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국내 게임 시장에서 콘솔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한국 게임 시장은 PC로 시작해 모바일로 옮겨가는 추세다. 예전부터 콘솔은 약세였다.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행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게임 제작 및 배급업 총매출액은 12조3천억원으로 이 중 모바일 게임이 6조5천억원, PC게임이 5조원으로 각각 53.7, 40.5%로 전체 게임 시장의 94% 이상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 게임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하나다. 글로벌 공략이다.

▲  | 소니 PS4 프로
▲ | 소니 PS4 프로

콘솔 게임 개발 뛰어든 게임사들 늘어


3월5일 현재 콘솔 게임을 서비스 중이거나 개발 중인 국내 게임 개발사는 넥슨,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크래프톤, 라인게임즈, 시프트업, 넥스트스테이지 등이다.

넥슨은 PC와 X박스 이용자 간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 팬 페스티벌 'X019'에서 처음 공개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넥슨의 첫 글로벌 멀티 플랫폼 프로젝트다. PC 온라인 게임이었던 전작과 달리 콘솔과 PC로 시작해 다양한 플랫폼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전세계 이용자가 하나의 세상에서 게임을 즐기는 폭넓은 크로스 플레이를 지향한다.

▲  | 넥슨의 첫 글로벌 멀티 플랫폼 프로젝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 | 넥슨의 첫 글로벌 멀티 플랫폼 프로젝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엔씨는 MMORPG 신작 '프로젝트TL'을 PC를 비롯해 콘솔, 모바일 등 멀티 플랫폼으로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TL'은 리니지 IP(지식재산권)에 기반한 게임으로 올해 안에 CBT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엔씨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는 지난 2월 PC와 콘솔 게임기로 출시되는 리듬 게임 '퓨저'를 공개했다. '퓨저'는 올가을 북미와 유럽 지역에 PS4, X박스 원, 닌텐도 스위치, PC 등 총 4개 플랫폼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엔씨는 오는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국제 게임 전시회 'E3'에 7년 만에 참여해 이 같은 콘솔 게임들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펄어비스는 콘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된 '검은사막'의 경우 지난 4일부터 PS4와 X박스 원 이용자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크로스 플레이 지원을 시작했다. 또 신작 MMORPG '붉은사막', 캐주얼 오픈월드 어드벤처 '도깨비', MMO 슈터 '플랜8' 등을 모두 PC와 콘솔로 개발 중이다.

▲  | 펄어비스 신작 '도깨비'
▲ | 펄어비스 신작 '도깨비'

크래프톤은 자사의 대표 게임인 PC MMORPG '테라'를 지난 2018년부터 PS4, X박스 원으로 출시해 서비스 중이다. 한국 MMORPG 중 첫 콘솔 이식 사례다. 또 크래프톤 산하 스튜디오인 펍지주식회사는 '배틀그라운드'를 PS4, X박스 원 버전으로 출시해 서비스 중이다.

라인게임즈는 신작 어드벤처 게임 '베리드 스타즈'를 PS4, PS비타,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할 계획이다. 시프트업은 액션 게임 '프로젝트 이브'를 PS4, X박스 원, PC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다. 넥스트스테이지는 액션 RPG '울트라 에이지'를 올해 상반기 중 PS4로 출시할 예정이다.

글로벌에선 콘솔 게임 매력적


이처럼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한국에서 척박한 콘솔 게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모바일과 PC 게임이 대세지만, 글로벌로 눈을 돌렸을 때 상황은 달라진다.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콘솔 게임의 비중은 27.5%로, 모바일 게임(35.8%)의 뒤를 잇는다.

특히 북미나 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거실에서 즐기는 콘솔 게임 문화가 일찍이 자리 잡았다. '배그'를 콘솔을 통해 서비스 중인 펍지는 자사 서비스 플랫폼 국가별 점유율을 따졌을 때 콘솔은 여전히 견고한 시장이고 데이터적으로도 서구권에서 지배적인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북미 기준 '배그' 콘솔 이용자는 PC 이용자의 3배에 달한다. 또 '배그' 콘솔 이용자의 60~70%가 서구권 이용자다.

2018년 기준으로 북미와 유럽이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2.6%, 48.4%로 전체 게임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  | 세계 속 한국 게임은 아직 약세다. (사진=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
▲ | 세계 속 한국 게임은 아직 약세다. (사진=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

국내 게임 개발사는 모바일 중심으로 국내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약세다. 한국 게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3%에 불과하다. 또 한국 게임 수출국 중 중국 비중이 30.8%, 대만/홍콩 15.7%, 일본 14.2%, 동남아 10.3%로 중국 및 아시아 지역 의존도가 높다.

반면, 북미와 유럽의 비중은 각각 15.9%, 6.5% 수준이다.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서구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했을 때 한국 게임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은 셈이다. 또 국내 게임의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은 판호 문제로 현재 신규 게임들이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게임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게임은 방대한 물량으로 치고 들어오는 중국 게임과 높은 퀄리티의 서구권 게임 사이에 게이머들의 눈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국내 게임사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생존을 위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콘솔 게임 중심의 멀티플랫폼 전략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콘솔 게임의 타깃은 국내가 아니며, 북미·유럽 시장을 보고 있다"라며, "국내와 아시아 시장을 넘어 북미·유럽 시장으로 가려면 콘솔 게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멀티 플랫폼 전략과 크로스 플레이 지원이 필수라고 판단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콘솔 개발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또 "일본은 콘솔, 한국은 PC를 애용하고, 서양은 콘솔로 집에서 가족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문화, 동남아는 스마트폰 보급의 폭발적으로 증가로 모바일을 선호하는 등 국가마다 선호하는 게임 디바이스가 다르다"라며, "이런 디바이스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크로스 플레이고, 이를 기반으로 더욱 폭넓은 글로벌 유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콘솔 개발이 필요하다고 봤다"라고 덧붙였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검은사막'은 X박스 원과 PS4 버전으로 북미/유럽을 포함한 일본, 한국, 호주에 서비스되며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라며 "MMO 게임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었던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가능성을 증명했다"라고 실제 콘솔에 투자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콘솔 개발 경험 부재가 걸림돌


하지만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많지 않다. 개발사들도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개발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과거 판타그램의 '킹덤 언더 파이어' 시리즈, 소프트맥스 '마그나카르타' 등이 콘솔 게임으로 출시돼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콘솔 게임 개발 및 사업 경험을 지속해서 이어가진 못했다.

▲  | 2004년 PS2로 출시된 소프트맥스 '마그나카르타: 진혼의 성흔'
▲ | 2004년 PS2로 출시된 소프트맥스 '마그나카르타: 진혼의 성흔'

또 트리플 A급 대작 게임에 익숙한 콘솔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게임 개발도 어렵다. 콘솔 게임 시장에서는 모바일 게임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게임 기획력과 개발력이 요구된다.

남영선 펍지 본부장은 지난 2월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최한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자사의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을 발표하며 "서구권 콘솔 유저들의 기대 수준과 눈높이에 맞는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과 국내에 콘솔 게임 경험이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두 가지가 국내 게임사가 겪는 콘솔 게임 개발 허들이다"라고 밝혔다.

남 본부장은 중소 게임사의 콘솔 게임 개발 진입 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나 관계 기관의 현지화 제작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콘솔에 경험이 많은 해외 개발 인력을 국내 개발사에서 채용하기 위해 비자 발급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대학생 대상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 콘솔 개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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