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을 전후에 IT 업계에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았던 적이 있다. 다음이 라이코스 매각 대금을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매각 대금을 손실처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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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는 사실이었다. 다음이 8월11일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투자설명서 215쪽을 보면 관련 사실이 상세히 기록돼있다. 이 설명서에 따르면 다음은 2010년 인도계 광고대행사업자인 와이브랜트에 3600만달러, 당시 우리돈 411억1200만원에 라이코스를 매각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매각 대금이 입금되지 않았고 다음은 회수가 어렵다고 보고 장기미수금으로 돌려 처리하고 있었다.

발단은 와이브랜트 쪽이 매각 대금에 이의를 제기하면서부터다. 다음은 매각 대금 회수를 위해 2012년 1월2일 ICC 산하 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으며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다음 쪽은 “승소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이 문서를 통해 밝혔다.

다음은 돌려받지 못한 매각 대금을 2011년부터 대손충당금 형태로 적립하고 있다

다음과 라이코스의 이 같은 악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인 이재웅 다음 CEO는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라이코스를 9800만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이후 라이코스는 다음에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사업부진이 계속됐고 다음과의 시너지도 크지 않았다. 다음은 결국 인수 6년 만에 매각을 결정했고 임정욱 라이코스 CEO가 재임할 당시 관련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대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매각 대금은 들어오지 않았고 소송으로 이어졌다. 2012년 1월 시작된 중재 소송은 만 2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  8월11일 제출된 다음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라이코스 매각 관련 미수금 및 대손충당금 내역
▲ 8월11일 제출된 다음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라이코스 매각 관련 미수금 및 대손충당금 내역

다음은 돌려받지 못한 매각 대금을 2011년부터 대손충당금 형태로 적립하고 있다. 2014년 상반기 현재 대손충당금으로 쌓아둔 금액은 174억600만원이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보면, 회수 가능성에 대한 다음의 인식을 추정해볼 수 있다. 2011년 대손충당금 비율은 20%에 불과했지만 2014년 들어서는 52.82%까지 치솟았다. 적립비율이 높을수록 그만큼 회수 가능성이 낮다는 걸 의미한다.

게다가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중단영업 손실까지 발생해 2012년 44억원, 2013년 30억원에 이른다고 다음 측은 밝히고 있다. 카카오와의 합병이 결정된 현재까지도 애를 먹고 있는 셈이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법인 경영진은 “중재 진행 경과 등을 바탕으로 볼 때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매각 대금이 회수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10월1일로 예정된 카카오와의 합병 이후에도 라이코스가 여전히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새소식

'다음, 라이코스 매각대금 아직 못 받아' 기사와 관련해 8월20일 다음커뮤니케이션 쪽이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전문을 그대로 전달해드립니다.

"매각 대금을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고 그것이 루머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릅니다. 중재사실은 중재가 시작된 해에 공시를 통해 알려진 것으로 다음은 2012.5.30 분기보고서-X.그 밖의 투자자를 위하여-3.중요한 소송에 대한 공지를 통해 "종속회사 ㈜다음글로벌홀딩스는 당분기중 Lycos, Inc. 지분매각대금의 회수와 관련하여 매수자인 Ybrant Media Acquisiotion, Inc.를 상대로 중재소송을 제기하였으며 소송가액은 총 USD 34,177,365 입니다."라고 명시한 바 있고 컨퍼런스 콜을 통해서도 밝힌바 있습니다.

당시 분기보고서 링크 : http://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12053000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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