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만든 관심사 SNS ‘폴라’를 써봤습니다. 첫 인상은 네이버스러웠는데 쓸 수록 인스타그램의 향기가 느껴지더군요. 네이버판 인스타그램이라 불리는 폴라, 저와 함께 살펴보시죠.

첫 화면에는 사진과 태그뿐

첫화면입니다. 바둑판(그리드) 틀 안에 사진이 보이시죠? 사진 위에는 사진의 대표 태그가 올라갑니다. 실시간성과 반응성을 고려해 100개 태그를 꼽고 그 가운데 72개를 무작위로 골라 첫화면에 보여준다고 합니다. 실시간성이란 지금 이 시점에 주목받는 태그를 뜻합니다. 점심시간 즈음에 ‘맛집’이나 ‘라면' 같은 태그가 올라온다는 얘기입니다. 반응성은 다른 사용자가 ‘좋아요’를 많이 누르거나 댓글을 많이 다는 걸 가리킵니다.

▲ 폴라 첫화면이다. 사진과 태그만 보인다. 네이버다운 디자인이다
▲ 폴라 첫화면이다. 사진과 태그만 보인다. 네이버다운 디자인이다
▲ 태그를 누르면 그 태그가 달린 사진이 뜬다. 태그 자체를 팔로우할 수 있다. 연관 태그도 함께 보인다.
▲ 태그를 누르면 그 태그가 달린 사진이 뜬다. 태그 자체를 팔로우할 수 있다. 연관 태그도 함께 보인다.
▲ 내 피드에서는 내가 팔로우한 태그가 달렸거나 팔로우한 사용자가 올린 사진을 모아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첫 화면과 비슷한 리스트형 화면이다.
▲ 내 피드에서는 내가 팔로우한 태그가 달렸거나 팔로우한 사용자가 올린 사진을 모아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첫 화면과 비슷한 리스트형 화면이다.
▲ 폴라 메인화면처럼 그리드 형식으로 볼 수도 있다.
▲ 폴라 메인화면처럼 그리드 형식으로 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첫화면에서 폴라는 사진과 태그를 강조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사진(photo)과 '인기 돋는(popular)’을 합쳐 폴라(Pholar)라고 지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사용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점과 다르죠. 사용자끼리 끈끈한 관계를 맺기보다 ‘쿨’하게 사진을 훑어보라는 게 네이버의 의도입니다. 그래서 태그 자체를 팔로우하는 기능도 들어갔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없는 기능입니다. 사용자도 팔로우할 순 있지만, 첫화면에 노출되는 건 사진과 태그뿐입니다. 인기 있는 사용자를 살펴보려면 화면을 한번 쓸어넘겨야 합니다.

조연이었던 태그, 폴라에선 주인공

태그는 다른 SNS에서는 부가적인 기능일뿐입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사용자가 샤프(#) 기호 뒤에 단어나 간단한 문구를 적어 넣어 공통관심사를 표현하면서 태그가 시작됐습니다.

네이버는 태그에 주목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관심사를 표현하는 태그가 사진만큼 중요한 소통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태그를 전면에 내세운 폴라를 만들었습니다.

태그는 사용자가 직접 답니다. '패션', '인테리어'처럼 이미 정해진 카테고리에 따라 콘텐츠를 분류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카테고리도 직접 꾸립니다. 사용자가 같은 태그를 달아 사진을 5장 이상 올리면 폴라가 자동으로 태그 앨범을 만들어줍니다. 내 관심사가 요즘 자주 다는 태그가 뭔지 단박에 알아볼 수 있죠. 신박한 태그를 만들어 유행시키면 폴라 첫화면에 내 태그가 뜨기도 할 겁니다. 태그를 달기 쉽게 키보드 위에 ‘#’ 단추를 따로 빼뒀습니다.

▲  내가 5번 이상 쓴 태그는 자동으로 묶어서 태그 앨범으로 만들어준다
▲ 내가 5번 이상 쓴 태그는 자동으로 묶어서 태그 앨범으로 만들어준다

사진으로 말해요

사진 올리는 법은 간단합니다. 가운데 사진 촬영 단추를 누르고→찍고→필터 먹이고→태그 걸어서→올리면 끝입니다. 23가지 필터 가운데 하나를 골라 사진을 꾸밀 수 있습니다. 동영상 필터틑 13종류입니다. 동영상은 15초 길이까지 찍어 올릴 수 있죠.

