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의 확산은 사람의 삶을 바꿔놨다. 오랜 친구 찾기는 이제 옛말이고, 뉴스 소비도 포털에서 소셜미디어로 넘어오는 추세다. 항상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덕분에 소셜미디어는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매체가 됐다. 어디 일상생활뿐일까. 노동환경의 변화도 만만찮다. 이제는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의사소통의 속도를 높이고,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직장 동료끼리 페이스북에서 농담을 주고받는 일도 흔하다. 사무실에서 얘기를 나눌 때와는 다른 특별한 공감대가 ‘좋아요’를 타고 오간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퇴근한 이후에도 카카오톡으로 일을 받는 것은 삶과 직장의 경계를 흐린다. 회사의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인사고과 점수판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이 정도면, 직장에서의 소셜미디어 사용에도 가이드가 필요한 판국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편리함 뒤를 따르는 부기능인 셈이다. 소셜미디어 시대, 직장인의 정보인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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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cebook_800

“방수팩에 스마트폰 넣어서 목욕탕 들어갔어요”

A씨는 중견규모의 기술업체에 10여년이 넘게 재직 중이다. 업계에서 오래 일을 맡아온 A씨는 과거 서면에서 e메일로, 최근에 다시 카카오톡으로 변화한 업무에 쓰이는 도구를 생각할 때마다 과연 시대가 변했음을 느낀다.

“위에서 오더가 내려오면, 혼자 해결을 못 하는 일일 경우 아래쪽으로 지시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상사의 성향에 따라 분위기는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성격이 급하고, 생각날 때마다 바로바로 업무를 전달하는 상사가 있으면, 그만큼 주말이나 퇴근시간이나 관계없이 카톡으로 지시를 받아요. 그럴 땐 아래로도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지요.”

A씨는 직장의 중간관리자로 위쪽으로부터는 업무 지시를 받고, 아래쪽으로는 업무를 지시하는 역할이다. 카카오톡으로 말이다. A씨의 ‘카톡’은 업무시간이나 퇴근 이후,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심한 경우 퇴근 후 목욕을 할 때도 방수팩으로 스마트폰을 감싸고 욕실에 들어간 적도 있단다. 목욕을 즐기면서도 위로부터 내려오는 업무에 대응해야 하는 탓이다. 업무에 쓸 수 있는 편리한 도구가 등장한 덕분에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럼에도 업무와 카카오톡의 연결을 쉽게 끊을 수 없다. 빠르고, 편리해서다. 카카오톡이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도와준다는 게 A씨의 생각이다.

A씨는 “우리가 하는 업무 스타일이 순발력이나 속도가 요구되는 일이다 보니, 카카오톡은 확실히 효율적인 채널”이라며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직장에서 동료들끼리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업무에 활용하는 일은 일상이다. 업무시간 외에도 업무를 지시해야 하는 관리자 처지에서는 e메일이나 전화보다 부담이 덜한 덕분이다. 메시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파악하기 쉽다는 점도 편리함을 더한다. 만약 직장 내부에서, 혹은 팀끼리라도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것에 지침을 만들면 어떨까. 엄격한 규정이라기보다는 자유롭게 이행하는 약속의 형태로 말이다. A씨는 “확실히 설문조사나 실태조사 등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업무시간 외에 카카오톡으로 일을 지시하느냐 안 하느냐는 일종의 ‘매너’와 관련된 것 같아요. 가이드를 따로 두기 이전에 어떤 형태로든 조사를 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네요. 이것으로 인해 얼마나 조직원들이 피로나 부담을 느끼는지 등 말이죠. 하지만 ‘매너’보다 효율이나 속도를 우선시하는 조직이라면, 이 같은 가이드가 만들어져도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요?”

업무가 끝난 시간에 카카오톡으로 내려오는 업무지시는 근무시간에 포함되는 것일까 아닐까. 참으로 모호한 문제다. 법이 시대와 괴리된 탓이다. 일단 노동법으로만 보면, 정상적인 업무지시의 하나다.

안태은 노부법인 정명 노무사는 “노동법 차원으로 보면, e메일이나 구두, 카톡 등 매체에 관계없이 모두 업무지시로 본다”라며 “직장에서의 소통이 더 편리하게 변화한 한 편, 통제권한과 수단이 다양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업무시간에 포함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업무지시는 맞지만, 업무시간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는지 기준이 노동법에는 없기 때문이다.

