35% 더 큰 화면과 50% 더 넓은 웹브라우징 환경을 지원한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더 큰 화면을 지원하면서도 넥서스7과 비교해 얇고 가볍다는 점이나 27만5천여개에 달하는 기존 아이패드용 응용프로그램을 별도의 수정 작업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아이패드 미니의 매력 포인트다.

국내 이동통신업체의 LTE 주파수를 지원한다는 점도 반갑다. 아이패드 미니는 국내 LTE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는 첫 번째 아이패드인 셈이다. 기존 아이패드 시리즈와 비교해 크기가 줄어든 만큼 가격도 내려갔다. 16GB 와이파이 제품이 42만원, LTE를 지원하는 버전은 16GB 기준으로 57만원이다.

기존 애플의 새 제품들보다 국내에서 빨리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아이패드 미니 1차 출시 국가로 정해졌다. 11월 안에는 실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 예약판매는 오는 10월26일부터 시작된다.


아이패드 미니


4세대 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에 관한 소문은 많았지만, 새로운 아이패드가 공개될 것이라는 점에 관해선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었다.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4세대 아이패드도 함께 소개했다. 지난 3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처음으로 탑재한 '뉴 아이패드'를 공개한 이후 불과 반년만에 꺼내든 새 아이패드다.

4세대 아이패드의 겉모습은 기존 아이패드 시리즈와 별반 차이가 없다. 9.7인치 화면과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달라진 부분은 속살이다. 4세대 아이패드에는 애플의 새 모바일 프로세서 A6X 칩이 탑재됐고, 아이폰5에서 처음으로 적용한 애플 라이트닝 충전 단자가 적용됐다. 특히, A6X 칩은 기존 A5X 칩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를 낸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전세계 LTE 이동통신망을 폭넓게 지원한다는 점도 4세대 아이패드가 달라진 부분이다. LTE 이동통신망을 처음으로 지원했던 뉴 아이패드는 일부 국가의 LTE 주파수를 지원하지 않았다. 국내 사용자는 뉴 아이패드의 LTE 기능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4세대 아이패드는 미국과 유럽지역은 물론 국내 이동통신업체가 쓰는 LTE 주파수까지 지원하는 덕분에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립 쉴러 애플 월드와이드 마케팅 부사장은 "약 반년 전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뉴 아이패드를 소개했지만, 더 놀라운 4세대 아이패드는 더 놀라운 제품"이라며 "경장상대를 멀찍이 따돌리는 제품"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4세대 아이패드는 LTE 주파수 지원이 기형적이었던 뉴 아이패드에 A6X 모바일 프로세서와 라이트닝 충전 규격을 보강해 업그레이드시킨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달라지지 않았다. 16GB 와이파이 제품이 62만원, LTE 지원 버전은 16GB 기준으로 77만원이다.

레티나 맥북프로 13인치

이번 행사에서는 애플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레티나 맥북프로 13인치를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티나 맥북프로 13인치는 애플이 지난 6월,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 2012'에서 공개한 '레티나 맥북프로 15인치'의 동생뻘 제품이다.

레티나 맥북프로 13인치에는 2560×1600 해상도를 가진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레티나 맥북프로 13인치 화면 속에 들어찬 픽셀 수만 해도 400만개 이상, 인치 당 픽셀 수가 227ppi라고 하니 얼마나 오밀조밀한 화면을 볼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두께는 1.9cm, 무게는 1.62kg 수준으로 기존 13인치형 맥북프로 시리즈와 비교해 20% 얇고 450g 가량 가볍다. 넓은 화면이 필요하면서도 노트북의 휴대성에 민감한 사용자라면 탐낼만한 물건이다.

필립 쉴러 애플 수석 부사장은 "13인치형 맥북프로는 맥북 제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라며 "레티나 맥북프로 13인치는 얇고 가벼운 디자인에 빠른 플래시 저장공간,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함께 새로 탄생했다”라고 소개했다.

