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의 패스(PASS) 앱을 통해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가 24일부터 시작된다. 신용카드가 휴대폰(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갔고, 이제 신분 증명 서비스까지 내 손안에 들어왔다.

앞으로 휴대폰만 있으면, 편의점에서 주류와 담배를 살 때 성인 여부 확인을 할 수 있다. 렌터카를 빌리거나 운전면허 시험장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통신3사에서는 공통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서비스가 국내 최초로 상용화된 '디지털 공인 신분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휴대폰 속 운전면허증을 오프라인에서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패스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는 사설 인증 서비스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서 내놓은 QR코드 인증 서비스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경찰청과의 협조를 통해, 특정 분야와 장소(통신3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사용처)에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신분증과 비슷한 효력을 지닌다.

해당 서비스는 법적으로 신분증이 아니므로, 오프라인에서 신분증 대용으로 활용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술집 주인이 실물 신분증 대신 모바일 운전면허를 확인했다고 해서 미성년자로 의심되는 손님에게 술을 팔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서비스 제공사인 통신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사용처라면 신분증으로 '법적인 효력'을 가진다는 것이 통신사 측의 설명이다.

현재 통신3사의 패스 앱을 이용하는 개인 가입자는 약 3000만명이다. 2020년 현재 운전면허 발급자 수는 약 3600만명 수준이니, 이번 서비스가 가장 확장성 있고 범용성 있는 사설 인증 서비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휴대폰 가입을 위해서는 개통시 매장에서 본인 명의로 대면 신청을 하고, 통신사의 서버에 가입자의 단말 정보를 보관하기 때문에 신분 검증 작업을 거친다. 보안 대책만 확실하다면 실질적인 디지털 신분증이라고 할 수 있다. 통신3사 역시 향후 운전면허증을 넘어 주민등록증까지 휴대폰 속에 담기 위한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통신3사가 이러한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는 명확하다. 당연히 비즈니스적인 목적이다. 통신3사는 패스 모바일 운전면허 서비스를 가입자에게는 무료로 제공한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는 기관이나 기업들에게는 수수료를 통한 수익을 낼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휴대폰 서비스인 만큼 지속성과 규모의 경제가 통한다.

▲  통신3사의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에 이어 내년에는 정부 차원의 모바일 신분증 시스템이 구축된다.
▲ 통신3사의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에 이어 내년에는 정부 차원의 모바일 신분증 시스템이 구축된다.

2021년 진짜 모바일 신분증 나온다...훌쩍 다가온 모바일 인증 시대

마침 이날, 정부에서 '모바일 신분증' 도입을 가속화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행정안전부는 내년부터 정부서비스의 본인인증부터 신청, 납부, 처리결과 확인까지 모든 과정이 스마트폰으로 가능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 받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모바일 신분증 도입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올해 모바일 공무원증을 시범도입하고, 원래 내후년에 도입할 계획이던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내년에 도입하는 것으로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모바일 신분증은 기존 실물 신분증의 하나인 운전면허증 도입부터 시작된다. 아직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등 다른 신분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다.

실제 내년에 도입될 모바일 신분증 역시 휴대폰을 기반으로 한다. 통신3사의 패스 서비스와 차이점은 주민등록 번호까지 전부 공개되는 공식 디지털 신분증이라는 것이다.

행안부 박범수 사무관은 "통신사의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는 성인/미성년 등 자격 여부를 따지는 것이고, 정부가 자체 개발/구축하는 모바일 신분증은 신원 증명 자체를 위한 것으로 기술방식 또한 다르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사회기획과 강동식 사무관은 "디지털 정부혁신 발전계획에 따라 2022년에 계획돼 있던 모바일 신분증이 코로나 여파로 인해 앞당겨 진 것"이라면서, "블록체인 등의 보안기술을 활용해 경찰청에서 국민에게 직접 발행하는 신분증(운전면허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가 표현한 것 처럼 '진짜 디지털 공인 신분증'은 올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르면 내년에는 모바일 신분증이 나온다.  휴대폰 하나로 본인 신분이 확인되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아직 본격화되진 않았지만 모바일 시대에 당연히 존재해야 할 서비스라고 여겨진다.

통신사의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나 정부의 모바일 신분증은 기술적인 구현이나 대의적인 목적에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민관 차원에서 앞다퉈 디지털 신분증을 구현하고, 비대면 시대에 적합한 발자취를 사이좋게(?)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디지털 전면전환으로 세계선도 국가로 도약하자"는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의 도화선이 모바일 신분증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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