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포럼은 '혁신은 담벼락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포럼 회원 중 한 명이 말한 게 발화점이 됐습니다. “벤처가 넘어야 할 담은 높고, 벤처는 높은 담벼락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며 사업을 한다”란 설명이었습니다. IT 벤처가 기댈 담벼락이자 새 서비스를 알리는 담벼락(게시판)이 되고 싶다는 뜻도 담겼습니다.

담벼락포럼은 매달 참가 기업 신청을 받습니다. 창업스토리를 들려주고 서비스 허점을 파고드는 거침없는 질문에 대답도 해줄 곳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열정 가득한 IT 스타트업을 응원합니다.

담벼락포럼 웹사이트(참가신청)
* 담벼락포럼 옛 모습, ‘SNS포럼’ 보러가기


"요즘 거긴 뭐하고 살지?"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일 때는 작은 시도 하나에 박수를 보내지만, 새싹이 떡잎을 떨구고 자랄 무렵이면 이내 관심이 시들해집니다. 이내 또다른 새싹을 찾지요. 그러는 와중에 새싹은 어엿한 풀이 되거나 나무로 자랍니다. 덩치는 커졌는데 존재감은 예전만 못하면서 말입니다.

햇수로 7년, 만으로 6년을 바라보는 온오프믹스도 그랬습니다. IT 행사는 물론 크고작은 교육, 콘서트, 소모임이 온오프믹스에서 참가자를 모으지만, 온오프믹스가 튼튼하게 자라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속사정을 모르니 온오프믹스를 자주 쓰지만, 먹고 살 방도는 딱히 마련 못한 줄 알았습니다.

온오프믹스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 일시: 2013년 3월28일 오후4시

  • 장소: 온오프믹스

  • 참석자: 김범섭 벤스터 대표, 박영욱 BCNX 이사회 의장,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장진호 아몬드소프트 대표이사, 이희욱/정보라 블로터닷넷 기자



"잘 살고 있습니다"

온오프믹스는 오프라인 모임을 위해 마련된 온라인 공간입니다. 온오프믹스에 모임을 등록하면 참석자 신청을 받고 대기자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유료 모임이면 결제도 온오프믹스가 대신 합니다. 그래서 이름이 온(라인)+오프(라인)이 뒤섞인(믹스) 온오프믹스입니다. 절묘한 이름입니다.

온라인 시대에 온오프믹스는 계속될까요. 요즘은 오프라인에서 하는 대부분 활동을 온라인으로 대신하는 시대이니 만큼 오프라인 모임 성사를 돕는 온오프믹스 미래부터 걱정됩니다. 양준철 대표는 이 생각은 맞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소셜미디어로 관계를 맺는 장벽은 사라졌지만,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은 믿기 어렵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대고 술 한 잔이라도 기울여야 관계가 깊어지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모임이 만들어지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난 모임이 더 단단하게 결속하는 걸 봤습니다."

온오프믹스는 2013년 3월 기준 회원 수 21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바로 1년 전과 비교하면 10만명이 늘어 이용자 규모가 2배가 됐습니다. 누적 참석자 수는 33만8천명에 이릅니다. 온오프믹스는 회원 가입이나 로그인 과정 없이도 참가 신청을 할 수 있어, 회원 수와 참석자 수에 차이가 있습니다. 올 3월에 개설된 모임만도 약 780개입니다. 연말 즈음 월 1천개 모임이 개설될 거란 기대가 온오프믹스에 감돕니다.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온오프믹스 웹페이지와 최근 페이지뷰와 방문자 수 추이를 설명하는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뭐하고' 아니 '뭐 먹고 사는지'에 대한 답은 온오프믹스에서 발생하는 거래액에서 들어볼까요. 2010년 온오프믹스에서 결제가 1억원, 2011년 1억원, 2012년 6억원이 발생했습니다. 광고와 콘퍼런스 진행 솔루션을 공급해 얻는 매출을 포함하면 2012년 온오프믹스의 매출은 10억원입니다. 그해 말 순익분기점을 달성했지요. 온오프믹스는 결제 수수료와 광고, 콘퍼런스 진행 솔루션 제공 등에서 매출이 발생합니다.

온오프믹스는 2012년 3분기 '우리 스스로 손익분기점을 만들지 못하면 접자'란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연말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했으니, 온오프믹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모아니면 도 식으로 사업을 그만둘 생각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우리는 해마다 5,6월이면 '다음달까지 보고 접을지 말지 생각하자'라고 했다.

김범섭 벤스터 대표 그렇게 생각하는 데 돈 문제가 컸나.

