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과 PC의 장점을 합쳐보려는 시도는 여지없이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장점만 조합해보려는 시도는 대체로 태블릿과 노트북을 함께 살 수 있을만한 가격만 남긴 채 단점만 조합한 결과치를 내놨기 때문. 성능을 살리자니 키보드가 딸린 무겁고 커다란 걸 태블릿이라고 쓰기가 민망하고, 휴대성을 살리자니 인터넷과 문서작성만 가능한 ‘윈도우’ 태블릿이라, 블루투스 키보드에 아이패드 들고 다니는 게 배는 낫다.

갈팡질팡하던 투인원 PC는 결국 성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아예 교육용을 노리며 작정하고 싸게 나온 물건들은 논외), 형태에 따라 키보드가 떨어지는 걸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가 가장 유명하고, 키보드가 뒤집어지는 걸로는 레노버의 ‘요가’가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가장 예쁜 투인원 PC는 프린터 때문인지 기업용 제품 이미지가 강한 HP에 있다. 2017년 초에 내놓은 'HP 스펙터 x360' 모델이다. HP는 국내 소비자 시장에서 삼성·LG는 물론 한성에도 한참 치이고, 조금 아는 사람 사이에서는 델에 밀린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새로운 로고와 함께 내놓은 신형 스펙터를 신호탄 삼아 디자인에서도 바짝 힘을 주고 있다. 최근에도 신형 '엔비13' 모델을 내놓으며 커머스 시장에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스펙부터 살펴보자.


스펙


HP Spectre x360 13-ac027TU

  • 7세대 인텔® 코어™ i5-7200U (2.5 GHz, 터보부스트 기술 적용 시 최대 3.1 GHz, 3 MB 캐시, 2코어)

  • 8GB RAM

  • 256 GB PCIe® NVMe™ M.2 SSD

  • 13.3" FHD UWVA BrightView WLED-backlit touch screen (1920 x 1080)

  • 풀 사이즈 아일랜드 스타일 백라이트 키보드

  • 멀티터치 지원, 액티브 스타일러스 지원

  • HP 트루비전 FHD IR 카메라 & 듀얼 어레이 마이크

  • 뱅앤올룹슨 쿼드 스피커

  • 무게 : 1.29kg / 두께 : 13.9mm

  • 가격 : 공식 홈페이지 기준 최저 약 140만원 최고 200만원


특장점은 디자인 : 색상은 내추럴실버와 다크애쉬실버 두 가지로 나왔다. 다크애쉬실버는 지난해 나왔던 '스펙터 13'의 느낌을 계승한다. 제품 전반의 색감과 프리미엄 라인업의 사선로고 조합이 거의 비슷하다. 다크애쉬실버는 탁한 진회색으로 빛에 따라 색감이 조금씩 달라진다. 밝은 곳에서 보면 약간 붉은 기가 돈다. 테두리는 로즈골드와 구리의 중간쯤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세련된 디자인을 완성한다. 카페에 가져가기 좋다.

▲  그래서 카페에 가지고 왔다
▲ 그래서 카페에 가지고 왔다

요즘 나오는 가벼운 노트북과는 달리 알루미늄을 깎아 바디를 만들었다. 동급 노트북에 비해 무겁다. 전체적인 마감은 우수하지만, 힌지 부분은 조금 아쉽다. 균형이 살짝 안 맞는다. 뽑기 문제일 듯싶다. 육안으로는 잘 안 보이고 만지면 느껴지는 수준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얇은 노트북은 많은 걸 포기한다. RGB는 물론이고 HDMI 포트도 없어지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과도기에 나오는 노트북이라면 USB A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스펙터 x360은 얇은 두께에도 USB C포트 2개에 기존 포트를 하나 넣어줬다. 3.5mm 이어폰 단자는 물론이다. 태블릿 모드를 지원하는 노트북이기 때문에 전원키와 볼륨키가 양쪽에 붙어 있다.

콘텐츠 소비에 좋은 다양한 모드 : 이 정도 되는 노트북은 뒤집는다고 태블릿처럼 되진 않는다. 그냥 뒤집었다 뿐이다. 하지만 각도 조절의 자유도가 올라가면 여러 지점에서 편리한 부분이 있다. 예컨대 동영상 등을 감상할 때 걸리적거리는 키보드를 뒤로 보낸다든지, 잠깐 같이 노트북을 보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 때 화면을 180도로 펼쳐놓고 이야기를 한다든지 등이 가능하다. 세로로 돌려 쓰면 A4 사이즈로 나오는 PDF 파일 읽기에도 좋다.

