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방식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기로 했다. 이제 엔비디아에서 GPU 기술을 라이선스받은 업체를 통해 엔비디아 기반 GPU를 만나볼 수 있다. 엔비디아가 기업 블로그를 통해 미국 현지시각으로 6월18일 밝힌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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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기술을 라이선스해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는 다른 업체가 엔비디아의 기술을 활용해 직접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ARM의 사업 방식이 대표적인데, ARM은 프로세서를 직접 생산하는 대신 프로세서 개발과 관련한 지적재산권을 다른 제조업체에 라이선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꾸리고 있다.

엔비디아가 GPU 라이선스 사업 계획을 발표했으니 앞으로 엔비디아도 ARM과 비슷한 방식으로 GPU 기술을 운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GPU 기술을 라이선스해 그래픽 처리에 최적화된 모바일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식이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프로세서를 직접 만들고 판매해 왔다. 기술 라이선스 계획은 엔비디아 입장에선 파격적인 결정인 셈이다. 사업 방식을 크게 바꾼 까닭은 다름 아닌 모바일 기기 시장 때문이다.

데이비드 섀년 엔비디아 고문은 기업블로그를 통해 "PC 판매량은 태블릿 PC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줄어들고 있고,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담은 모바일 기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라며 "GPU 코어를 라이선스해 필요한 산업군에 공급하는 새로운 사업 방식을 통해 변화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직접 생산하는 '테그라'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는 제조업체가 입맛에 맞게 바꾸기 어려웠다.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도 기존 직접 판매 방식의 한계다. GPU 기술을 라이선스하면 제조업체는 엔비디아의 GPU 기술을 필요에 따라 수정하고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엔비디아의 기술도 다양하게 모습을 바꾸는 시장에 더 빨리 적용될 수 있다.

GPU를 직접 만들어 파는 것도 좋지만, 특별한 기능이나 차별화된 프로세서를 탑재하길 원하는 업체가 GPU 라이선스를 이용해 직접 만들도록 하겠다는 게 엔비디아의 전략이다. GPU 라이선스 계획은 엔비디아와 엔비디아의 GPU 기술을 쓰는 제조업체 모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섀넌 고문은 "안드로이드 기기의 확산이 유례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GPU 라이선스 사업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06년 발매된 소니의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3'에 GPU 기술을 라이선스해 공급한 바 있다. 2011년에는 인텔과 크로스 라이선싱을 통해 1년에 2억5천만달러 규모의 수익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엔비디아가 지난 2012년 영입한 밥 펠드슈타인 부사장도 이번 GPU 라이선스 전략에 귀가 밝은 인물이다. 밥 펠드슈타인 부사장은 엔비디아에 합류하기 전 경쟁업체인 AMD에서 전략개발 부사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AMD의 GPU 기술을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 콘솔 'X박스360'과 닌텐도의 '닌텐도 위' 등에 공급하도록 하는데 기여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데이비드 섀넌 고문은 "엔비디아의 케플러 아키텍처는 현재 '지포스'와 '쿼드로', '테슬라' 제품군뿐만 아니라 차세대 테그라 제품군인 '로건' 모바일 프로세서의 기반"이라며 "엔비디아의 모든 디자인 라이선스와 지원을 동시에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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