필립 쉴러 수석 부사장은 이어서 "생생한 색상과 또렷한 텍스트를 비롯해 다른 15인치, 17인치 노트북에 비해 많은 픽셀 수를 자랑하는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소비자들의 노트북에 대한 기대치를 바꾸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2.5GHz로 동작하는 3세대 인텔코어 i5 프로세서, 혹은 2.9GHz i7 프로세서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최대 8GB 용량의 내장 램과 768GB 용량의 플래시 저장공간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무선인터넷 접속 환경에서 최고 7시간가량이며, 대기 상태로 최대 한 달 동안 유지할 수 있다.

i5 프로세서에 8GB 램, 128GB 플래시 스토리지가 탑재된 제품이 227만원이다. 레티나 맥북프로 13인치는 23일부터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있다.


레티나 맥북프로 13인치


아이맥·맥미니

애플의 데스크톱 제품군인 아이맥과 맥미니가 새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도 빠뜨리면 섭섭하다. 새 아이맥에는 아이비브릿지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외장형 그래픽카드가 탑재됐고, 퓨전 드라이브라는 저장매체가 적용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이맥은 21.5인치와 27인치 제품 두 종류가 소개됐는데,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은 부분은 디자인이다. 기존 아이맥의 전체 두께와 비교해 무려 40% 가까이 두께를 줄였다는 점 때문에 행사장 안에서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새 아이맥은 가장자리 두께가 5mm에 불과하다. 윈도우 OS를 탑재한 제품까지 포함해 가장 얇은 일체형 PC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셈이다. 커버 유리를 LCD 위에 바로 맞닿아 있도록 풀 라미네이션 방식으로 설계한 덕분이다. 디스플레이의 반사 현상을 75%까지 감소시켜 실내나 실외 등 실제 사용 환경에서 색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는 점도 바뀐 부분이다.

새 아이맥에 탑재된 퓨전 드라이브는 플래시 저장매체와 하드디스크를 융합한 애플의 새로운 저장매체 규격이다. 애플은 128GB 용량의 플래시 저장매체와 1TB, 혹은 3TB 하드디스크가 하나로 결합된 저장매체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퓨전 드라이브는 사용자의 아이맥 이용 패턴을 분석해 자주 쓰는 파일이나 앱을 플래시 저장 공간으로 이동시킨다. 자주 쓰는 기능은 빠르게 쓸 수 있도록 하고, 플래시 저장공간의 부족한 용량은 하드디스크로 보완한다는 뜻이다. 애플의 퓨전 드라이브는 윈도우 노트북 제조업체가 울트라북 등에 적용하는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와 같은 기능을 지원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21.5인치형 새 아이맥은 169만원부터 시작하고, 27인치형 제품은 가장 싼 버전이 239만원이다. 21.5인치 제품은 국내에서 11월 안으로 만날 수 있다. 27인치 제품은 12월 출시될 예정이다.

새 맥미니는 디스플레이가 없는 손바닥만 한 데스크톱이다. 새 아이맥과 마찬가지로 쿼드코어 인텔 아이비 브릿지 i5, i7 프로세서가 탑재됐으며, 최대 16GB까지 내장 램을 구성할 수 있다. 4개의 USB3.0 포트뿐만 아니라 썬더볼트 규격과 HDMI, 파이어와이어 800 포트도 내장됐다. 새 맥미니는 대기상태에서 전력사용량이 11W에 불과하다. 최근 가전제품 업계가 저전력 전략을 짜고 있다는 점에서 추세를 잘 반영한 제품이다.

새 맥미니의 가격은 2.5GHz 듀얼코어 i5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이 79만원부터 시작한다. 2.3GHz 쿼드코어 i7 프로세서가 적용된 제품은 105만원이다. 새 맥미니는 23일부터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있다.


새 아이맥



새 아이맥의 옆면 두께




새 맥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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