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와 함께 이 회장이 소유한 부동산의 규모와 현황은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요소다. 그룹 지배구조와 직결돼 현금화하기 어려운 주식과는 달리 부동산은 비교적 큰 부담 없이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이 회장 소유의 부동산을 어떻게 분배하고 어떻게 처리할지에도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26일 이 회장 소유로 알려진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이 회장은 서울에 필지 5개와 함께 건물 7채를 소유하고 있다. 건물 7채 중 5채는 주택으로 나와 있으며 나머지 2채는 업무시설로 분류돼 있다.

2채의 상가건물은 모두 강남구 청담동 압구정로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구체적인 주소는 청담동 78-6(청담KR빌딩)과 79-15로, 건물이 서 있는 토지 역시 이 회장의 소유다.

▲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 '비이커'가 입점해 있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소유 청담동 건물(78-6) / 사진=김성진 기자
▲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 '비이커'가 입점해 있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소유 청담동 건물(78-6) / 사진=김성진 기자

두 건물에는 현재 삼성 계열 패션브랜드들이 입점한 상태다. 압구정로데오역 3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청담KR빌딩 1층과 2층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 ‘비이커’의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서 있으며, 청담동 79-15에 위치한 건물에도 마찬가지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토니버치’가 입점해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상 8층 규모의 청담KR빌딩의 6개 층(3층~8층)이 현재 공실 상태라는 점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일부 부서가 이곳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최근 본사로 사무실을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3층부터 8층까지 입주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대료와 관리비 등 한 달 월세는 한 층에 2000만원 언저리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각 층마다 월세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1년에 약 20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 '토리버치'가 입점해 있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소유 청담동 건물(79-15). / 사진=김성진 기자
▲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 '토리버치'가 입점해 있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소유 청담동 건물(79-15). / 사진=김성진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무공간 통폐합으로 업무 효율성을 위해 7월경 청담동 사무실을 모두 빼고 도곡동 본사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회장은 청담KR빌딩을 약 10년 전인 2009년 12월에 매입했다. '압구정 미꾸라지'로 유명한 윤강로 전 KR선물 대표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각각 절반씩 보유한 지분을 약 640억원에 넘겨 받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담KR빌딩이 삼성 계열사 외 다른 임차인을 찾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삼성 계열사들만 건물을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비이커 매장이 들어선 이후 2010년대 초반 2~3년에 걸쳐 청담KR빌딩 3층~8층 사무실로 들어갔다”고 했다.

이에 따라 외부 임차인 탐색을 건물 매각 가능성과 연결 지어 보는 일부 시각도 있다. 다만 절차상으로 따지면 계열사가 입점 혹은 입주해 있는 상태가 매각 작업에는 더욱 수월할 수 있어 매각 가능성은 미지수다. 대체로 건물을 보유한 대기업 오너일가들은 그룹 계열사를 세입자로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청담동에 다수의 건물을 보유한 신세계그룹 오너일가들은 소유 건물에 계열사 점포들을 입점 시켜 놓은 상태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소유의 청담동 상가 건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삼성 계열사 외 임차인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흔한 일이 아니라 매각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아직 부동산 처리에 대해 전망을 내놓기는 이른 시점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과 관련해 새로운 지배구조 짜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상속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라 재산 처리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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