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는데, 딱 내 스타일인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노래 제목이 뭐지?” 예전 같으면 프로그램이 끝나고 번개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제작 자막을 눈이 빠져라 탐독했을 일이다. 혹은 영원히 찾지 못했거나. 하지만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스마트폰에서 ‘샤잠’이니 ‘사운드 하운드’니 하는 응용프로그램(앱)이 지천이다. 음악 소리를 들려주면, 무슨 노래인지 찾아주는 앱 말이다. TV 앞에 바짝 붙어 스마트폰의 잠금화면을 열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앱을 어디에 뒀는지 한참 찾아 드디어 음악 검색 앱을 켠 순간. 아뿔싸. 그 사이 TV에서 흘러나오던 주옥같은 배경음악은 시간의 뒤편으로 떠나버린 뒤였다. 아이참, 주옥같기도 하여라. '머피의 법칙’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  뒷줄 왼쪽부터 윤재삼(멀티미디어기술팀), 김광섭(멀티미디어기술팀), 최동진(멀티미디어기술팀), 황병식(임베디드플랫폼 개발팀), 윤승희(콘텐츠서비스개발팀), 아랫줄 전호철(임베디드플랫폼개발팀)
▲ 뒷줄 왼쪽부터 윤재삼(멀티미디어기술팀), 김광섭(멀티미디어기술팀), 최동진(멀티미디어기술팀), 황병식(임베디드플랫폼 개발팀), 윤승희(콘텐츠서비스개발팀), 아랫줄 전호철(임베디드플랫폼개발팀)

최동진(멀티미디어기술팀): 원래 음악을 듣고 검색해주는 서비스는 다음에서도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노래가 나오고 있을 때 앱을 켜야 하는데, 그 사이 노래가 끝나버린다는 거죠. 실제 사용자가 쓰는 환경에서는 잡음도 많고요. 아니, 왜 음악이 나오는 것을 사용자가 기다려야 하지? 저장했다가 나중에 보여주면 되는데. 이런 아이디어로 시작된 프로젝트였어요.

최동진 다음커뮤니케이션 멀티미디어기술팀 매니저도 앱을 늦게 켜느라 찾고 싶은 음악을 놓친 경험이 있는 게 분명하다. 필요가 발명을 낳았다. 다음의 '방금그곡’ 서비스처럼 말이다. 다음은 검색 서비스와 음악 검색 기술, 방송 수신 기술을 하나로 더해 지난 4월 방금 그곡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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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그곡은 말 그대로 방금 흘러나온 '그 노래'를 찾아주는 서비스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의 귀를 잠깐 스친 노래. 라디오에서 오후 2시37분께 나온 그 음악. 혹은 케이블채널의 요리 프로그램에서 배경음악으로 쓰인 연주곡까지. 지상파 5개와 라디오 14개 채널, 케이블 방송 2개까지 더해 총 21개 방송국이 매일 선별한 노래를 몽땅 찾아준다.

음악은 타임라인 형식으로 볼 수 있어 편리하다. 위에 있을수록 최근에 나온 노래다. 프로그램별로 마련된 별도의 메뉴를 누르면, 각 프로그램이 어떤 음악을 썼는지도 알 수 있어 좋다. 지금은 '아빠 어디가’나 ‘꽃보다 청춘’과 같은 TV 프로그램이 특히 인기가 많다.

원리는 이렇다. 방송을 수신하는 안테나를 세우고, 안테나가 오디오만 따로 뽑아 검색 서비스로 전달한다. 그다음은 흔히 보는 오디오의 ‘지문’을 뽑는 과정이다. 이 음악이 다음이 보유한 어떤 음원과 일치 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결과나 나오면 웹이나 모바일기기 등 적당한 화면으로 출력된다.

안테나는 서울 한남동 다음커뮤니케이션 건물에 마련했고, 방송 신호를 받아 오디오 신호를 추출해 전달하는 장비는 흔히 보는 모바일기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동작한다고 한다. 오디오만 처리하는 임베디드 장비가 IDC에 들어가게 된 것은 이번 프로젝트로 처음 시도한 것이라는 게 전호철 임베디드플랫폼개발팀 매니저의 설명이다.

겉에서 볼 때는 쉬운 과정처럼 보이지만, 다음은 3가지 각기 다른 일을 하는 이들이 모여 방금그곡 서비스를 개발했다. 임베디드플랫폼개발팀이 하드웨어를 담당했고, 음악을 찾는 기술은 멀티미디어기술팀이 제공했다. 사용자가 보는 방금 그곡의 서비스 화면은 콘텐츠서비스개발팀이 맡았다.

▲  다음커뮤니케이션 임베디드플랫폼개발팀 황병식, 전호철 개발자(왼쪽부터)
▲ 다음커뮤니케이션 임베디드플랫폼개발팀 황병식, 전호철 개발자(왼쪽부터)

황병식(임베디드플랫폼개발팀): 방송을 수신하는 장비는 커스터마이징된 셋톱박스라고 보시면 돼요. 공중파나 FM 라디오 신호를 안테나로 받은 다음 거기서 오디오 신호만 추출해 검색 서버로 던져주는 것까지가 우리가 개발한 장비에서 하는 일이죠.

김광섭(멀티미디어기술팀): 장비가 보낸 방송 신호를 받아서 음악의 핑거프린트(지문)를 뽑고, 음원을 찾는 것이 우리 팀이 하는 일입니다. 언제 어떤 음악이 무슨 채널에서 나오고 있다는 내용을 승희님 팀에 전달하게 되고요.

