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와 KBS ‘차정인의T타임’이 함께하는 테크쑤다입니다. 늘 저희가 밥 먹으며, 맥주 한잔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들이 소재가 되는데 이번에는 게임 규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가볍게 이야기 나눈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저희가 사석에서도 늘 많이 나눴던 것 중 상당히 무거운 주제고, 방송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게임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가볍든 무겁든 이야기를 더 적극적으로 나눠야한다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http://youtu.be/WJEpM1l8Y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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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국내 최대 게임 축제인 ‘지스타’가 열렸고 <블로터> 오원석 기자와 KBS 차정인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전시회의 인기와 규모는 여전히 국내 온라인·모바일 게임은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방증이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복잡하게 섞이고 얽혀 있습니다. 그에 맺힌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게임 시장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이끌었던 온라인게임은 점차 가라앉고, 그 자리를 모바일게임이 빠르게 대체해 나가는 중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대한민국 게임백서 2014’를 보면, 지난 2013년 1년 동안 온라인게임 분야의 매출은 9조7198억원으로 2012년보다 327억원 정도 빠졌습니다. 그사이 모바일게임의 매출은 2013년 조23277억원으로 2012년보다 무려 190%나 성장했습니다.

온라인게임의 비중은 처음으로 60% 밑으로 떨어져 56.1%를 차지했고, 모바일게임은 2012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나 23.9%를 차지하게 됐다. 아직은 온라인게임이 대세지만 시장 구조 자체는 모바일게임 쪽으로 많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패키지 게임을 구입하는 것보다 무료 앱에 아이템을 유료로 구입하는 식의 프리미엄(freemium) 콘텐츠 소비 환경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도 지켜볼 일입니다. 어쨌든 시장은 빠르게 세상의 변화에 발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발목을 잡는 규제는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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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셧다운제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셧다운제는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청소년들이 아예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부모가 게임 업체에 시간을 정해 아이가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선택적 셧다운제’가 병행됩니다.

이 셧다운제는 선택권과 인권침해 논란으로 오랫동안 말썽이 돼 왔지만 결국 헌법재판소까지 가서도 합법 판결이 났습니다. 그 와중에 올 4월에는 게임중독법도 나왔지요. 게임이 마약, 도박, 주류 등과 함께 중독물로 묶여 나라에서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지요. 게임이 중독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이 확실히 이뤄진 건 아닌데 중독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것부터 말썽과 갈등을 빚었던 사건입니다.

곧이어 터져 나온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이 게임업체 매출액 1%를 게임 중독 치유 부담금으로 걷겠다는 법안을 내서 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게임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한쪽에서는 창조경제를 이끄는 콘텐츠 사업으로 육성책을 내놓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마약 수준의 사회악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게임이 당장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울부짖는 토론회가 적지 않고 그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게임 규제가 인권 침해 요인처럼 보이겠지만 또 게임으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괴로운 소재이기 때문이지요.

저 역시 며칠씩 밤을 새워 게임을 하고, 눈만 감으면 떠오를 만큼 게임에 빠졌던 적이 있는데 그때가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또 그때 그렇게 컴퓨터에 매달린 게 지금의 자리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를 좋다, 나쁘다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자율적 선택과 규제를 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겁니다. 부모와 아이들간에 게임을 두고 적절한 선에서 즐거운 취미로 즐길 수 있도록 약속하고 지켜진다면 가장 훌륭한 그림이지요. 가정 교육,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복잡한 이야기로 들어가겠지만 당장 해결책이 급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걸 덥석 사회악으로 분류하고, 일단 막고 보자고 하는 것도 받아들여지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해외에 나가 현지의 스타트업이나 정부 관계자들에게 간혹 그 나라의 게임 과몰입에 대해 사회적인 논란이 없는지 물은 적이 있습니다. 열이면 열, 깜짝 놀라더군요. 정부가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개입하고, 심지어 접속 제한까지 둔다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게 “거짓말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게임 산업이 앞서 있는 나라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묻기도 했습니다. 게임도 축구나 음악처럼 놀이 문화의 하나고 그의 선택은 스스로가, 그리고 부모가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맞기 때문이지요. 여기에서 다시, 게임밖에 할 수 없는 우리의 놀이문화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 문제는 마냥 막는다고 해결될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제 우리가 게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막는 것도, 내버려 두는 것도 답이 아니라는 결론은 나오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법적, 사회적, 문화적, 가정적 논의가 많이 일어날수록 더 좋은 결론이 날 겁니다. 쉬쉬할 게 아니라 이제 진짜로 이야기해봅시다.

http://www.youtube.com/watch?v=IjFoiIEKE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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