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와 포털의 구원(仇怨)의 관계다. 적어도 국내에선 그렇다. 언론사는 포털을 향해 “저널리즘을 망치는 주범”이라고 힐난한다. 포털은 이런 언론사를 향해 “매일 똑같은 뉴스만 생산하느냐”고 되묻는다. 다시 언론사는 “이제 뉴스 제값받기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포털은 “더이상은 어렵다”고 버틴다.
갈등의 씨앗은 언론사가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싹텄다. 포털 플랫폼이 블랙홀처럼 뉴스를 빨아들이면서 둘 사이 관계에 균형추는 무너졌다. 뉴스 소비의 주된 경로로 포털이 자리를 잡았고 모바일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강화되고 있다. 뉴스를 언론사 뉴스 웹사이트에서 보는 이는 희귀종에 속한다. 둘의 관계가 맺어지던 때부터 어쩌면 상생이란 성립 불가능한 단어였을지 모른다.
뉴스 소비의 접점이 포털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풍경이 등장한다. 저널리즘에 대한 책무가 포털에도 부과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포털은 “우린 뉴스를 유통하는 플랫폼일 뿐”이라며 책임을 떠밀기도 하지만 그 운명을 마냥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포털은 국내 저널리즘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플레이어가 된 것이다.
"어뷰징 기사에 좋은 기사가 묻히는 게 안타까웠다"
다음카카오의 뉴스펀딩 서비스 또한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훌륭한 품질의 기사가 포털로 전송돼도 어뷰징 기사에 묻혀버리는 안타까운 현실, 고품질 저널리즘을 좇는 언론사가 수익모델 부재로 흔들리는 오늘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태어났다. 언론사의 고민을 포털 기획자가 대신해주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블로터>는 지난 11월25일 서울 한남동 다음카카오 사옥에서 뉴스펀딩 서비스를 기획하고 책임지는 두 청년을 1시간여 동안 인터뷰했다. 콘텐츠 기획을 총괄하는 김귀현 씨와 서비스 PM을 담당한 이경순 씨다.
2013년부터 뉴스펀딩 서비스를 기획했다는 이경순 씨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가장 큰 문제가 뭐냐면, 하루에 2만건의 기사가 포털로 전송돼 들어오는데 좋은 기사는 묻히고 어뷰징 기사만 읽힌다는 겁니다. 포털에서 아무리 좋은 글을 편집해 올리려고 해도 그런 현상을 막을 수가 없었어요. 결국 유통 구조를 바꿔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김귀현 씨는 한발 더 나아갔다. 뉴스 유료화를 염두에 뒀다고 했다. 언론사에 실질적 수익을 제공하지 않으면 좋은 저널리즘이 싹트기 어려운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도 일부 주류 언론사들이 미국식 모델을 본떠 디지털 유료화를 시작했지만 아직 성과가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불같이 타오르던 유료화의 확산 움직임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결국 언론사의 고민이 디지털 수익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들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김귀현 씨와 이경순 씨는 지난해부터 대안을 찾아 헤맸다. 영국 <더타임스> 방식의 전면 유료화(하드 페이월) 모델부터 <뉴욕타임스>식 계량형 유료화(소프트 페이월) 모델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좋은 기사의 유통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기사에 가치를 지불하자는 목표’에 적합하진 않았다. 그 다음으로 찾은 안이 ‘크라우드펀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