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5개. LG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40 씽큐'가 내세운 차별점이다. 상향평준화된 스마트폰 사이에서 LG전자는 세계 최초의 펜타 카메라로 승부수를 띄웠다. 전면 카메라 2개, 후면 카메라 3개를 장착한 V40 씽큐는 일단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기엔 충분해 보인다. 외관으로 드러나는 많은 수의 카메라가 호기심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5개의 카메라로 무엇을 할 건지다. LG전자가 답을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다. 이에 앞서 신뢰를 잃은 스마트폰의 기본기를 다지는 게 선결 과제다. V40 씽큐는 이 두 가지 의문 부호에 명쾌한 느낌표를 보여줄까.

▲  | 트리플 카메라가 눈에 띄는 LG V40 씽큐 후면
▲ | 트리플 카메라가 눈에 띄는 LG V40 씽큐 후면

LG전자는 10월4일 서울 마곡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에서 국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LG V40 씽큐 공개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장에 마련된 시연 부스는 카메라 기능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시연 행사에 뒤이은 기자 간담회에서도 카메라 기능을 중심으로 제품이 소개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LG전자 MC사업본부장 황정환 부사장은 "단순히 카메라의 숫자만 늘린 제품은 아니다"라며 "스마트폰이 가져야 할 기본을 다 담고 있으면서 카메라에 특화된 제품"이라고 V40 씽큐를 소개했다.

 

LG전자의 승부수는 카메라


앞뒤로 각각 2개, 3개의 카메라를 장착한 V40 씽큐는 LG전자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기술 혁신의 한계점에 도달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의 이목을 끌면서 만족감을 주기란 쉽지 않다. 거기다 LG전자는 스마트폰에 대한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펜타 카메라는 이를 종합적으로 고민한 결과다. LG전자 MC단말사업부장 하정욱 전무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 제품 기획하기 힘든데 가장 크게 반성한 부분이 카메라다"라며 "멀티미디어 부분에서 오디오는 잘하고 있었지만, 최근 2-3년 동안 카메라 혁신이 부족했다"라고 카메라 기능을 강화한 이유를 밝혔다.

▲  | 전면에도 듀얼카메라가 적용됐다.
▲ | 전면에도 듀얼카메라가 적용됐다.

황정환 부사장은 "우리 스마트폰의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바꾸기 위해 천천히 하나씩 뜯어보면서 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메라 부분을 뜯어보게 됐다"라며 "갑자기 카메라 개수 하나 늘린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스마트폰에서 카메라가 차지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우리가 잘못한 점과 고쳐나가야 할 점은 무엇인지 천천히 살펴봤다"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보여주기식으로 카메라 개수를 늘린 게 아닌, 소비자 신뢰 회복 차원에서 펜타 카메라에 접근했으며, 스마트폰에서 필요한 카메라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고민했다는 얘기다.

 

기본기는 다졌으나 아쉬움 남는 카메라


그렇다면 카메라 5개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선 화각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후면 카메라는 표준(78도), 초광각(107도), 망원(45도) 등 3개의 렌즈로 구성됐다. 각각 1200만, 1600만, 1200만화소의 카메라를 통해 한 번에 쉽게 풍경을 넓게 담거나 일반적인 화각으로 찍거나 피사체를 가깝게 당겨서 촬영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발 줌 없이, 디지털 줌으로 인한 화질 열화 없이 구도를 쉽고 다양하게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피사체를 부각시키는 아웃포커스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카메라 두 개를 이용해 사물의 깊이 정보를 추출해서 피사체의 윤곽을 따 배경을 흐리는 방식이다. 특히 이런 아웃포커스 기능은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빛을 발한다. 소프트웨어적으로만 적용된 아웃포커스 기능보다 좀 더 정교하게 보케가 적용된다는 장점이 있다.

전면 카메라 역시 마찬가지다. 800만화소의 일반각 렌즈, 500만화소의 광각 렌즈 둘로 구성돼 화각을 상황에 맞춰 변경할 수 있으며, 아웃포커스 셀카를 지원한다. 또 카메라 두 개를 통해 아웃포커스를 지원하는 만큼 '아이폰X' 인물사진 모드처럼 인물의 윤곽과 배경을 분리해 다채로운 조명효과와 배경합성 기능을 제공한다.

