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류의 미래 먹거리 책임질 분야

▲  인구는 늘고, 농업 기술은 정체돼 있다. 농업테크는 인류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중요한 기술이다.(출처: flickr, Minyoung Choi, CC-BY)
▲ 인구는 늘고, 농업 기술은 정체돼 있다. 농업테크는 인류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중요한 기술이다.(출처: flickr, Minyoung Choi, CC-BY)

유구한 농경사회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농업은 무척이나 익숙한 산업이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농업의 규모는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나는 지금 흙을 파먹고 살지만, 내 아들만큼은 도시로 보내야겠다’는 흔해빠진 성공 신화는 중심 도시 위주의 거점 개발 정책과 맞물려 큰 시너지를 냈다. 이는 농업으로의 신규 인력 유입을 급격히 낮췄다. 덕분에 이제 농업의 주체는 대부분 노년층이다. 시골로 내려가도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 자칫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이지만 합쳐보면 얘기가 다르다. ‘농업테크’(AgriTech)는 지구촌 인류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무척 중요한 기술 분야다. 인류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전체 인구는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 앞으로 농업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사람이 늘어나면 곡물도 늘어나야 하고, 고기를 먹으려고 해도 사료용 곡물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농업은 전통적으로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수확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농업에서 기술의 발전 병행돼야 미래의 식량 소비를 감당할 수 있다. 농업테크가 차세대 IT 산업의 미래 먹거리인 이유다.

사물인터넷 활용해 생산성 높이는 ‘스마트팜’

▲  유비엔의 스마트팜 솔루션 ‘팜링크’(출처: 유비엔)
▲ 유비엔의 스마트팜 솔루션 ‘팜링크’(출처: 유비엔)

농업테크에서 핵심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분야는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은 작물이 성장하는 정보와 작물이 자라는 환경 정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언제 어디서나 확인함으로써 농가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농장을 의미한다.

국내 농업테크 스타트업 만나씨이에이는 2014년에 700평 규모, 연 매출 7천만원 수준의 장미 재배 농장을 인수해 2년 만에 연 매출 19억2천만원짜리 농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만나씨에이는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라는 기술을 활용했다. 아쿠아포닉스는 일종의 수경재배 방식이다. 물고기를 양식하고, 물고기가 만들어내는 배설물을 식물의 양분으로 만들고, 이렇게 깨끗해진 물은 다시 물고기에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다. 여기에 농장제어시스템을 구축해 농장 전반에 걸쳐 스마트한 관리를 이뤄냈다.

농장제어시스템은 서버를 구축하고, 농장을 자동화한다. 각종 센서로 농장의 사태를 한 화면에서 파악하고, 농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비닐하우스 개폐, 온·습도 조절 등 적절한 환경을 조성한다. 농장주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조작할 수 있다.

좀 더 작은 단위에서 바라보면 도시에 최적화된 블록 형식의 화분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서는 엔씽이라는 업체가 ‘플랜티’라는 스마트 화분을 만들고 있다. 이 화분은 인터넷에 연결돼 있고 센서가 달려 있어, 식물이 자라는 환경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화분이 스스로 식물에 물을 줄 수도 있다. 블록 형태의 작은 팜을 여러 개 연결하면 일정 규모 이상의 농장도 구축할 수 있다.

▲  엔씽의 스마트 화분 ‘플랜티’ 앱
▲ 엔씽의 스마트 화분 ‘플랜티’ 앱

https://www.youtube.com/watch?v=-yAl5VXqQiU

스마트팜이 자리 잡는 농가에서는 자원 등 투입 요소의 사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발전하면 완전 자동화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자동화된 채소 공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일본의 스프레드는 2017년까지 로봇이 농사를 짓는 로봇농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사람이 씨앗만 뿌리면 그 이후의 모든 과정은 로봇이 책임지는 농장이다.

▲  미국 에어로팜사의 수직농장(출처: 에어로팜)
▲ 미국 에어로팜사의 수직농장(출처: 에어로팜)

유럽·미국 등 농업테크 도입 박차

일본 스프레드 사례에서 보듯, 농업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농업테크를 발전시켜왔다. 일본은 2009년부터 ‘식물공장 보급 확대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식물공장을 대폭 확대해 왔다. 자율주행 관련 기술도 미국과 더불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재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1871년부터 최초의 난방 유리 온실을 만들었고, 1957년 덴마크 크리스텐센 농장에서는 태양광 이용형 온실에서 새싹 채소를 재배했다. 유럽은 일조시간이 짧다는 외부 환경 요인을 극복하는 노력으로 시설원예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 대부분 대형 유리 온실에 인공광을 함께 활용하는 형식의 식물공장 생산시스템으로 체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  두바이 농업테크 기업 페가수스농업의 수경재배시설(출처: 페가수스농업)
▲ 두바이 농업테크 기업 페가수스농업의 수경재배시설(출처: 페가수스농업)

미국은 넓은 땅덩어리라는 환경적 요인으로 규모화된 생산 시스템으로도 충분한 생산성 확보가 가능하다. 다만 최근에는 도심의 고층 수직농장(Vertical Farm) 개념이 대두하고 있다. 미국의 수직농장 업체인 에어로팜은 10m 높이의 세계 최대 규모 수직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에어로팜은 이곳에서 연 1천 톤의 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농업 자동화 앞당기는 인공지능 로봇 농부

