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은 중소기업에게 무기가 될 겁니다. 사물인터넷은 분산돼 있고 개방적이고 투명해서 작은 경제 주체가 협력하기 좋기 때문입니다. 평평한 경제 속에서 수평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니 한계비용도 줄어듭니다. 중간 유통비용이줄어드니 수직으로 통합된 대기업은 경쟁이 안 될 겁니다.”

▲  제러미 리프킨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2014매경세계지식포럼 강연차 방문한 서울 신라호텔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제공 : 매일경제)
▲ 제러미 리프킨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2014매경세계지식포럼 강연차 방문한 서울 신라호텔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제공 : 매일경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사물인터넷(IoT)이 작고 협력적인 경제 시스템을 낳는다고 내다봤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다. 제러미 리프킨은 지난달 같은 제목을 단 저서를 한국에 내놓았다. 그는 10월14일 매일경제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 마련한 ‘2014 세계지식포럼’ 무대에 올라 자본주의 사회가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 바뀐다고 말했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 온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란 기술 발전 덕분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데 비용(한계비용)이 거의 안 드는 사회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정보 생산과 유통에 드는 비용을 ‘0'에 가깝게 만들자 인터넷에는 정보를 나누는 공유 문화가 꽃폈다. 제러미 리프킨은 이런 일이 통신, 물류, 에너지 분야에서도 일어난다고 봤다.

이런 근본적인 변화는 새로운 경제 체제를 낳는다. 자본주의 경제를 바탕으로 나온 공유경제다. 제러미 리프킨은 “19세기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등장한 이후 처음 등장한 새로운 경제 체계의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3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은 혁신적인 변화다. 그는 공유 경제가 자본주의를 본질적으로 바꾼다고 전망했다.

그는 14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분산된 지역 경제 주체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비용이 작아지는 점이 작은 가게에만 도움이 되지는 않을 테다. 누군가 큰 이윤을 노리고 거대한 기업을 꾸리고 싶을 수도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이미 정보 유통 분야에서 이미 거대한 독점 기업이 됐다. 제러미 리프킨은 이런 경우 범정부적인 규제 기관이 나서 이들을 규제할 수 있다고 봤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같은 기업은 중앙집중된 기업을 세웠습니다. 뉴스나 지식, 유흥거리가 유통되는 공공재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고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도 없기 때문에 공공재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0세기에 전기나 가스, 수도처럼요. 민간회사가 이를 공급하며 이익을 얻어도 정부가 기간산업으로 규정하고 규제할 수 있지요. 가격이나 소비자의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죠. 소유는 민간이 하되 세계적인 규제기관이 규제할 거라고 봅니다.”

우버는 공유경제 아니야

제러미 리프킨은 우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공유경제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버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고 봅니다. 구글과 골드만삭스가 우버에 거금을 쏟아부었죠. 20세기형 글로벌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수백만달러를 써서 우버가 전세계 운전자에 연결되게 만든 겁니다. 그런데 우버 운전자는 왜 우리가 우버를 써야 하냐고 묻습니다. 직접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같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잖아요.”

그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운전기사들이 손잡고 협동조합을 꾸리면 투자자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하는 우버와 같은 서비스를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어 경쟁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서울 현지에서 만든 협동조합 서비스와 우버가 있는데 효율성과 이동성이 같다면 보통 현지 서비스를 고를 겁니다. 우버는 돈낭비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차량 공유라는 아이디어를 널리 알렸다는 점 정도죠."