▲  | 아이폰X과 닮은 전면 아웃포커스 기능
▲ | 아이폰X과 닮은 전면 아웃포커스 기능

문제는 새롭지 않다는 점이다. 화각 변경 기능은 기존에도 제공해왔던 기능이고, 아웃포커스 기능도 이제 식상하다. LG 스마트폰으로 국한해도 초광각은 'V20'부터 아웃포커스 기능은 'G7'부터 적용돼 왔다. 여기에 후면 망원 카메라와 전면 광각 카메라를 하나씩 추가해 화각의 선택지를 하나 더 늘려줬다는 것 외에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 없다. 카메라가 5개 달린 것치고 스마트폰 카메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한다. 상상력이 듀얼카메라 시절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셔터 한 번에 3개의 다른 화각으로 구성된 사진을 찍는 '트리플 샷', 촬영 전 서로 다른 3개의 카메라로 비추는 장면을 한번에 볼 수 있는 '트리플 프리뷰'는 상상력의 한계를 보여준다. 사전에 공개된 '매직포토' 기능은 정지된 사진 중 일부만 영상으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재밌지만, 펜타 카메라와는 무관한 소프트웨어 기능이다.

 

중요한 건 카메라 개수가 아닌 기본기


V40 씽큐는 겉으로 보이는 펜타 카메라에 시선이 집중되지만, 내부적인 성능 개선도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졌다. '카툭튀' 디자인을 막기 위해 희생됐던 이미지 센서는 V30 시절 0.32인치 크기에서 0.38인치로 18% 커졌다. 센서 픽셀은 1㎛(마이크로미터)에서 1.4㎛으로 40% 키웠다. 센서 픽셀은 이미지 픽셀을 이루는 최소 단위다. 렌즈를 통과한 빛을 센서 픽셀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센서 픽셀 크기가 클수록 어두운 곳에서 노이즈 없이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조리개 값도 후면 표준 렌즈 기준으로 F1.5 수준으로 스마트폰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빛을 더 많이 받아들여 저조도에서 유리하다는 얘기다. 또 야간이나 흔들리는 상황, 역광 등에서 또렷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이 강화됐다.

▲  | LG전자 MC사업본부장 황정환 부사장은 기본기를 강조했다.
▲ | LG전자 MC사업본부장 황정환 부사장은 기본기를 강조했다.

카메라 외에도 다양한 기능들이 개선됐다. 기존에 장점으로 부각됐던 하이파이 쿼드 DAC 기반의 오디오 기능은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 메리디안과의 협업을 통해 밸런스를 잡았다. 붐박스 스피커의 경우 고음부의 음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제품 상단 수신부 역할을 하는 리시버를 스피커처럼 활용해 고음부를 개선했다. V30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POLED 디스플레이 역시 시야각, 색감, 수명 등 많은 문제가 개선됐다. V40 씽큐에는 6.4인치 QHD 플러스 19.5:9 화면비 OLED 풀비전 디스플레이(3120×1440 해상도, 538ppi)가 적용됐다. LG 스마트폰은 무엇보다 신뢰도 회복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펜타 카메라에 쏠린 시선을 개선된 기본기로 돌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  | 노치 디자인을 선택적으로 가릴 수 있다.
▲ | 노치 디자인을 선택적으로 가릴 수 있다.

▲  | LG 앱 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 | LG 앱 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프로세서는 스냅드래곤 845, 메모리는 6GB LPDDR4x 램이 탑재됐다. 저장공간은 64GB, 128GB 두 가지 모델로 제공된다. 무게는 169g, 두께는 7.7mm 수준으로 비슷한 화면 크기의 제품 중 가볍고 얇은 편이다. 색상은 뉴 플래티넘 그레이, 뉴 모로칸 블루, 카민 레드 등 3가지로 제공되며, 후면 강화유리를 나노미터 단위로 깎아 무광으로 가공했다. 지문이 잘 묻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8.1 오레오가 탑재된다. 최신 '안드로이드 9 파이'가 적용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G7에 이어 노치 디자인이 적용됐다는 점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노치 디자인을 가리는 기능은 여전히 LG 앱에만 적용된다. V40 씽큐는 10월 중 발매 예정이며 가격은 미정이다.

▲  | LG V40 씽큐가 다시 시장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 | LG V40 씽큐가 다시 시장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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