양준철 자금 문제도 있지만, 창업자 모두 개발자 출신으로 프리랜서로 일해도 돈을 벌 능력은 충분히 된다. 온오프믹스를 안 하고 에이전시를 차려도 온오프믹스 매출보다 더 큰 매출을 낼 수 있는 조합이다. 그런데 간혹 '야, 온오프믹스 왜 해?'란 얘기를 들으면 카운터펀치 한 대 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마치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 같아서 내부에 'CEO를 바꾸자'라는 얘길 꺼낸 적도 있다.

장진호 아몬드소프트 대표 공감한다. 스타트업하면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이거 안 하고 다른 거 하면 편하게 살았을 거란 생각 들 때가 있다.

양준철 카운터펀치는 가장 취약한 지점에 날라온다. 그것 한 대 맞으면 애초에 목표로 한 걸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내가 이상해서?'란 생각이 든다. 지표를 보면 우리가 달리는 한 성장선을 그리지 줄지 않는데도 말이다. CEO는 회사 지표, 회사에 돈을 지불해주는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 된다. 카운터펀치 몇 번 맞고 이걸 알았다.

박영욱 BCNX 이사회 의장 카운터펀치가 몰아칠 때 일이 손에 잡히기 어렵지 않은가.

양준철 내 특징 중 하나가 분노가 일 때 집중해 일하는 것이다. 2012년 1분기에 카운터펀치가 크게 날아왔는데, 정말 많이 뛰어다녔고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가 보였다.

이희욱 블로터닷넷 기자 CEO를 흔드는 카운터펀치 외에 서비스 자체에 대한 도전은 없었나.

양준철 무슨 대회 수상자, 외국 명문 대학 출신이 세운, 온오프믹스와 비슷한 서비스가 최근 출시됐다. 출시 초기에는 위협을 느끼는데 해당 서비스가 온오프믹스가 있는 산업을 키울 건지 혹은 우리를 쓰러뜨릴 곳인지를 가늠한다. 온오프믹스의 일부를 떼어낸 서비스이면, 플랫폼인 온오프믹스를 쓰게 된다.

이희욱 플랫폼 자체의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인가.

양준철 온오프믹스의 서비스를 다음이나 네이버가 한다면 진입장벽이 낮다고 얘기할 수 있는데, 이 업종은 이용자 충성도에 기반한다. 온오프믹스와 똑같이 자유로이 누구나 모임을 개설하는 서비스가 나온다면 제어가 될지 의문이다.

장진호 대형 포털이 경쟁자가 될 수도 있겠다.

양준철 당분간은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


온오프믹스가 갈길은 플랫폼

온오프믹스에 위협이 되는 건 온라인 모임 개설 서비스, 포털 서비스뿐일까요. 2012년 페이스북은 국내 개발자 행사를 열며 온오프믹스와 비슷한 미국의 이벤트브라이트로 참석자를 모았습니다. 종종 이 서비스에 방문해 '서울'을 검색하면 참석자를 모으는 행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중국에는 유페이, 일본에는 피틱스를 비롯해 5곳이 활동 중입니다.

양준철 대표는 활황인듯한 해외 분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봤습니다. "성장하는 지표를 보면서 미디어에 노출되어 나타난 현상인지에 관한 답을 얻고 싶어, 해외 사례를 찾았다"라며 "이벤트브라이트는 누적 8천만달러를 투자받았고, 성장 그래프 추이가 우리와 비슷한 걸 보고 우리도 이벤트브라이트처럼 올라갈 것이라고 믿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이벤트브라이트와 경쟁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란 말도 덧붙였습니다.


▲ 온오프믹스는 서비스 5년차, 6년차가 되면서 눈에 띄게 성장했다고 합니다.


그 말은 온오프믹스와 이벤트브라이트에 공통점이 있다는 뜻도 되겠지요. 양준철 대표는 이벤트브라이트와 온오프믹스는 모임을 직접 개설하는 게 아니라, 모임의 성격을 정하지 않는 플랫폼이라고 여겼습니다. 온오프믹스의 얘기로 모임 플랫폼의 개념을 들어볼까요.

온오프믹스 이용자는 행사 소식을 올려 참가자를 모으고 표를 팝니다. 참가 신청하는 사람도 온오프믹스 이용자이지요. 표 판매가 온오프믹스에서 진행되고 이 모임에 참석한다는 체크인 표시도 온오프믹스로 이루어지고, 이 모임 참가자 반응을 소셜미디어에서 확인하고, 참석자를 모으려고 다른 행사보다 눈에 띄는 자리에 공고하려고 광고를 집행하거나 뉴스레터를 발송하기도 합니다.

모임 개설에 필요한 장소를 온오프믹스가 대신 알아봐주거나 필요한 물품 판매상도 연결합니다. '행사를 진행해볼까'라고 계획할 때 행사 자체를 제외한 나머지를 온오프믹스에서 얻거나 이용할 수 있지요.