윤승희(콘텐츠서비스개발팀): 이 노래가 어떤 노래라는 결과가 나오면, 우리 팀에서 실제 사용자가 보는 화면을 만들죠. 예쁘게 포장해서요. 안드로이드용 앱으로도 방금 그곡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근 앱을 내놨어요.


'1분 30초 전, 맘마미아 - 카라(SBS 파워 FM - 두시탈출 컬투쇼)' 분, 초 단위로 갱신되는 방극 그곡 타임라인을 보면, "그래 이거다" 싶다. 사용자가 찾지 않아도, 서비스가 대신 기록하는 기술. 방금 그곡은 사용자가 음악이 나오는 순간을 포착해 그제야 스마트폰의 잠금화면을 풀고 마이크를 스피커에 갖다 대는 기존 음악검색 기술과 반대로 서비스가 사용자를 찾아오는 경험의 전환을 선사한다.

덕분에 방금그곡은 시작부터 찾는 이가 많았다. 인기가 많은 TV 프로그램에는 사용자끼리 서로 댓글로 노래 제목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현상까지 빚어냈다. 4월 말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방금그곡에서 안내된 노래 숫자만 해도 약 52만곡. 사용자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다음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서비스 시작 초기 잠깐의 서비스 장애로 접속이 끊겼을 때, 다음의 그룹장이 모두 윤승희 매니저의 자리로 와서 복구 추이를 살폈을 정도였단다.

서비스도 서비스지만, 다음의 서비스 기획력도 놀랍다. 음원검색 기술이나 방송수신 기술 등은 이미 널리 쓰이는 흔한 기술이다. 이를 하나로 엮은 다음의 융복합 기획 역량이 방금그곡을 잉태했다. 맨 처음 아이디어를 낸 이는 김재범 멀티미디어기술팀 팀장이었다.

▲  다음커뮤니케이션 멀티미디어기술팀 김광섭, 최동진, 윤재삼 개발자(왼쪽부터)
▲ 다음커뮤니케이션 멀티미디어기술팀 김광섭, 최동진, 윤재삼 개발자(왼쪽부터)

김광섭: 당시 김재범 팀장이 미리 데모용 페이지를 만들어서 다음 내부를 돌아다녔어요. 당시에는 하드웨어가 여기 붙기 전이었으니 TV 수신기를 사다가 PC에 꽂고, KBS 한 채널만 시범적으로 보여줬죠. 일종의 내부 세일즈였죠. 우리 이런 기술 있는데, 너희 팀 같이할래? 이런 식으로. (웃음)

2013년 가을 첫 데모 이후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탔다. 하드웨어 기술을 가진 임베디드플랫폼팀도 붙었다. 원래 다음TV 사업을 담당했던 이들이었다. 2세대 다음TV 개발이 거의 끝나는 시점에서 다음TV가 별도 법인으로 넘어갔고, 그 직후 임베디드플랫폼팀의 다음TV 기술은 방금그곡을 통해 더 예쁜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었다. 방금그곡의 방송 수신 기술에 다음의 다음TV 개발 역량을 녹여낸 셈이다. 검색기획팀과 콘텐츠서비스개발팀도 실제 서비스에 필요한 기술로 힘을 더했다.

보통 기술 기업 안에서는 수많은 프로젝트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 중 살아남는 기획은 극히 일부다. 방금그곡은 여러 팀의 기술과 기획이 긴밀하게 엮여 살아남은 프로젝트다. 서비스 시작 직후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는 드물기 마련인데, 윤승희 매니저는 “시작 초기부터 꽤 많은 사용자가 몰렸다”라고 기억을 더듬기도 했다.

방금 지나간 노래를 알려주는 것에서 머무를 것 같지는 않다. 방금그곡은 이제 서비스를 시작했고, 앞으로 더 많이 아이디어가 붙을 수 있다. ‘오토 플레이’ 기능이 대표적인 응용 사례다. 방금그곡은 국내 21개 채널에서 틀어주는 노래를 실시간으로 찾아주는 서비스이다 보니 자동 재생 기능을 켜두면, 온종일 국내 방송사의 선곡을 들을 수 있다. 끊기지 않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라고나 할까. 그것도 방송사가 신중을 기해 고른 노래를 말이다.

윤재삼(멀티미디어기술팀): 앱에서 지원되는 기능 중에 ‘오토 플레이’ 기능을 켜두면, 계속 라디오처럼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아요. 국내 방송사를 기반에 둔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연말에 '최다 방송 삽익곡 어워드'를 진행하면 어떨까. 1년 동안 어떤 음악이 몇 번이나 나왔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자체가 보존 가치를 지닌 정보다. 다음 뮤직 서비스의 매출을 견인하는 효과는 덤이다. 혹여 카카오톡과 서비스가 연계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아직 상상일 뿐이다. 방금그곡은 이처럼 수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도록 하는 서비스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다음의 방금그곡 서비스를 스마트폰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음은 현재 아이폰용 앱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이폰용 앱은 오는 10월께 출시될 예정이다. 지금은 21개 채널에서 나오는 음악을 보여주고 있지만, 앞으로 케이블채널을 중심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란다.

▲  다음커뮤니케이션 콘텐츠서비스개발팀 윤승희 개발자
▲ 다음커뮤니케이션 콘텐츠서비스개발팀 윤승희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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