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3월22일 열린 제21차 통신소위에서 네이버 TV캐스트에 제공되는 ‘대세는 백합’ 웹드라마에 시정을 요구했다. 웹드라마에 대한 첫 심의다. 웹드라마는 방송 사업자가 아닌 포털이 서비스하는 콘텐츠기 때문에 ‘통신심의’의 대상이 됐다.

‘대세는 백합’은 여성 간의 로맨스를 다룬 웹드라마다. 메이크어스의 모바일 콘텐츠 제작소인 딩고스튜디오에서 제작했다. ‘백합’은 서브컬처에서 여성간 동성애 혹은 연애 감정에 가까운 강한 우정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방심위는 ‘그 밖의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자율규제 권고)’으로 시정을 요구했다. 동성(여성)간 키스 장면이 청소년 등에 유해하다는 게 심의 이유다.

▲  사진 = '대세는 백합' 화면 갈무리
▲ 사진 = '대세는 백합' 화면 갈무리

이번 심의는 ‘대세는 백합’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동성 간 키스 장면 등이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이 있다는 판단에 바탕을 둬 ‘그 밖에 필요한 결정’의 시정요구 결정을 내렸다. 조영기 방송통신심의위원은 통신소위에서 “우리가 이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를 조장하고 인정해주는 형식이 돼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고려해서 개인적으로 강한 규제를 적용했으면 좋겠다.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행위이며 청소년에게 확산이 됐을 때 어떤 문제로 발전할 것인가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plus]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방심위의 이러한 심의는 ‘선암여고 탐정단’ 심의 때와 같이 동성애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차별적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라며 “위반 규정의 명확한 적시 없이 추상적인 시정요구 권한을 이용해 사업자나 콘텐츠 제작자에게 일정한 규율을 압박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라고 평했다. ‘동성애’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개별 심의기준으로 규정돼 있었으나, 2003년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삭제된 바 있다.

분명한 규정 없이 개인의 편견에 기반을 둔 자의적인 결정은 문제다. 그 근간에 ‘동성애는 유해하다’는 인권 침해적인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은 더욱 문제이며, 그 결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까지 이르렀다는 것도 무척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물론 방심위의 결정은 자율 규제를 ‘권고’하는 형식이다. 콘텐츠 제작자의 관점에서 ‘자율규제’라고 부담스럽지 않을 리 없다. 규제와 검열의 형식으로 가해지는 혐오는 인권을 침해하고, 창작의 테두리를 한껏 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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