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는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청와대 어린이날 행사도 '마인크래프트'로 열릴 정도다. 레고처럼 네모난 블록을 쌓아 가상세계를 만들고 탐험하는 이 게임은 현재 2억장 넘게 팔렸다. 특히 아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로 예년처럼 어린이날 행사를 여는 대신 '마인크래프트'로 구현한 청와대로 어린이들을 초대했다.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각종 교육용 콘텐츠도 만들어지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마인크래프트'에 기반한 또 다른 세계다. 오는 26일 출시될 예정인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마인크래프트' 세계에서 펼쳐지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던전을 탐험하고, 보물을 찾고, 전투를 벌이며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쉽게 말해 '마인크래프트 디아블로 버전'이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어떻게 '마인크래프트'의 세계를 변주하고 확장해나갈까.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개발진은 <블로터>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개발 비화를 밝혔다.

▲  | 다니엘 벼르케포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아트 디렉터
▲ | 다니엘 벼르케포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아트 디렉터

많은 게임 영향받았지만 원천은 '마인크래프트'


몬스 올슨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게임 디렉터는 던전 크롤러 장르에서 영감을 얻어 이번 게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디아블로', 토치라이트' 등의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레프트4 데드', '버민타이드' 등 1인칭 슈터 게임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다니엘 벼르케포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아트 디렉터는 아트 측면에서 '젤다의 전설', '파이널 판타지' 등 RPG 장르 게임의 영향도 받았다고 전했다. 또 개발진은 '마인크래프트 던전스'가 '마인크래프트 디아블로 버전'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영광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많은 게임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원천은 '마인크래프트'다. 몬스 올슨 디렉터는 "참고했던 모든 게임들이 영감의 원천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은 '마인크래프트'"라며 "'마인크래프트 던전스'에 무언가를 추가할 때마다, 기존 '마인크래프트' 게임에 어떤 요소가 있는지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큰 폭발 장면에 '마인크래프트'의 폭죽 아이템을 갖다 쓰고, 몹을 끌어당기는 도구로 '마인크래프트'의 낚싯대를 활용하는 식이다.

또 캐릭터 성장 방식에도 '마인크래프트'의 특징이 반영됐다. 기존 게임처럼 클래스(직업) 구분을 짓고 스킬트리 방식으로 성장해 캐릭터별 특성을 부여하지 않고 대신 장착하는 무기와 아티팩트가 캐릭터 특성을 결정한다. 레벨업을 할 때 받는 마법 부여 포인트(enchantment points)로 장비에 불이나 번개 등의 마법을 붙이고 강화할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의 마법 부여 시스템을 가져와 캐릭터 성장 요소에 반영한 셈이다.

또한 '마인크래프트'처럼 게임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게임 플레이 조건을 까다롭지 않도록 설정했으며, 플레이어가 죽어도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즉시 부활은 최대 세 번까지 가능하다. 캐릭터 성장 과정에서 번거로운 부분도 제거했다. 예를 들어 무기를 잘못 골랐다고 판단될 때 마법 부여 포인트를 되돌려받고 새로운 아이템을 장착해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다. 다양한 방식의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선택의 폭을 넓힌 셈이다. 난이도 역시 이용자가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즐길 수 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멀티플랫폼으로 확장


'마인크래프트 던전스'의 시작은 미약했다. 개발 초기엔 14명 정도의 소규모 프로젝트로 꾸려졌다. 몬스 올슨 디렉터는 "닌텐도3DS용 게임 제작을 고려하다가 예전 '젤다의 전설'과 약간 비슷한 요소를 '마인크래프트'에 집어넣으면 재미도 있고 기존 요소와도 잘 어우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후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다가, 프로젝트 규모를 늘려 멀티플레이어 게임으로 만들고 보다 많은 플랫폼에서 출시하면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닌텐도3DS용으로 개발되던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PC, X박스 원, 닌텐도 스위치, 플레이스테이션4로 출시될 예정이다. 또 추후 서로 다른 플랫폼 이용자 간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레이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몬스 올슨 디렉터는 모바일 버전의 경우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  | (왼쪽부터) 다니엘 벼르케포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아트 디렉터, 몬스 올슨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게임 디렉터
▲ | (왼쪽부터) 다니엘 벼르케포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아트 디렉터, 몬스 올슨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게임 디렉터

이처럼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서 개발진들의 고민도 커졌다. 다니엘 벼르케포스 아트 디렉터는 "많은 플랫폼에서 출시하다 보면 출시 언어 종류가 다양해서 어려움이 많다"라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언어도 있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언어도 있고, 일부 언어에서는 단어가 정말 길 때도 있어 지난 몇 달간 이런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라고 토로했다.