식량도 한계비용 낮출 수 있어

한계비용이 0에 가까워지는 것은 공산품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식량을 생산하는데 드는 땅과 에너지는 공산품처럼 극적으로 줄일 수 없다. 하지만 식량은 인간 활동의 바탕이기 때문에 경제 생활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기도 하다. 제러미 리프킨은 “식량과 물은 한계비용 ‘0’으로 생산할 수 없다”라고 인정하며 “극적으로 한계비용을 낮출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식량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을 줄이는 방법 세가지를 제시했다. 첫번째는 육식 위주 식습관을 채식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는 “세계 경작지 가운데 40%가 사람의 식량이 아니라 동물 사료를 만드는데 쓰인다”라며 “소, 닭, 양을 먹이고 키우는데 쓰이는 에너지가 내연기관이나 건물을 짓는 것보다 훨씬 비효율적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경작지 가운데 동물용 곡물 생산에 쓰이는 면적이 60%로 늘어난다는 유엔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비효율적으로 생산되는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 중심으로 옮겨야 땅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두번째 방법은 화석 에너지에 의존하는 농업을 지역 중심 유기농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오늘날 농업은 너무 비싸다”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농업에 관련된 곳에 화석 연로가 쓰여요. 비료, 살충제도 석유에서 나오죠. 농장에서 키운 작물을 시장까지 운송하는데도 화석 연료가 들고요. 포장에 쓰는 플라스틱도 석유로 만들죠. 남미 칠레에서 포도를 키워 워싱던DC로 1만마일 넘게 운송하잖아요. 화석 연료가 많이 들죠. 이런 모든 생산∙유통 과정을 줄여야 해요. 유럽에서는 이미 살충제와 비료에 신경 쓴다고 들었어요. 농업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지역적으로 바꾸고 지속가능한 유기농 농업으로 바꾸면 농작물 가격도 많이 낮아질 겁니다.”

마지막으로 제러미 리프킨은 지역사회가 농촌과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와 주변 농촌이 결연을 맺고 소비자와 농부가 직접 협동조합처럼 연결되는 ‘커뮤니티 지원 농업’이다.

“세계 전역에서 도시 수천곳이 소비자가 직접 농부와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겁니다. 협동조합처럼요. 1년 전에 종자에 돈을 내고 일정 지분을 소유하고 나서 농부가 수확물을 도시에 공급하는 거죠. 수확이 좋으면 더 많이 얻고, 나쁘면 적게 받는 겁니다. 중간 유통과정을 없앤다는 게 중요합니다. 가격이 저렴해지고 도소매 유통비용, 운송비용이 없어지기 때문에 한계비용이 0에 가까워질 겁니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 제3세계도 가능하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는 기술집약적인 곳이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해서 생산 비용을 크게 줄이는 것이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나타날 수 있는 전제다. 전기도 인터넷도 없는 제3세계에는 ‘강 건너 불 구경’이 되지 않을까. 제러미 리프킨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유엔이 내가 3차 산업혁명에서 제시한 비전과 플랜을 도입하고 있어요. 유엔은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더 빨리 진행될 거라고 예상해요. 선진국은 이미 깔린 인프라가 부담이 될 수 있어요. 반면 개도국은 아예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개끗하게 시작할 수 있어요. 인도에서는 협동조합이나 비영리 단체가 태양광 패널과 스마트폰을 설치해서 일주일에 대여료 1달러를 받고 빌려줘요. 2천달러로 200개 넘는 움막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죠. 전기 없는 곳이 전세계 20%고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곳이 15~20%라고 해요. 유엔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하는 일이 2030년까지 모든 인류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겁니다. 이런 날이 곧 오리라 봅니다. 태양열, 지열, 풍력 발전 모두 가격이 내려가서 싸게 쓸 수 있거든요."

그는 아예 산업 기반이 없는 제3세계도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며 “사물인터넷이 사람에게 권력을 돌려준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이 모든 걸 바꿨어요. 아마존에 사는 원시 부족도 스마트폰을 주면 몇주만에 잘 사용해요. 젊은 부족민은 말 그대로 하룻밤 사이에 인터넷을 쓰죠. 인터넷에 연결된 사람이 인류 40%라고 해요. 개발도상국에 사는 사람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어요. 소프트웨어가 모두를 연결할 수 있잖아요. 중국에선 25달러짜리 스마트폰도 만들죠. 조만간 모두가 인터넷에 연결되리라 봅니다. 경쟁이 더 공쟁해지는 거죠. 사물인터넷은 사람에게 힘을 실어서 사회를 옆으로 넓혀가는 기술적 인프라가 됐어요. 작은 경제 주체가 인터넷 경제를 연결하면서 삶의 질 자체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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