의외로 터치는 쓸모가 많다 : 터치스크린은 태블릿 모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무척 유용하다. 파일을 옮기거나 슬라이드를 넘길 때, 특정 영역을 확대해서 보고 싶을 때 등등에서 마우스보다 훨씬 직관적이다. 터치에 한 번 적응되면 일반 노트북을 보고도 화면을 쿡쿡 누르고 있는 본인을 발견할 수 있다.

우수한 스피커 : 뱅앤올룹슨 사운드 전문가의 튜닝을 거친 쿼드 스피커는 기대 이상의 품질을 보장한다. 키보드 아래쪽 바닥 면에 2개, 키보드 상단에 2개가 있다. 어느 형태로 둬도 충분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컨버터블이라는 형식에 더해져 콘텐츠 소비를 돕는 중요한 축이다. 치킨 시켜먹을 때 키보드 뒤로 돌려놓고 넷플릭스 켜서 보면 딱 좋다.


단점


애매한 펜 : 태블릿 모드의 활용을 돕기 위해 나온 펜은 조금 부족하다. 1024단계의 필압을 지원한다. 그림 정도는 그릴 수 있는데 필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물론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 법이나 대체로 다수의 전문가는 해당 작업을 가장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는 비싼 장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스펙터 x360의 펜은 다소 애매하다. 전문적인 용도 보다는 회의 등이 있을 때 직관적으로 설명하면서 쓰기에는 좋은 수준이다. 노트북 내에 수납공간을 제공하는 타사의 비슷한 노트북과 달리 딸려온 파우치에 끼워서 따로 보관해야 한다. AAAA 건전지를 쓰기 때문에 배터리가 떨어지면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사야 한다.

발열 : 컴퓨팅 소스를 많이 쓰는 작업을 하다 보면 키보드 상단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좌측 통풍구에서는 훈훈한 온풍이 분다. 전반적으로 발열해소가 잘 안 되는 편이다.

가격 : 투인원 PC에 붙는 대부분의 비판은 비싸다는 거다. 사실 기존 클램쉘 형태에서 좀 더 꺾이는 게 좋으면 좋았지 나쁠 건 없다. 동급의 노트북과 비교했을 때 성능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7세대 코어와 PCIe NVMe M.2 SSD의 조합은 일상적인 작업 이상을 커버한다. 문제는 '뒤집어지는 힌지+터치패널'을 붙이기 위해 돈을 얼마를 더 내는 게 합리적인 소비인가다.

그 돈이면 태블릿과 노트북을 둘 다 사겠다는 비판은 사실 맞는 말이다. 스펙터 x360은 동급의 노트북과 비교해 대략 20-30만원 가량 더 비싸다. 스펙상 큰 차이가 없는 HP의 신형 엔비와 비교하면 거의 40만원 차이다.

컨버터블 PC의 태블릿 모드는 실제 태블릿의 활용도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태블릿을 자주 쓰는 사람이라면 정말로 2개를 사는 게 낫다. 수리비도 무시할 수 없다. 일체형 노트북은 대부분 수리비가 비싸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 모델은 더 심하다. 디스플레이에 줄이라도 하나 나가면 수십만원짜리 부품을 통으로 바꿔야 한다.

▲  사실 예뻐서 비싼 건 아닐까
▲ 사실 예뻐서 비싼 건 아닐까

장점


  • 윈도우 노트북 중에서는 최상급의 디자인

  • 360도로 회전하는 힌지와 쿼드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콘텐츠 소비 경험


단점

  • 비슷한 급의 노트북과 비교했을 때 2~300g 정도 무겁다

  • 비슷한 급의 노트북과 비교했을 때 2~30만원 정도 비싸다

  • 터치를 지원하는 노트북이 대부분 그렇지만 수리비가 위험하다.

  • 다양한 모드로 뒤집어가며 쓰기에는 스크래치가 우려된다

  • 컴퓨팅 소스를 많이 쓰는 작업에서는 발열 해소가 잘 안되는 편


추천대상

예쁜 투인원을 써보고 싶은 윈도우10 이용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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