몬스 올슨 디렉터는 "무엇보다 계속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차원(dimension)"이라며 '마인크래프트'의 요소를 가져올 때 양 게임 간 시점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게임 모두 3D 게임이지만 '마인크래프트'의 경우 1인칭과 3인칭 시점으로 제공되며,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점이다. 이 때문에 '마인크래프트'의 모든 요소들을 가져올 때 '마인크래프트 던전스'의 환경에 맞춰 바꿨다.

예를 들어 '마인크래프트'에서 상징적인 몹인 엔더맨은 이용자가 바라볼 경우 적대적으로 변해 공격을 시작한다. 그런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인 '마인크래프트 던전스'에서는 이용자가 자유롭게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공격 행동 패턴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마인크래프트 던전스'에서는 직접 바라봐야 공격한다는 설정 대신 가까이 다가가면 적대적으로 변하도록 행동을 변경했다.


'마인크래프트' IP라는 부담감 있지만, 유저들 만족시킬 것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마인크래프트'라는 이름을 짊어진 만큼 부담감이 큰 게임이다. 실제로 몬스 올슨 디렉터는 많은 이용자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게임, 새로운 게이밍 경험을 창출하는 게임, 품질을 비롯해서 사용자들의 전체적 기대에 부응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데, 특히 초기에는 이런 부분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할지 막막한 상태에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이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어쨌든 게임을 제작해서 사용자 테스트를 하고, E3를 비롯한 국내 및 해외 게임 쇼에도 나가고 다양한 테스트 그룹과 함께 사용성 테스트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잘 되는 부분과 잘 안 되는 부분을 파악해서 개선해야 할 점을 반영했다. 지금은 그저 노력의 결과물이 사용자들의 마음에 들기를 바랄 뿐이다."

다니엘 벼르케포스 아트 디렉터는 "게임 디자인은 당연히 팬들을 위한 것"이라며 "게임 아트 측면에서 이런저런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팬들이 사랑하는 기본 게임 스타일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를 제작했다"라고 밝혔다.

▲  | 다니엘 벼르케포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아트 디렉터가 회의 중인 모습
▲ | 다니엘 벼르케포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아트 디렉터가 회의 중인 모습

그런데 샌드박스 장르인 '마인크래프트'와 달리 '던전스'는 완전히 다른 장르다. 이용자층이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몬스 올슨 게임 디렉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면 좋겠다"라며 "이번이 마인크래프트 사용자들 중 이 장르를 접해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새로운 장르를 소개할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영광이자 막중한 부담이며, 던전 크롤러 게임은 해봤지만 마인크래프트는 접해본 적이 없는 사용자들도 공략 대상이다"라며 "두 사용자층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도록 모두가 좋아하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니엘 벼르케포스 아트 디렉터는 협력 플레이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며,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가족들끼리 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기 때문에 게임을 해본 적이 별로 없거나 마지막으로 게임을 한지 10~15년 된 부모들도 게임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한 차례 출시 연기...“게임 강국 한국 반응 중요”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출시가 연기되기도 했다. 몬스 올슨 디렉터는 "코로나19가 출시 일정에 영향을 미쳤다. 모든 임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기 때문"이라며 "게임 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임직원의 안전이 저희에겐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이런 상황에서도 양질의 제품을 출시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  | 몬스 올슨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게임 디렉터는 한국 팬들의 반응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 | 몬스 올슨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게임 디렉터는 한국 팬들의 반응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출시되는 기대작인 만큼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개발진들은 열정적인 한국 팬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 출시 후 반응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다니엘 벼르케포스 아트 디렉터는 "한국은 게임이 무척 발달한 나라라서 한국 내 반응이 저희에게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몬스 올슨 디렉터 역시 한국 팬들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며, 게임 출시를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한국에 열정적인 게임 팬들이 많다고 들었다. 저희가 '마인크래프트 던전스'를 사랑하는 만큼 한국 플레이어들도 사랑해주시고 즐겨주시면 좋겠다. 또 '마인크래프트 던전스'에 숨어있는 비밀을 발견해주신다면 정말 좋겠다. 그에 대한 동영상이 제작돼 인터넷에 올라오고 하는 일들이 많이 생기면 무척 기쁠 것 같다. 오랜 기간 공들인 게임을 마침내 출시하게 되어 마음이 설렌다. 마인크래프트 팬들이 상당히 열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단순히 출시만 목표로 하지 않고 정말 팬들이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느낄만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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