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스티커 광고로 자주 볼 수 있는 흥신소는 돈을 받고 남의 뒤를 밟는 일을 주로 한다고 합니다. ‘네가 못 하는 일, 내가 대신 해 주겠다’는 뜻이죠. ‘블로터 흥신소’는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고, 궁금한 점을 대신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전자기기를 쓰다 생긴 궁금증, 잠자리에 들었는데 불현듯 떠올랐던 질문, 몰라도 되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 누구한테 물어봐야 좋을지 답이 안 나오는 의문까지. 아낌없이 물어봐 주세요. e메일(sideway@bloter.net)이나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Bloter.net), 트위터(@bloter_news) 등 어떤 방법이든 좋습니다. ‘블로터 흥신소’는 언제나 영업 중입니다.

"네이버 지도 거리뷰 기능은 누가, 어떻게 만드나요? 매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건가요?" - 안지윤 독자(서울 중구 장충동)

세상살이 참 편해졌습니다. 생전 가본 적 없는 약속 장소를 찾아가는 일을 상상해 보자고요. 예전에는 인터넷을 열어 찾아가는 곳을 검색해 '오시는 길'이라고 쓰인 약도를 펼쳤죠.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는 근처까지 가서 지나는 사람 붙들고, "거기 어떻게 가요?"라고 물어봐야 했을 겁니다.

요즘은 어떤가요. 우선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주소만 찍어 넣으면 됩니다. 위성이나 그림지도 등 원하는 양식의 지도가 마련돼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골목길 사이사이를 비춰주는 '거리뷰' 기능도 참 잘 돼 있죠. 모니터를 보며 마치 골목길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360도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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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ver_street_3_500


거리뷰에 쓰이는 사진은 누가, 어떻게 찍어 올리는 걸까요? 길거리에서 가끔 자동차 지붕에 카메라 달고 돌아다니는 차량을 보신 적 있으신지요. 많은 사람이 거리뷰 사진은 그렇게 찍는다는 것을 대강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자주 찍는지, 사진을 어떻게 합성해야 360도 빈틈없는 거리뷰가 완성되는지는 잘 몰라요. 그래서 거리뷰 서비스를 하고 있는 네이버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했습니다.

"거리뷰 촬영에 쓰이는 차량 자체는 일반적인 소형차라고 보면 되고, 네이버에서 차량에 탑재하는 장비를 직접 제작합니다. 들어가는 장비는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와 특수한 렌즈입니다. 넓은 각도를 찍어야 하기 때문이죠."

이경욱 네이버 지도 DB 팀장은 "차량에 탑재되는 카메라는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현재는 니콘 'D700'과 'D800'을 많이 쓰고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거리뷰 차량 지붕에는 총 4대의 DSLR 카메라가 올라갑니다. 동서남북 방향으로 한 대씩, 빈틈없이 거리를 찍기 위함이죠. 렌즈는 이른바 '어안렌즈'라고 불리는 광각렌즈를 씁니다. 현재는 니콘의 10.5mm 렌즈를 쓰고 있다고 하네요.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각도가 무려 185도나 되는 렌즈입니다. 사람이 눈으로 보는 각도가 일반적으로 약 45~60도 정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10.5mm 렌즈는 얼마나 넓은 장면은 한 사진에 담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거리뷰 촬영에 쓰이는 차량은 보통 '모닝'이나 '마티즈', '아반떼' 등 소형, 준중형 차량이라고 합니다. 사진 촬영 빈도는 차량이 10m를 움직일 때마다 한 컷 찍는다고 하고요. 차량의 평균 주행 속도는 일반 도심 지역에서는 60km 이하, 고속도로에서는 80km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국토 전체를 찍어야 하는데, 얼마나 많은 차량이 필요할까요? 얘기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네이버가 전국 도로에서 항상 운영하고 있는 거리뷰 촬영 전용 차량 대수는 7대. 7대의 자동차가 하루도 빠짐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는 것이죠.

차량 7대를 상시 운영한다고 했을 때, 1년 정도면 우리나라 국토 전체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게 이경욱 팀장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네이버는 전 국토의 거리뷰 사진을 판올림하는 시기도 약 1년을 기준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차량 7대가 1년 동안 전국 골목골목을 누비다 보면, 약 10~14만km를 주행한다고 합니다. 차량 한 대가 1년에 2만km 남짓 촬영하는 셈이네요. 거꾸로 생각하면, 골목길을 포함한 전국 도로를 한 줄로 연장한 거리가 대략 14만km쯤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구 한 바퀴가 4만km 정도이니 지구를 3바퀴 반 정도 감을 수 있는 길이입니다.

그렇다면, 거리뷰 촬영 차량이 1년 동안 찍는 사진 용량은 얼마나 될까요. 거리 모습에 따라 사진 용량이 달라 산술적으로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1년에 사진 원본 용량만 150~200TB(테라바이트) 정도 된다는 게 이경욱 팀장의 설명입니다.