"우리 사업 모델을 들여보면 온오프믹스가 하는 건 플랫폼 만들기 밖에 없어요. 이렇게 운영하니 외부에서 행사 기획, 촬영 요청이 종종 들어와요. 우리는 그 의뢰를 다른 회사와 결합해 완수해, 그 회사는 우리를 통해 수익을 올립니다."

올해 온오프믹스는 행사 진행 관련 의뢰를 적극 유치해 외부 업체와 협력할 계획이랍니다. 온오프믹스라는 플랫폼을 따라 온 기업에 온오프믹스가 외부 업체를 소개하거나 같이 일을 하는 거지요. 헌데 온오프믹스가 전문 인력을 채용해 직접 하는 게 수익을 올리는 데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양준철 대표는 "올해 목표가 콘텐츠 플랫폼"이라며 "우리의 매체력으로 가장 잘 될 게 무엇인지를 고민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상생·개방·협력의 플랫폼 만들고파

이 얘기에 장진호 대표가 마지막으로 의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온오프믹스가 광고로도 매출이 나온다면 국내 포털 서비스처럼 이용자가 온오프믹스에 한 번 방문하면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 방법을 쓰면 수익을 올리는 데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방문자와 페이지뷰가 느는 추세라면 응당 이렇게 해야할 것만 같은데요. 양준철 대표는 이 질문에 선을 그었습니다.

"가두는 건 불가능하고, 오히려 가두려는 게 손해라고 생각해요. 온오프믹스에 이용자를 가둔다는 계획은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주위에선 '순진하다'라며 '가둬서 낚시질하면 성공'이라고 말하죠. 그런데 조금 컸다고 깝죽거리면 망한다고 봐요, 전."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인데 양준철 대표가 미리부터 선을 그어버린 건 아닐까요. 양준철 대표는 혼자서 모든 걸 독식하는 것만이 성공하는 길이 아니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공방정식 자체를 다시 쓰고 싶어요. 족치고, 차고, 밟아야 성공한다는 게 이 바닥 정설인데 선배들 얘기 들으면 나 혼자 살아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혼자 살거면 뭐하러 사업하나요. 사업 하는 대신 프리랜서로 외주 개발 프로젝트만 해도 되는 걸요. 우리가 직접 해서 10억원을 벌 수 있겠지만, 주위 10곳 기업이 10억원씩 벌도록 돕고 거기에서 10%씩 수수료를 받아 10억원을 버는 방법도 있잖아요."

앞으로 온오프믹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 행사 진행자와 기획 회사를 연결, 모임과 장소를 연결, 모임과 물품을 연결 등 연결지점을 만드는 것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양준철 대표의 성공방정식은 언제쯤 증명될까요.

온오프믹스 2013년 4월 웹페이지 모습
▲ 온오프믹스 2013년 4월 웹페이지 모습

▲온오프믹스 웹사이트 첫화면

어, 그랬어, 온오프믹스?

양준철 대표는 온오프믹스 창업자가 아니다. 2007년 김대중, 조재호 씨가 온오프믹스를 시범 서비스로 출시했는데 병세로 양준철 대표와 이상규 부사장이 2008년 4월 인수했다. 인수 전 두 창업자는 이용자로서 온오프믹스에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소프트뱅크는 자사가 운영하는 팀블로거 양준철 대표를 눈여겨보다 인수를 제안했다.

온오프믹스의 수익모델은 양준철 대표와 이상규 부사장이 떠올리지 않았다. 이용자가 온오프믹스에 '이것 좀 만들어 달라'라며 유료 기능을 요청한 것들이 지금 온오프믹스의 수익모델이다. 두 창업자는 2010년 1월께 이 요구를 모아 로드맵을 짰다.

온오프믹스가 회원을 확보하고 이름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 모임이 몇 가지 있다. '테드엑스(TEDx)'와 2011년 '청춘콘서트'가 대표적이다. 특히 청춘콘서트는 6월부터 11월 사이 약 반 년간 전국에서 진행돼 온오프믹스에 큰 도움을 줬다. 양준철 대표는 '온오프믹스를 전국에 홍보할 기회를 얻었다'라고 청춘콘서트를 평가했다.

온오프믹스에 이용자 지수가 성장하는 시기가 묘하게도 양준철 대표가 대외 활동을 하는 때와 겹친다. 특히 페이지뷰와 방문자 수가 그러하다. 2012년 1분기 양준철 대표가 외부활동을 끊으면서 공교롭게도 페이지뷰와 방문자 수가 주춤했고, 2012년 2분기 외부활동을 재개하며 페이지뷰와 방문자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양준철 대표는 "나는 외부활동을 싫어하는 내성적 성격이지만, 서비스 지표를 올리려면 열심히 뛰어야 한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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