안태은 노무사는 “카톡으로 업무지시가 내려오면, 원래는 야근으로 봐야 하는데, 우리나라 법은 제조업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지금의 상황과 다른 점이 많다”라며 “카톡으로 업무지시가 내려온 것을 이행했을 때 어디까지 업무 시간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관한 기준은 전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제조업에서는 상사의 눈에 보이는 것이 곧 일을 하는 것이었다. 출근과 퇴근도 명확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업무지시와 보고가 이루어지는 시대에는 기준이 모호하다.

안태은 노무사는 “카톡을 밤 10시에 보내면, 10시부터 11시까지를 업무 시간으로 봐야 하는지 등이 불분명해 애매한 일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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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um_kakao_1_800

“페이스북 ‘좋아요’가 인사고과에 반영될까 불안해요”

최근 중소규모 업체로 직장을 옮긴 B씨는 교육이 한창이었던 출근 초기 팀 선배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새 직장에서는 회사가 소유한 브랜드로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를 개설해 운영 중인데, 직원들이 해당 페이지가 올린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지 아닌지를 조사한다는 이야기였다. ‘좋아요’를 누른 직원과 아닌 직원이 명확히 갈리고, 심지어 직원별로 회사의 공식 페이지에 몇 개나 좋아요를 눌렀는지 등이 기록된다는 이야기였다.

B씨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회사의 공식 페이지가 작성한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를 하는 등 활동을 하는 것이 추후 인사고과에 반영될까봐서다. 더욱이 B씨는 평소 직장 동료와는 페이스북에서 소통하는 것을 자제해왔던 터다. 페이스북은 친한 친구나 가까운 사람과만 이야기를 창구로 활용해왔다. 새 직장에서는 예전처럼 페이스북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B씨의 생각이다.

B씨는 “새 직장의 선배에게 페이스북 ‘좋아요’ 개수가 인사고과에 반영되느냐고 물어보니 그 선배도 확실히는 모르는 것 같더라”라며 “하지만 회사에서 직원들의 페이스북 ‘좋아요’ 개수를 기록하고, 이를 남긴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불안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직장으로 소셜미디어가 확산한 것이 개인적인 공간으로까지 침범한 사례다. B씨처럼 직장 동료들과는 페이스북에서 친구 관계를 맺지 않는 사용자가 많다. 페이스북은 친한 친구 위주로, 혹은 잘 아는 이들과 소통하는 것에 중점을 둔 이들이다. 직장동료와 친구가 되면,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것, 게시물을 공유하는 것, 혹은 게시물을 작성하는 것 등 모든 것에서 자기검열을 해야 하므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직장의 페이스북 계정에 ‘좋아요’를 누르도록 강요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인사고과에 반영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부담을 가중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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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artphone_winter_800

“스마트폰 앱 때문에 감시당하는 느낌 들어요”

중견기업 직장인 C씨는 스마트폰에 회사에서 개발한 응용프로그램(앱)이 설치돼 있다. 일 처리를 보고하고, 업무 내용을 전달받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앱이다. 이 앱은 C씨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 회사에서 설치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이 앱의 숨겨진 기능은 바로 위치추적. 영업사원인 C씨는 그래서 늘 불안하다. 회사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C씨는 “영업사원이다 보니 외부에서 근무하는 일이 더 많지만, 이 앱 때문에 구속된 느낌이 든다”라며 “회사에서도 나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한편으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rel]C씨는 "앱에 거래처 GPS 위치정보가 저장돼 있고, 직원의 위치가 일치해야만 인증이 되는 방식"이라며 "관련 업계는 모두 비슷한 위치정보 추적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직원의 스마트폰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용하는 회사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사생활 침해를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근로자가 동의했다면 위법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해석이다.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는 “‘위치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지만, 이 문제도 개인정보보호법과 마찬가지로 동의가 핵심”이라며 “노동자가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된 이 같은 사항에 동의했다면, 위법은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마치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할 때 개인정보제공, 혹은 위치정보 제공 등에 동의하는 것처럼, 회사도 노동자로부터 동의를 얻어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가 생기는 지점은 근무시간 외에 일어날 수 있다.

이병찬 변호사는 “만약 근무시간 외에도 추적을 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노동자의 근태관리나 사업장 이탈방지 등 목적이 있을 수 있지만, 근무시간 외라면 법적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노동환경에서 노동자가 가져야 할 자율권과 노동자로부터 노동력을 제공받아야 하는 사업자의 권리가 충돌하는 문제다. 위치정보나 개인정보 등은 결국, 양날의 칼 일 수밖에 없다. 편리함이 한 편으로 기술과 만나 개인의 삶을 침범하는 탓이다. 어느 지점에서 중심을 잡을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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