차량 내부에는 DSLR 카메라 외에 매우 정교한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고성능 GPS 장비가 탑재된다고 합니다. 사진 찍은 위치를 정교하게 지도에 표시하기 위해서죠. 이밖에 4대의 DSLR 카메라를 한 번에 촬영할 수 있도록 특수하게 제작된 셔터 장치와 거리에 따라 촬영할 수 있도록 돕는 카메라 제어장치가 탑재됩니다.

한 차량에 몇 명이 탈까요? 한 명이랍니다. 해가 안 뜬 이른 아침이나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에는 촬영할 수 없습니다. 한여름에도 고작 6시간 정도밖에 촬영할 수 없죠. 계절에 따라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촬영 차량을 운행하는 분은 좀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경욱 팀장은 "지금 현재(9월23일) 7대 차량이 아마 경기도 남쪽 지역을 촬영 중일 것"이라고 귀띔해주기도 했습니다. 경기 남부에 계신 독자 여러분 중 혹시 오늘 도로에서 지붕에 카메라 달고 다니는 이상한 자동차 못 보셨나요?

이렇게 '외롭게' 촬영된 전국 거리 사진은 소프트웨어의 힘을 빌려 합성합니다. 포토샵으로 합성하지 않고 전용 소프트웨어를 씁니다.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도 있고, 상용 소프트웨어도 있습니다. 네이버 쪽에서는 상황에 맞게 섞어 쓰고 있습니다.

사진을 합성하는 과정은 사진을 곧게 펴는 것이 시작입니다. 사진을 펴다니, 무슨 얘기일까요. 화각이 넓은 어안렌즈로 찍은 사진은 사진 모서리가 구부러집니다. 둥글게 말리는 현상이죠. 이 왜곡된 상을 소프트웨어로 곧게 펴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사진 끝과 끝에서 서로 일치하는 지점을 찾아 합성하는 것이죠. 이 합성 과정을 '스티칭(Stitching, 바느질)' 과정이라고 부릅니다. 거리뷰 촬영 차량이 10m 움직일 때마다 사진을 한 장 찍는 만큼 셀 수도 없이 많은 사진이 찍힙니다. 모두 사람의 손으로 합성하는 것은 어렵겠죠. 스티칭 작업에 소프트웨어의 능력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사진 합성은 컴퓨터가 하는데, 유독 사람이 손으로 직접 하는 작업도 있습니다. 바로 거리뷰 사진에서 얼굴 등을 흐릿하게 표현하는 일이죠. 네이버는 사람 얼굴과 자동차 번호판은 100% 사람의 손을 거쳐 흐릿하게 표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거리 현수막에 쓰여 있는 개인 전화번호도 모두 삭제 대상입니다. 예전에는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 가끔 사람 얼굴이 나오기도 했죠. 민망한 장면이 포함된 적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실수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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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ver_street_1_500


이어도 거리뷰 촬영에 쓰인 전용 헬리콥터


거리뷰 촬영 차량이 갈 수 없는 장소는 사람이 손으로 직접 찍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2012년 5월 '이어도' 거리뷰 촬영을 마쳤습니다. 이어도는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50km가량 떨어진 먼 섬입니다. 네이버 거리뷰 제작팀은 이어도 촬영을 위해 이어도로 가는 배편에 촬영 장비와 촬영용 헬리콥터까지 싣고 갔습니다.

이처럼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는 삼각대가 쓰입니다. 360도 파노라마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카메라를 자동으로 돌려 사진을 찍어주는 로테이터(Rotator) 장비가 쓰입니다. 전국의 차량 출입 제한 지역이나 '국립중앙박물관' 등 18개 박물관 등도 사람의 손으로 직접 찍은 거리뷰 촬영 지역입니다. 한라산이나 지리산 등 차량이 갈 수 없는 산길과 자전거 전용 도로 등도 마찬가지로 사람의 손길이 묻어 있는 지역입니다.

인력이 얼마나 필요할 지도 궁금한데요. 상시 운영되는 촬영 차량이 7대, 7명이 항상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 땀을 흘리고 있겠죠. 서울처럼 거리 모습이 빠르게 변하는 도시는 특별히 추가로 차량을 편성한다고 하니, 차량을 운행하는 인원은 여기서 조금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요. 나머지 인원은 사진으로 거리뷰를 만드는 분들입니다. 이경욱 팀장 설명에 따르면 1년에 약 70~80명 정도가 거리뷰를 만드는 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거리뷰를 찍는 차를 보고, 네이버에 항의하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길거리를 왜 찍느냐'는 내용도 있고, '촬영 차량이 도로 흐름에 방해된다'는 의견도 많죠. 그래서 최대한 길에서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실제로 사람 얼굴이 네이버 거리뷰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니 다음에 혹여 촬영 차량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짜증 대신 손을 흔들어 줍시다. 물론, 얼굴이 나오거나 민망한 장면을 발견하면 즉시 네이버 지도 DB팀에 알려주는 것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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