사진에 댓글 대신 사진을 달 수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안 되는 기능입니다. 사진으로 즉흥적인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하단 가운데 있는 촬영 단추를 눌러 사진을 찍어 올린다
▲ 하단 가운데 있는 촬영 단추를 눌러 사진을 찍어 올린다
▲ 사진을 찍으면 다양한 필터를 적용할 수 있다. 사진은 23개, 동영상은 13개다
▲ 사진을 찍으면 다양한 필터를 적용할 수 있다. 사진은 23개, 동영상은 13개다
▲ 사진을 올렸으면 글을 적어야 한다. 본문을 안 적고 태그만 올리기도 한다
▲ 사진을 올렸으면 글을 적어야 한다. 본문을 안 적고 태그만 올리기도 한다
▲ 태그를 입력하려고 하면 유행하는 태그와 내가 전에 입력했던 태그를 먼저 보여준다
▲ 태그를 입력하려고 하면 유행하는 태그와 내가 전에 입력했던 태그를 먼저 보여준다
▲ 게시물을 작성하고 나면 내가 건 태그가 걸린 다른 사진도 보여준다. 내 관심사를 바로 팔로우하라는 배려다
▲ 게시물을 작성하고 나면 내가 건 태그가 걸린 다른 사진도 보여준다. 내 관심사를 바로 팔로우하라는 배려다

폴라 사진, 네이버 검색에도 뜬다

폴라가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면 네이버 검색에도 연동될 예정입니다. 네이버 메인 화면에 폴라 사진이 뜰 수도 있고, 실시간 검색어에 내가 유행시킨 태그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겁니다. 네이버는 사용자가 폴라에 올린 정보를 바탕으로 검색 결과를 벼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답니다.

물론 사용자가 사진을 네이버 검색결과에 노출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비공개 시범서비스(CBT)용 앱은 아직 검색 결과와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이걸 설정하는 항목이 없습니다.

구글 지도 품은 폴라, 글로벌 서비스를 꿈꾼다

또 주목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폴라 안에서 위치정보를 찍으면 네이버 지도가 안 뜹니다. 구글 지도가 뜹니다. 남지웅 네이버 홍보실 과장은 “폴라가 글로벌 시장을 노리기 때문에 처음부터 구글 지도를 채택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폴라는 모바일 쇼핑검색 개편에 이어 네이버가 야심차게 내놓는 서비스입니다. PC웹 시대에 왕좌를 차지한 네이버이지만 모바일 시대 들어선 활로를 못 찾고 있습니다. 카카오스토리와 비슷한 ‘네이버 포스트'라는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그리 주목받지 못했죠. 네이버는 폴라를 중심으로 모바일 환경에서 도약할 기회를 노린다고 합니다. 고품질 텍스트 콘텐츠는 포스트, 이미지는 폴라로 모으고 이 데이터를 활용해 네이버 핵심 서비스인 검색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네이버 홍보실 최서희 차장은 전했습니다.

▲  폴라에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구글 지도다.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포석이란다
▲ 폴라에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구글 지도다.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포석이란다

은메달 노린다

만 하루 동안 써본 폴라는 가벼운 SNS였습니다. 쓱쓱 사진을 훑어보고 관심사를 체크하는 정도로만 썼습니다. 페이스북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애초에 세컨드 SNS 자리를 노렸다는 네이버의 의도가 고스란히 읽히더군요. 웹주소를 복사해 넣어도 링크가 살아나지 않아 콘텐츠 유통채널로 활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최근 인스타그램이 트위터를 제치고 세컨드 SNS 자리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사진으로 쿨하게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용자가 꽤 많다는 방증이겠죠. 네이버가 내놓은 폴라가 인스타그램 대신 세컨드 SNS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저는 기대반 의심반입니다. 재밌긴 하지만 그 이상이 없기 때문에요.

25일 오후부터 폴라 CBT가 시작됩니다. 처음에 5천명을 모집하려고 했는데 첫날만 1만명이 넘게 신청했답니다. 지금까지 신청한 사람은 4만명이 넘는다고 알려졌습니다. 시범서비스에 응모한 분께는 네이버가 폴라 앱 내려받기 링크를 e메일과 문자메시지로 보낼 예정입니다. 따로 가입할 필요 없이 네이버나 페이스북 아이디를 연결하면 바로 폴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평가가 네이버의 야심작 폴라의 미래를 좌우할 겁니다. 여러분은 폴라를 어떻게 쓰셨나요? 인스타그램을 이길 수 있다고 보시나요? 의견 남겨주세요.

폴라는 오는 4월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CBT 동안은 안드로이드 앱만 제공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gHC7Ptusas

네이버가 만든 관심사 중심 SNS '폴라' 프리뷰 영상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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