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8일 국회에서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블로터닷넷’도 현장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글에 담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토론회는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주최했고, 남궁훈 이사장(게임인재단)과 진중권 교수(동양대학교), 이동연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이정웅 대표(선데이토즈)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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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말이 가진 억압

토론회는 게임에 ‘중독'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손가락질하는 우리 사회에서 게임이 가진 문화적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의미로 열렸다. 게임이 온전한 문화 콘텐츠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토양을 가꿔나가야 한다는 것도 토론회에 참여한 이들이 품은 생각 중 하나다.

헌데, 조금 다른 곳에 관심을 가져보자.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라고 쓰인 토론회의 제목에 말이다. 이른바 ‘중독법’까지 국회에 발의된 상황에서 게임의 사회문화적 위치를 재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목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게임이 예술인가? 아니, 꼭 예술이어야 하나?” 이날 토론회에서 오간 ‘게임 예술론’은 또 다른 차별을 내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고, 게임이 예술로 편입이 되든 안 되든 출판물로서 표현의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이죠. 예술이라서 차별받으면 안된다는 논리는 그러면 예술이 아니면, 차별받아도 된다는 얘기와 비슷하거든요.”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는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동영상 생중계로 토론회를 관람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 김종득 대표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게임이 굳이 예술로 편입돼 보호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라고.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윤형섭 상명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는 게임의 산업적 기능에 관해 설명했다. 게임이 인간의 행동을 바꿀 수 있고, 난치병을 돕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는 예를 들기도 했다. 류임상 뉴미디어아티스트도 토론회 현장에서 ‘게임으로 예술 경험하기’를 주제로 들고 나왔다. ‘마인크래프트’나 캐서린 이스비스터 작가의 게임을 소재로 한 작품 ‘더 아트 오브 심즈’ 등은 훌륭한 예술이자 게임이라는 논리였다.

18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예술’이라는 낱말이 게임의 사회문화적 위상을 격상시키기 위한 도구로 소비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게임은 그냥 게임이다. 예술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할 콘텐츠가 아니라 그 자체가 문화요, 콘텐츠다. 예술로 규정된 콘텐츠는 ‘비예술'을 생산하고, 비예술은 예술이 나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게 된다. 게임에 예술이냐 아니냐를 묻는 것이 위험한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김종득 대표는 “중독법이나 셧다운제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게임을 예술로 보자는 뜻인데, 게임이 예술이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중독법이나 셧다운제는 부당한 것”이라며 “게임은 예술이니까 중독법이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는 어폐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자유로운 제작 문화 정착이 먼저"

"심의문제다 뭐다 해서 국내에서는 게임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어요. 산업 주체만 게임을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는 형태니까요. 게임 제작문화 자체가 제도에 의해 인정을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에 예술을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임현호 파이드파이퍼스 게임 개발자는 국내의 게임 심의 제도와 부당한 게임 제작환경을 꼬집었다. 게임에 예술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유로운 게임 제작문화가 먼저 정착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서 배포되는 게임은 모두 심의를 거쳐야 한다. 원래 심의 제도는 산업의 규제를 목적으로 출발했다. 게임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헌데, 산업에 적절한 제재를 가하기 위해 출발한 규제가 게임 제작 문화 전반에 걸쳐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나 취미로 게임을 만드는 이들이 그렇다. 이들은 영리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좋아서 게임을 만들 뿐인데도, 게임을 제작했다는 이유로 심의를 받아야 한다. 게임 제작 문화가 제도에 의해 인정받지 않고 있다는 말은 바로 이를 가리켜 한 얘기다.

임현호 개발자는 “토론회를 보면서도 게임을 예술로 만들기 위해 영리 목적인 게임 개발 업체가 나온 것이 좀 이상하게 비쳤다”라며 “산업논리 안에서 유통되고 소비되기 위한 게임 제작은 제도를 따르는 것이 좋겠지만, 아마추어나 취미 개발자의 게임 제작은 제도권의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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