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면 좋아할 분들도 있지만 한숨부터 푹푹 내쉬는 분들도 있습니다. 1년에 두어번 고향집에 내려가는 마음은 즐겁지만 당장 왔다갔다하는 게 큰 일입니다. 그나마 올해는 날짜가 길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오가는 길이 짧아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그 시간을 어떻게 쓸 지는 큰 고민거리입니다. 일단은 버티는 게 목표겠지만 뭐라도 하면 좀 낫겠죠. 생각해보면 일에 치이지 않고 혼자, 혹은 가족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을 수도 있고 한숨 늘어지게 자는 것도 좋겠습니다. 일단 뭔가 손에 쥘 텐데, 그게 십중팔구 스마트폰일 겁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설이나 추석때 넷북을 구입하거나 제게 노트북을 빌려달라는 친구들도 있었고, 배터리 걱정 없이 게임을 하기 위해 소니 PSP용 보조 배터리를 구입하는 직장 동료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모습은 이제 다 사라졌습니다. 아마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을 쓸 테고, 그 안에는 뭔가 그동안 챙겨보지 못한 영화나 드라마를 가득 채워야 할 겁니다. 물론 그 콘텐츠들은 정식으로 대가를 치르고 구입한 것이겠지요.

seagate_hdd_tablet_thumb
▲ seagate_hdd_tablet_thumb

문제는 한정된 스마트폰의 메모리에 파일들을 다 담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루에 볼 수 있는 콘텐츠의 양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해서 놓치고 있었는데, 얼마 전 태블릿용 하드디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의외의 반응들이 있었습니다. 태블릿에 직접 하드디스크를 넣는 건 낯설긴 하지만 지금 쓰는 휴대폰보다 20~40배 용량에 갖고 있는 콘텐츠를 다 집어넣고 내가 필요할 때, 아이들이 필요할 때, 혹은 공부하는 콘텐츠 등을 넣고 필요할 때 꺼내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출장 가기 전에 비행기에서, 호텔에서 보려고 실제로 다 보지도 않으면서 영화나 드라마를 노트북에 잔뜩 내려받고 그 중 일부를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옮겨 담습니다. 다 못 볼 걸 알면서도 말이지요. 결국 그 중에 두세개 정도 보면 많이 본 건데도 욕심은 또 다릅니다. 어찌 보면 나만의 VOD(주문형 비디오) 환경을 꾸미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요. 당장 몇 시간 차 타고 이동하는 순간에도 갑자기 보고 싶은 영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애니메이션, 듣고 싶은 음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지금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느리고 불안정하다고 불평불만을 사고 있는 하드디스크가 아직도 죽지 않고 건재한 이유 중 가장 큰 것도 아마 이런 대용량 파일들의 크기와 개수가 늘어나는 것을 플래시 메모리의 가격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 때문일 겁니다. 결국 플래시 메모리의 빈자리는 인터넷이 대체하겠지만, 영상을 마음껏 보기에 아직 LTE 요금제는 비쌉니다. 아직까진 하드디스크만한 게 없다는 건 현실입니다.

하지만 하드디스크 업체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언젠가 ‘이 이상의 용량이 필요 없다’는 수준의 플래시 메모리가 아주 싸게 나오게 될 것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세상은 하드디스크가 들어간 컴퓨터보다 플래시 메모리가 들어간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더 열광합니다. 사실 하드디스크 업체들은 이 시장에 꽤 빨리 숟가락을 얹은 바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콘텐츠를 쏴주는 외장형 하드디스크입니다. 꽤 유용한데 잘 안 알려진 것인지, 잘 알리지 못한 것인지 사람들이 그 존재 자체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생긴건 일반 외장하드디스크와 똑같이 생겼고 그렇게 쓸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배터리를 품었고 무선랜으로 스마트폰에서 멀티미디어 파일들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겁니다. 방법도 간단합니다. 무선랜으로 접속하고 전용 앱을 띄우면 됩니다. 500GB~1TB 정도면 그동안 모아둔 어지간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실컷 넣을 수 있을 겁니다. 일단 한번 스마트폰에서 하드디스크로 한번 넘어가면 그 사진이나 영상은 잘 열어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하드디스크를 잘 활용하면 콘텐츠의 수명도 더 길어지겠지요.

sarotech_wifi
▲ sarotech_wifi

제품은 씨게이트같은 전통적인 하드디스크 업체들이 우선 내놓았고 국내 외장하드디스크 업체의 자존심인 새로텍에서도 내놓고 있습니다. 무선랜과 스토리지 관련 기기를 부지런히 만드는 버팔로에서도 판매합니다. 가격은 일반 외장하드디스크보다 조금 비쌉니다. 제일 싼 제품이 13만원 정도이고, 1TB 정도 되는 제품은 20만원이 조금 넘습니다.

구입할 때 따져봐야 할 건 배터리 이용 시간과 한번에 몇 대까지 접속해서 원활하게 쓸 수 있느냐입니다. 보통 배터리는 7~8시간, 길게는 10시간까지도 쓸 수 있습니다. 적은 시간은 아니기 때문에 막히는 고속도로나 인터넷과 단절되는 비행기 안에서 쓰기에 별 무리는 없습니다.

대개 4대 정도의 스마트 기기가 동시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점차 늘어 8대까지 접속할 수도 있습니다. 숫자를 제한하는 이유는 무선랜으로 원활하게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의 용량 때문입니다. 해상도가 높은 영상을 한 번에 여러 명이 당겨서 본다면 뚝뚝 끊어질 수 있는데 이를 애초에 막으려는 겁니다. 하지만 이동하는 차 안에서 서너명의 가족이 이용한다면 일반적인 AVI나 H.264 포맷으로 된 풀HD 영상을 보는 데는 충분합니다.

초기에는 스마트폰이 하드디스크에 무선랜으로 접속해야 했기 때문에 무선 인터넷과 단절이 되는 게 단점이었는데 최근 나오는 제품들은 인터넷도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해 집에서 쓰기에도 좋습니다.

seagate_wifi
▲ seagate_wifi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