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나 태양광을 활용해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라고 말한다. 환경에 미치는 부담이 적고, 석탄발전처럼 온실가스를 비롯한 부산물을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원자력발전과 달리 위험성도 적다. 재생가능에너지는 기후와 생태계,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전력원이다. 그린피스가 전세계에서 IT 기업의 재생가능에너지 활용과 에너지 의식 전환을 촉구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미국의 IT 업체가 가장 빨리 변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09년 전면적인 재생가능에너지 활용을 약속한 바 있다. 페이스북의 현재 재생가능에너지 활용 비율은 약 50% 수준.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 중 절반에 이르는 양이 재생가능에너지로부터 만들어진다. 애플은 2012년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발표한 이후 현재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로부터 얻고 있다. 애플은 앞으로 생산시설 가동에 필요한 전력도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꿀 계획이다.

▲  이현숙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 이현숙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일본은 NTT 도코모나 소프트뱅크와 같은 통신 업체가 재생가능에너지 활용을 약속했어요. 재생가능에너지 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고요.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해 인도에서도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 활용에 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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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는 2009년 처음 재생가능에너지 전환 캠페인을 시작했다. ‘쿨IT’ 캠페인이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딴거하자’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금껏 활용해온 낡은 전력생산방법 대신 이제 다른 방법으로 바꿔보자. 딴거하자는 그런 뜻이다.

“IT 기업을 보면 항상 2가지를 강조하잖아요. ‘혁신’ 아니면 ‘편의’. 기술 집약적인 산업이 첨단 전력 대신 구시대적인 전력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은 IT 업체의 철학과도 모순된다고 생각해요.”

포털 업체 네이버가 국내 IT 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그린피스에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구만리나 남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석탄과 원자력발전으로 70%에 이르는 전력을 공급받는다. 천연가스 발전까지 더하면 전체 전력력 중 90%가 화석과 원자력에서 나온다. 2013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재생가능에너지 활용 비율은 1.9%에 지나지 않는다. 이 비율도 그나마 후하게 쳐준 숫자다. 국내에서는 폐기물 소각과 석탄가스를 활용한 전력 생산도 재생가능에너지 활용으로 분류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하지 않는 이상한 셈법이지만, 국내는 그렇다. 국제 기준에 맞춰 이 둘을 빼면, 실제 전국의 재생가능에너지 활용 비율은 0.7%에 불과하다. 당연히 재생가능에너지 활용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꼴지다.

▲  2015 한국 IT 기업 재생가능에너지 성적표(자료 : 그린피스 한국사무소)
▲ 2015 한국 IT 기업 재생가능에너지 성적표(자료 : 그린피스 한국사무소)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국내 IT 업체의 부족한 인식이 무엇보다 문제다. 그린피스는 지난 6월 2015년 한국 IT 기업 재생가능에너지 성과 보고서를 발표하며 조사 대상이 됐던 몇 개 업체의 정보공개 요청을 거부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업체는 삼성SDS와 다음카카오, LG유플러스다. 그린피스에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약속한 네이버를 포함해도 국내 IT 기업의 재생가능에너지 활용 비율은 1% 수준이다.

재생가능에너지 활용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약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서 총 13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계획안에는 20기의 석탄발전소와 14기의 LNG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실려 있다. 2029년까지 실현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안 앞에 그린피스의 ‘딴거하자’는 주장은 공허해진다.

남은 것은 시민의 역할이다. 재생가능에너지에 관한 시민 인식 재고가 기업의 태도를 바꾸고,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리라는 희망 말이다. 그린피스가 웹사이트의 전력원을 추적해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하는 웹사이트인지 알려주는 크롬 웹브라우저용 확장 프로그램을 만들고, 서울시청 앞에서 적극적인 퍼포먼스를 기획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현숙 캠페이너는 “일반 기업이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해도, 사용자의 요구에는 부응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라며 “사용자의 요구가 에너지 정책에 관한 기업의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아마존웹서비스가 좋은 사례다. 아마존 웹서비스를 활용해 인프라를 구축한 소규모 업체가 앤드류 재시 아마존 웹서비스 부사장에 공동서한을 띄운 일이다. 허핑턴포스트, 업워시 등 미디어그룹과 체인지닷오아르지, 크리에이티브커먼즈 같은 단체, 여기에 훗스위트, 텀블러 같은 IT 서비스 업체가 아마존에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하도록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지난 5월 이 같은 사용자의 요구를 반영해 앞으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로부터 공급받겠다고 약속했다.

아마존과 같은 대형 서비스업체의 결정은 다시 전력회사의 변화로 이어진다. 미국은 주마다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회사가 따로 있다. 아마존웹서비스 같은 업체는 이들에게 주요 고객이다. 페이스북의 요구로 아이오와 전력회사가 재생가능에너지 활용에 동참한 것처럼, 이들의 요구는 가시적이고 효과적이다. 긍정적인 의미의 압박이다. 결국, 변화는 작은 부분부터 시작됐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국내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 변화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확대의 필요성을 이현숙 캠페이너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단순하게 말해 전력원을 석탄이나 가스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꾸면 탄소배출은 제로(0)가 돼요. 독일은 이미 시작했고요. 사실 지구를 지켜야 하는 것은 지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일이거든요. 우리가 살 수 없으니까요.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은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인류를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IT 업체의 목적이라면,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력원 변화에는 소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눈 앞의 이익이 아니라 멀리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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