▲  호주 퀸즐랜드기술대 페레즈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애그봇’ 2세대 프로토타입.(출처 : 퀸즐랜드기술대)
▲ 호주 퀸즐랜드기술대 페레즈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애그봇’ 2세대 프로토타입.(출처 : 퀸즐랜드기술대)

농약살포 드론, 무인 트랙터, 자율주행 수확기 등은 이미 전세계 농업 현장을 누비고 있는 대표적인 농업 로봇들이다. 기존의 농기계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새로운 방식의 무인 농기계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현재까지 농업과 로봇 기술의 접목은 각 생산 단계별로 특화된 개발에 치중돼 왔다. 제초용 로봇, 시비용 로봇, 방제용 로봇, 수확용 로봇 등 역할 중심의 전용 로봇 개발이 주를 이룬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농업 로봇의 진화 방식은 우리나라와 같은 영세한 농업 구조를 지닌 나라에 적합하지 않았다. 여러 자율 농업 로봇을 구매하기엔 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DJI의 농업용 드론 ‘AGRAS MG-1’(출처: DJI)
▲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DJI의 농업용 드론 ‘AGRAS MG-1’(출처: DJI)

농업 로봇의 차세대 혁신은 파편화된 작업별 로봇이 단일 로봇으로 통합되는 흐름을 띨 것이는 주장도 있다. 트리스탄 페레즈 호주 퀸즐랜드기술대 로보틱스 교수는 “미래의 농장에는 가볍고 작으면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기계들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들 기계들은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데이터를 수직해 제초, 시비, 방제 제어 등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레즈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애그봇’ 2세대는 카메라와 센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다. 센서 네트워크나 드론과 결합돼 데이터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제초나 방제, 시비 작업을 24시간 내내 수행할 수 있다.

이 로봇에 탑재된 인공지능 기술은 잡초의 패턴을 분석해 분류하는 한편, 물리적으로 솎아낼 것인지 제초제를 살포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한다. 특정 작물에 적합한 비료를 직접 뿌릴 수도 있다. 작업 단계별 자율 농기계 로봇을 구매하는 것보다 낮은 비용으로 농업 자동화를 시도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자율형 농업 로봇 개발은 중요한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지난 3월5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발간한 ‘농업로봇 기술동향과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진흥청은 2000년 초부터 인공지능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 등 농기계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추진해 왔다. 농기계 무인 항법에 필요한 대부분의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향후 농업 노동력 감소화 농촌 고령화로 곡물자급률이 23%대까지 떨어진 현실을 고려하면, 로봇 기술과의 접목은 국내 농업을 활성화하는 데 적잖이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촌 일자리 중개, 유통 혁신 등 플랫폼 접근도 잇따라

▲  농사펀드 홈페이지(출처 : 농사펀드)
▲ 농사펀드 홈페이지(출처 : 농사펀드)

플랫폼 차원에서 농촌의 고질적인 인력 문제나 판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푸마시는 농촌의 구인자와 도시의 구직자를 매칭해주는 일자리 직거래 플랫폼이다. 농가는 직·간접적으로 구인정보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받을 수 있다. 구직자는 상당한 수준의 일당을 챙길 수도 있고, 귀농의 전 단계로 농업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생산물 유통의 혁신을 꾀하는 방법도 있다. 농사펀드는 영농자금의 안정적인 마련을 도모하고자 탄생한 펀드다. 농사펀드 덕분에 농부는 빚 없이 더 좋은 농산물을 만들 수 있고, 소비자는 질 좋은 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

농업 경영정보 시스템 등 농산물 생산 이후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도 유용한 기술이다. 생산-출하-소비를 잇는 농업 경영관리 솔루션을 활용하면 농산물 출하 관리, 판매 관리, 회계 관리, 거래처 관리 등이 가능하다.

대규모 투자·실험 통한 고도화·보편화 필요해

▲  아직 국내 농업테크는 초기단계다. 향후 농업 과제 달성을 위해선 고도화와 보편화가 필요하다.(출처: Flickr, Kevin Cortopassi, CC-BY)
▲ 아직 국내 농업테크는 초기단계다. 향후 농업 과제 달성을 위해선 고도화와 보편화가 필요하다.(출처: Flickr, Kevin Cortopassi, CC-BY)

농업테크의 보편적 적용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스마트팜 등 농업테크의 도입을 위한 제반 비용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금을 준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비용을 개인이 지출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여력이 되는 농장만 첨단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게 되면, 그렇지 않은 농장과의 격차가 상당해질 우려도 있다. 자칫하면 빈부격차만 심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직은 여러 가지 단점이 노출된 분야이긴 하지만, 고령화된 농업 인구와 소규모 재배 형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농업테크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아직 한국 농업테크는 정부와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좀 더 대규모의 투자와 실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농업은 농부의 감각과 경험에 의존했지만 앞으로는 그것으론 부족하다. 기본적인 생산량의 확보뿐 아니라, 최소노동-최대효율, 다품종 작물의 고품질 생산 등 향후 농업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농업테크의 고도화 및 보편화가 필요하다.

※ 참고


이 글은 ‘네이버캐스트→테크놀로지월드→용어로 보는 IT’에도 게재됐습니다. ☞‘네이버캐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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